2008년 12월 24일,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화보촬영에 나섰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말이죠. 가족드라마라면 모를까 잡지에 실릴 화보촬영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가 않습니다. 모이는 여배우들의 면면을 감안하자면 더욱이 말이죠.
꼬장꼬장한 발음을 자랑하는 윤여정은 김수현 작가식으로 조목조목 따지는 역할에 더 이상이 없는 배우입니다. 따지는 걸로야 이미숙도 만만치 않죠. 아름다운 한편 강한 이목구비를 소유한 그녀는 가끔씩 아니 자주, 남자보다 강한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선덕여왕>으로 최고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고현정은 설명이 불필요하겠죠? 최지우 역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여배우죠. ‘지우히메’로 한류에 성공한 그녀의 스케일은 이제 한국의 국경선을 확실히 넘어섰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고의 잇걸로 이름을 날리는 김민희가 평범해 보일 정도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나름 단순에 떠오른 김옥빈은 그나마 축에도 끼질 못합니다. 확실히 이 화보촬영은 보통의 수준이 아닙니다.
<여배우들>의 아이디어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2002)에서 시작됐습니다.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등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프랑스 최고 여배우 8명을 한 자리에 모았던 <8명의 여인들>을 보면서 이재용 감독 역시 비슷한 컨셉을 실현해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현대물과 시대물은 물론 다소 독특한 형식도 마다하지 않는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이력이 이재용 감독의 그것과 겹쳐지는 느낌입니다. 현대적인 불륜이야기 <정사>(1998)를 통해 현대인의 정사, 아니 정서를 탐구하던 이재용 감독은 불현듯 서구의 고전을 사극풍의 미장센 속에 녹인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을 통해 시대극에 매진하기도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독특한 걸로 따지자면 거의 괴작 수준이었던 <다세포 소녀>(2006) 역시 빠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여배우들>은 이런 이재용 감독의 이력에 또 하나의 새로움을 더합니다.
얼핏 <여배우들>의 상황이나 설정만을 놓고 보자면 영화의 가능성은 그리 별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여배우들의 작업과정에 대한 엿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연령대가 다른 여성들 간의 위계질서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냥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서로 다투게 만들고 화해시키는 평범한 진행 역시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용 감독의 구상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합니다. 일단 살펴야 할 것은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부분적인 진실, 그리고 부분적인 허구에 대한 자세입니다.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여배우들>은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지만 분명 각본과 설정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관객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부분입니다. 윤여정이 윤여정을 연기하고 이미숙이 이미숙을 연기하는 상황이지만 영화는 픽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확실히 해야 하겠습니다. <여배우들>은 픽션입니다. 고현정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사실을 언급하거나 최지우가 일본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게 되면 관객은 이 영화가 상당히 많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재용 감독이 재구성한 진실이자 6명의 여배우들이 참여한 각본의 내용입니다.
이 연출의 효과는 흥미진진합니다. 6명의 여배우들은 적당히 윤색된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보다 분명한 이야기 전개에 빠져 들어갑니다. 영화의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를 잠시간 다시 생각해 보면 이들이 매우 활기차게 말하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가령 윤여정은 10년은 더 젊어 보이면서도 사사건건 나이를 의식하고 자신이 주책을 떠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염려합니다. 이미숙은 기대한 것보다 10배는 더 씩씩하고 거침이 없습니다.
그리고 고현정은 극단적으로 솔직합니다. 자신에 대해서건 타인에 대해서건 숨김도 없고 거리낌도 없습니다. 그녀에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하고 있는 거 알면, 분명히 ‘지랄’하는 애들 있다니까” 물론 ‘지랄’이라는 단어가 모종의 정황에서는 평범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이런 대립, 이런 감정이 조금은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어쩌면 6명의 여배우들이 모여서는 나른하게 대화하고 적당히 조용하게 모든 것이 마무리 됐을 수도 있습니다. <여배우들>은 사실에 대한 이야기에 덧붙여 극적인 기승전결을 택하고 있습니다. 6명의 배우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받아, 자신을 연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때문에 영화는 극영화 특유의 말끔한 전개, 그리고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에너지를 확보하면서도 여배우들의 실제 이력이 불러오는 시큼한 재미와 화끈한 매력을 아우릅니다. 가령 김옥빈이 <박쥐>에 나왔다는 이야기에 “무서운 영화는 싫다”고 도리질을 하는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에서 쥐약으로 일가족을 몰살하는 엽기적인 가정부역을 맡았던바 있습니다. 풋풋한 신인, 김옥빈도 빠질 수가 없지요. 김민희와 친해지고 싶은 그녀는 여자끼리 사귀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들뜬 목소리로 김민희에게 같이 출연하자고 조르기에 이릅니다. 그에 따른 반응은요? 영화를 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연 백미는 고현정과 최지우의 대립입니다. 맡았던 배역들만 생각해봐도 그럴법한 둘의 캐릭터는 과연 심하게 마찰을 일으킵니다. 내숭과 처세의 기막힌 조합을 보여주는 최지우와 화통하면서도 숨김이 없는 고현정의 만남은 시작부터 일촉즉발의 상황을 예견합니다. 최지우의 입에서 “그러니까 쫓겨나지” 같은 대사가 나왔을 땐, 머리채를 잡히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12월 24일임을 반영하는 놀라운 순간이 깃듭니다. 물론 이런 식의 격한 드라마가 못마땅한 관객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만이 도달할 수 있는 극적인 클라이막스란, 특히 뛰어나고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감춰진 속마음까지 아우르는 클라이막스란 역시나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함과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그녀들의 진실을 곧바로 마주할 때의 불편함은 이재용 감독이 준비해 놓은 허구의 틀 속에서 좀 더 풍부하고 부드러운 결을 획득했습니다. 하여 모두가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감정이 뇌리 깊숙이 남았으니 바로 영화의 힘, <여배우들>의 힘이라 하겠습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이 영화 애매하다. 분명 '나와 같이 피워준다면 얼마나 고맙겠소'하는 당시의 '선배'의 말에 감동받아 후배들에게도 그러고 있다는 배우 윤여정의 말이 김옥빈과 맞담배를 피우는 장면에 생생히 살아 있지만... 또 어찌어찌해서 모이니 어떻게 딱 세명이 '갔다 오신' 사실이 맞기도 맞지만,,,서로 주고 받는 호칭들이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인것이 다르지 않지만.. 그럼 진짜 고현정은 꽃돌이 애완남을 키우는 건가? ㅋㅋ 과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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