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GV) 현장 취재
단편경쟁7 중 <드라이브> <사진 속 그녀>
GV진행: 부지영(사회), 심명훈 감독, 윤혜렴 감독
부지영> 두 작품 모두 흥미로웠다.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윤혜렴> 2년 전에 만든 시나리오였다. 재밌겠다 싶은 이야기를 했다. 주인공 영희 주변에 인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으면 했다. 캐스팅을 할 때는 뒤 얘기만 했다. 하지만 다 알아채시더라.
심명훈> 평소에 밤에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휴대폰 PDA를 계속 찍으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분들의 생활이 궁금해서 만들어 봤다. 어려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열정을 가지고 가는 것이 미련한 짓은 아닌가 하고 되묻고 싶기도 했다.
부지영> <88만원 세대> 같은 작품은 사회에 대해서 정곡으로 말했다. <드라이브>도 그런 면이 보인 것 같았다. 중의적인 소품도 눈에 띄었다. “씻었냐”는 대사, 와인으로 드러난 검사의 피, 작품 시작할 때 DRIVE를 DIE로 표현한 것 등이 재미있는 변주들이었다.
<드라이브> 심명훈 감독
부지영> 제작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다.
심명훈> 기존에 알고 있던 배우들이 출연했다. 덕분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밤 장면이 많아서 차량문제가 걸렸다. 렌트비가 비싸더라. 괜히 고급차로 설정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장이 문제였다. 밤 도로에는 칼바람이 불어 추웠다. 현장에서 조명을 잠깐 들었는데도 손이 얼어서 안 펴지게 됐다. 스탭들에게 미안했다.
부지영> 배우 분들이 나중에 분장이 필요없을 정도로 얼굴이 얼어 보여 추운 것이 바로 보였다. 모든 영화 촬영 현장이 악전고투인 것 같다. 스텝들은 ‘영화현장은 여름과 겨울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항상 춥거나, 더워서 나오는 말인 것 같다.
관객> 초반에 주인공을 킬러같이 보여줬는데, 알고 보니 시나리오 대사를 외우는 배우 지망생이었다는 것이 재밌었다. 그런데 차 안에서 뒷자석 사람의 전화를 대신 받아 통화 속의 여성과 통화한 부분은 시나리오의 상황인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는지 궁금하다.
심명훈> 여성과 통화한 부분은 주인공이 즉흥적으로 자신이 뒷자리 사람인 척 연기를 한 것이다. 영화 안에서 주인공은 배우이면서 투 잡으로 대리운전을 한다. 대리운전이니까 ‘누구씨 전화입니다.’라고 받아야 하는데 술 취한 여성분이 ‘오빠~’라고 말하니까 배우의 끼가 발동돼서 장난으로 받은 것이다. 그리고 장난이 걸린거지.
관객>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이 잠수교를 걸어간다. 그 때 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촬영을 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심명훈> 주인공 준호가 마지막에 이태원 해밀턴 호텔로 와달라는 대리운전 전화를 받는다. 언덕만 넘어 가면 이태원이기 때문에 방향을 확인하며 도로를 걸어간다. ‘드라이브’라는 영화에 캐스팅 됐다는 얘기도 듣고, 딸에게 집으로 간다는 전화도 하고, 대리 한 건을 더 얻어서 기분 좋게 언덕을 넘는다. 그런데 과연 언덕을 넘어가면 과연 밝은 미래가 있는 것이 확실한 것인가를 묻고 싶었다. 지금은 행복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핸드 헬드로 약간 불안하게 찍었다. 단기적인 불안인지 장기적인 불안인지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사진 속 그녀 > 윤혜렴 감독
관객> 주인공은 외모지상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성격도 이상하다. 주인공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궁금하다.
윤혜렴> 대학교 후배고 연출하는 친구다. 연기를 하다가 연출로 돌아선 친구인데, 연기실력이 좋았다. 사실 연출들은 직접 출연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승낙했다. 주인공인데 배우 대접을 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얼굴이 화면에 나오면 NG가 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장면도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부지영> 영문 제목이 <The woman who wasn't there>이다. ‘거기 있지 않은 여자’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데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궁금하다.
윤혜렴> 코헨형제를 좋아한다. 마지막에 주인공 영희는 성형수술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장례식에서 손님은 ‘저 여자는 누구야?’라는 말을 한다. 자기 소원대로 얼굴을 고쳤지만 다른 사람들은 결국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낸 제목이다.
부지영> 박찬욱 감독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나레이션과 미장센 등이 비슷해 보인다.
윤혜렴> 전 작품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자주 그런 질문을 받지만 그 작품을 의식하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다. 영향을 무의식적으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라할 생각은 없다. 단지 이 영화에 내레이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근조근한 말투지만 거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원래 성우를 썼지만 너무 익숙한 느낌이 들어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 내가 의도한 바를 내가 해야지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얼굴을 붕대로 다 가린 수술 직후 사진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없었다. 한가인처럼 예쁜 여자얼굴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윤혜렴> 마지막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 관객에게 완벽하게 예쁜 얼굴을 보여줘서 카타르시스를 줘야 한다는 PD의견과 붕대 감은 얼굴로 가야 한다는 내 의견이 있었다. 여성들은 완벽한 얼굴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치는 행위 자체에서 기쁨을 많이 얻는다. 주인공 영희도 마찬가지다. 영희는 완벽한 외모가 아닌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그래서 수술 직후의 사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부지영> 내 생각에는 붕대감은 영정사진이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주인공에게 성형수술이라는 행위가 자신을 치료하는 것으로써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관객> 저는 오히려 혼란을 느꼈다. 왜냐하면 붕대 영정사진과 장례식에서의 ‘저 여자 누구야?’라는 대사가 상충된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사가 없었다면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윤혜렴> 타인이 알아보든 말든 성형은 결국 자기만족이다. 주인공 영희는 말로는 법률적인 대사를 읊조리면서 정의롭고 논리적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위는 전부 논리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가 봤을 땐 외모 지상주의의 사회도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고, 이를 비판적으로 담고 싶었다.
부지영>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신명훈> 이제 영화를 또 찍어야겠다. 다음에는 코믹스럽지 않은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생각하고 있다. 악당과 좀비가 나오는 작품을 많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윤혜렴> 영화제에 안 나온 작품이 두 개 있다. 그 동안 장편 시나리오를 쓸 예정이다. 지금 상영 중인 작품 제목이 <호로자식을 위하여>인데 유명한 에로 영화랑 이름이 같더라.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패러디 작품으로 최고 패러디 에로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던데. 내 영화는 다른 것으로 에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겠다.
박윤아(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SIFF 탐구생활2 -GV편
초보관객 A양 vs 열혈관객 B군
초보관객
영화가 끝났어요. A양은 멋지게 박수를 쳐요. 근데 사람들이 아무도 나가지 않아요. 뭔가 이상해요. 그 때 사회자가 GV를 시작하겠다고 해요. GV가 뭐지? 관객...V? 궁금하지만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자제해요. 입 다물고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엄마 말씀을 기억해요. 열심히 눈알을 굴리는 A양에게 어느새 스크린 앞으로 나온 감독님 뒤로 'Guest Visit'이라는 글자가 보여요. 영화감독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인가 봐요. 역시 엄마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와요.
옆에 앉아 있던 뿔테안경이 질문을 해요. A양은 괜히 쫄았어요. 분명 나랑 같이 영화관에 들어와 이 영화를 처음 본 사람이 맞을 텐데 나보다 아는 게 많아요. 저 앞쪽에 앉은 이쁜이는 저번 영화 잘 봤다며 감독님에게 눈웃음 쳐요. 갑자기 나만 빼고 다들 알바생 같아요. 별 것도 아닌데 수첩을 꺼내 막 받아 적는 사람들이 낯설어요. 나도 괜히 뭘 써야만 할 것 같아요.
질문을 3개쯤 들으니까 뭐 별 건 없네요. 벌써 지쳐가요. 대체 언제 끝나나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려요. 그래도 이번 SIFF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봐요. 그래, 내 인생에 또 언제 이런 거 겪어보겠냐며 합리화해요. 극장 문을 나서는 A양의 발걸음이 가벼워요.
열혈관객
GV가 시작한대요. B군은 혼잡하지도 않은 극장 안을 바삐 가로질러 앞자리에 앉아요. 감독님이 앞자리에 나오자마자 아이컨텍을 시도해요. B군은 어젯밤 이미 각종 인터넷사이트를 섭렵하며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취득했어요. 덕분에 영화를 보는 중간에 B군은 정리된 머릿속에서 세련되고 치명적이며 엄선된 질문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계속 감독님에게 레이저 빔을 쏘아대며 꼭 이 질문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어요. 마음이 참 뿌듯해져요.
부담스러운 첫 질문은 가볍게 패스하고 3번째 쯤 질문하려고 마음먹어요. 이런 된장! 내가 하려던 질문을 다른 사람이 해버려요. 이건 뭔가요. 재빨리 짱구를 굴려 다른 질문을 생각해내요. 이 질문으로는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냥 감독님이나 열심히 바라봐야겠어요.
사회자가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해요. 맨 뒤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뿔테안경을 낀 영화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한 남자가 천천히 손을 들어요. 저런 사람은 움직이지도 않아요. 불쌍한 자활이 마이크를 들고 열나게 뒤로 달려가요. 느릿한 말투로 질문이 시작돼요. 헉. 10분이 지났어요. 리뷰를 말로 해요. 자기 생각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을 듣고 싶대요. 감독님이 되물어요. "저기... 죄송한데... 그래서 질문이??" 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의리를 지켜요. 난 감독님과 눈 맞춤한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드디어 GV가 끝났어요. 질문을 하나 뺏겨 아쉽지만 그래도 '신뢰'를 건진 느낌이에요.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서요.
권희민, 김수선, 박윤아(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inter+view
일일 자원활동가 인터뷰 _ 김수영 감독님
서울독립영화제에는 매년 감독들이 일일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전·현 서울독립영화제 출품 감독들이 현장에 있는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부스 판매는 물론 관객 안내까지 함께 한다. 올해 11일(금) 일일 자원활동가로 활동하시는 김수영 감독님에게 짧은 인터뷰를 청했다.
1. SIFF2009에 일일 자원활동가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작년에 제 작품을 서독제에서 상영했었어요. 그걸로 다른 많은 상영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여러모로 제게는 고마운 영화제였죠. 감독으로서 참여하기 전에도 관객으로 영화를 보러온 적도 있었고, 제가 스텝으로 참여한 영화들이 상영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SIFF라고 하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일일 자원활동가를 해주지 않겠냐는 메일을 받고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2. 자원활동가로 활동하시게 된 소감은 어떠세요?
(주저없이) 재미있어요! 자원활동가들이 무척 풋풋하셔서 좋고요. 이런 느낌이 오랜만이랄까. 오늘 1시쯤 와서 5시 정도까지 하고 갈 예정입니다.
3. 이번 SIFF에서 기대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제가 한 때 이슈가 되었던 단편영화 '히치하이킹'에서 같이 스텝으로 일했던 장건재씨가 감독한 '회오리바람'을 기대하고 있어요. 그 때 저는 스크립터였고, 장건재씨는 촬영 감독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오늘 자원활동을 하면서 만난 자원가 친구들이 추천해준 '반드시 크게 들을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개막작이기도 했던 '원나잇 스탠드'도 조금 기대되는데, 많이 야한가요?(웃음) 아무튼 이렇게 세 작품 정도가 되겠네요. 나머지 좋은 작품들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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