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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09] SIFF 탐구생활

FOCUS ON 2009/12/12 10:38 Posted by '미래


SIFF 탐구생활

열혈관객(A양) vs 초보관객(B군)

A양
올해에도 A양은 SIFF 전회 관람권을 구매해요. 작품이 넘쳐나는데 삼만원 밖에 안 해요. 이건 뭐 거저예요. A양은 지난 주 씨네21을 사고 별책부록으로 받은 리플렛에 있는 상영시간표를 꼼꼼히 체크해 왔어요. 이미 본 영화들도 몇 편 눈에 띄어요. 영화제 부대행사 빼놓지 않는 A양은 올 해 열리는 ‘장률 대담’에 참여하기로 해요. 대담은 무료입장이래요. 이거 뭐 남는 장사일까 독립영화계 경제사정까지 걱정해요. 영화광인 A양은 영화관에 혼자 가는 것도 문제없어요. 중앙극장 앞에 도착했어요.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그 와중에 사진을 잘 찍어 보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애쓰는 남자가 보여요. 엇, 저건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 B군이예요. 마음이 뿌듯해요. 상영시간까지 20분이 남았어요. 인디스페이스 2층으로 올라가 커피도 한 잔 해요.
영화를 보고 나왔어요. 올해는 관객이 많아서 관객과의 대화 때 질문을 하나 밖에 못해서 아쉬워요. 이 영화 전주에서도 봤었어요. 직접 감독과 배우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인사 할 뻔 했어요. 늦은 시간인데도 여전히 사람이 많아요. 독립영화제 사상 이렇게 사람 많은 거 처음 봐요. SIFF가 모두의 것이 되었어요. 원래 내거였어요. 잘된 일인데 어쩐지 빼앗긴 것만 같아 속이 쓰려요. 이 이상야릇한 기분, 빵꾸똥꾸에요. 내일은 심야상영이 있으니 오늘은 집에 가서 일찍 자고 체력을 비축해둬야겠어요.

B군
대학교 새내기인 B군은 친구로부터 SIFF에 가자는 제의를 받아요. B군은 생각에 잠겨요. 아, 그러고 보니 부산국제영화제를 PIFF라고 했던 것 같아요. 영화제일거라 추측해요. SIFF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약자라고 이제사 친구가 말해요. 하마터면 쪽팔릴 뻔했어요. B군은 아는 체하는 녀석이 아니꼬웠지만 독립영화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같이 가겠다고 해요. 중앙극장 앞에 도착했어요.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신이 나서 카메라를 꺼내요. 이런 건 꼭 찍어줘야 돼요. 싸이월드에 뉴를 띄워야 하니까요.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도 한 장 박아줘요.
영화를 보고 나왔어요. 똥파리랑 워낭소리도 봤겠다 나는 이제 독립영화인이 된 것 같아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요. 엄마가 먼저 씻으라고 성화지만 오늘부터 문화인이 된 나는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우선이에요. 사진을 올리고 보니 내가 봐도 좀 간질간질 간지나요. 내일이면 방문자수가 폭발하겠지, 하고 예상해요. 너무 피곤해 씻지도 않고 잠이 들어요.



해외 초청작 :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


199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독립영화를 생산하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필리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혹자들에게는 ‘영화제용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필리핀 독립영화만큼 실험적인 영화언어와 변별되는 국가적 특징을 살리고 있는 영화를 찾기는 힘들다. 이번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는1990년대 이후 필리핀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독립영화’는 나라마다 문화적, 정치적, 산업적 특색에 따라 서로 다른 정의를 발전시켜왔다. 필리핀 독립영화는 수천 개의 섬과 다양한 언어와 민족으로 구성된 필리핀의 국가 민족적인 특징과 더불어 영화의 도입 시기부터 산업적으로 자리 잡으며 주류영화로 편향된 필리핀 영화 산업을 바탕으로 시작하였다. 미국의 군정과 더불어 발전한 필리핀 영화산업은 시작부터 할리우드의 체제를 도입하면서 ‘스튜디오 시스템’을 중심으로 영화산업을 발전시켜왔다. 대중적인 상업영화가 주류영화로 자리 잡고, 개인적인 예술성은 막강한 제작사(혹은 제작자)의 권력 아래 희생되었다. 필리핀 독립영화는 주류영화로 고정된 영화산업에 대한 반발과 상업영화의 포장 안에 갇힌 사회 현실에 대한 고발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필리핀 독립영화는 최근 10년간 새로운 형식과 미학으로 이전 세대를 계승하고 있다. 그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주류문화에서 소외된 혹은 은폐된 필리핀의 현실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점점 더 다양하고 실험적으로 변화해 왔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하는 7편의 영화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필리핀 독립영화의 오늘을 보여 줄 것이다.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모든 영화들은 시대적 배경을 달리하고 다루는 소재나 인물의 사회적 공간적 배경이 다를지라도 공통적으로 가난하고 소외 받는 소시민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라브 디아즈의 <콘셉시온 구역의 범죄자>와 마리오 오하라의 <방파제>, 그리고 아우라에우스 솔리토의 <사랑스러운 맥시모 올리베로스>가 주류영화산업과 독립영화의 경계에서 제작되었다면 브리얀테 멘도사의 <도살>과 라야 마틴의 <인디펜던시아>와 <인디오>는 독립영화 진영에서 만들어졌으며, 메스 구즈만의 <칼리무통으로 가는 길>은 독립영화 진영에서도 외곽에서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필리핀 독립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제작방식이나 시스템에 있지는 않다. 멀미를 일으키는 핸드핼드 카메라와 관객의 진을 빼는 롱테이크가 공존하고 진지한 철학적 사색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가 공존하며 화려한 색채와 어두운 무채색이 공존하는 미학 속에 존재한다. 이 미학 속에 필리핀 영화인들이 바라보는 필리핀의 삶과 더 나아가 사회가 숨을 쉬고 있다. 오랜 식민지 역사와 독재체제의 역사로부터 탈출한 후에도 충돌과 갈등이 끊임없이 존재하면서도 필리핀으로 살아남기가 가능했던 것은바로 이 공존의 정신세계에 있는지 모른다.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은다양함의 공존이 불러오는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영정(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리뷰



단편경쟁 <닿을 수 없는 곳> -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

20살에 겪는 극심한 몸살이다. 재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눈을 뜨자마자 전단을 돌리고 오후에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한다. 얼굴은 핏기 없이 파리하고 어깨는 20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축 처져 있다.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다섯 살 된 여동생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생활고의 버거움. 게다가 집으로 날아든 입영통지서에 앞이 막막해진다.

섣부른 판단은 잠시 접어두자. 감독의 전작 <유년기의 끝>(2006)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20살 청년의 성장통으로 판단할 공산이 크다. 물론 감독의 전작을 제쳐놓더라도 주인공의 나이와 성장배경만으로도 장르적 분류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장르적 외피는 핑계에 불과하다. 문제는 재원이 처한 환경이다. 어머니, 동생과 함께 재원이 살아가는 공간은 개미굴처럼 여러 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시원이다.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에서 등장하던 백수들과 고시생들 공간, 근래 일부 독립영화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이 기거하던 고시원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혈연공동체인 가족이 고시원에서 생계를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고시원은 현대판 난민촌이나 광산의 막장을 연상케 한다. 창살 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으며 고립무원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임계점에 달한 한 가족의 생계가 공간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고립된 공간을 중심으로 갖가지 사회문제가 펼쳐진다.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재원의 에피소드에는 비정규직의 설움이 묻어난다. 진단서 하나 끊기 위해 100만 원이 넘는 검사료를 내는 과정에서 병원의 만행이 폭로된다. 또한 입영절차를 검토하는 공무원의 모습에서 관료주의의 허와 실이 드러난다. 사회는 진입 장벽이 높고 예외와 관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동정 없는 세상인 거다.

사면초가에 처한 재원에게 선택은 필요악이다. 제 몸 하나 건사하겠다고 군대에 입대할 것이냐, 군 입대를 연기하고 가족을 부양할 것이냐. 비록 영혼까지는 팔지는 않더라도 재원은 파우스트 박사처럼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부조리한 사회구조가 그를 괴롭히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혈연의 정은 쉬이 끊을 수 없다. 일순간의 선택이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지 말길. 감독은 나락의 바닥, 절망의 터널, 지옥의 끝을 치고 올라오는 재원을 위해 희망을 남겨둔다.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보다는 이타적인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감독의 입장이다. 결국 <닿을 수 없는 곳>은 삶의 조건과 인간의 태도에 관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도훈(관객심사단)




장편경쟁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 - 그녀들의 용기있는 생존 신고

그녀들의 말하기는 존경스럽다. 또 다른 의미의 한국 ‘여성’을 드러내는 외침이기 때문이다. 미경을 비롯한 작은 말하기 모임의 참가자들은 수다스럽고, 밝은 모습이었다. 어색했던 분위기에서 말문이 트이자 그녀들의 거침없는 뒷담화가 시작된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통쾌하고, 때론 섬뜩하다. 그녀들은 과거 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는 ‘생존자’이다.

지난 날, 아동 성폭행범 사건에 대한 논란이 떠올랐다. 당시 미디어의 보도는 남성적인 사고방식에 치우쳐 있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충격으로 입도 못 여는 상황에 모든 미디어가 그 사건에 대해 밤낮으로 떠들어댔다. 그때쯤 어느 초등학교에서 피해 아동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왕따를 당한다는 소문(비공식적인)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가해자의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자라날 피해 아동의 삶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아닌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어떠한가? 성폭행은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는 범죄가 아니다. 미경의 재판에서 가해자 측의 변호사는 “우발적 범죄, 순간 욕정”을 거듭 강조한다. 남자들의 성적 충동에는 여자들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은 성폭행은 쌍방과실이라는 주장과 이어질 수 있다. 여자가 노출을 해서 그런 거다. 처신을 똑바로 하지 못해서 그렇다...둥둥. 생존자들의 대답은? “내 몸은 내 몸, 네 몸은 네 몸!” 상관 말라다. “밤길 조심하라 얘기하기 전에 너부터 들어가라!”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각종 범죄의 피해율이 높은 여성. 남성과 차별 없이 대우받고 싶지만, 성적 ‘차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남자 학우들과도 똑같이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던 보짱은 한국사회에서 자신도 여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 역시 성적 피해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편, 과거에 성폭행 생존 경험이 있는 한새는 ‘큰 말하기’ 무대에 선다. 그녀는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을 둔 어엿한 사회인이다.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성교육 강의를 나가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앞으로 사회에서 성범죄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性. 그것은 분명 은밀한 것이지만, 은폐되어선 안된다. 눈에 드러나는 피해만 없으면 믿지 않는 사회. 성폭력은 체벌보다 더한 비인간성을 띤 폭력이다. 상처는 사라질지라도 몸에 새겨진 아픔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첫 시작부터 씩씩하게 자신을 소개하던 감독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의미화해가면서 차분해진다. 그리고 상자 속 꼭꼭 감춰둔 그녀의 생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잊은 줄 알았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를 보는 관객들 또한 자신의 성과 사회에 대해 의미화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황예지(관객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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