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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SIFF2009의 첫 세미나가 열렸다.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진행을 맡고 김동원, 유운성, 김성태, 변성찬, 신은실씨가 패널로 참여하여 '독립영화, 세상 속에 길 찾기'라는 주제로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작년 '워낭소리', '똥파리'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독립영화가 어느 해보다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독립영화의 지속적인 길 찾기가 부재되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독립영화의 오래된 이슈인 공적지원과 권력과의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조영각 :   독립영화들이 여러 사회적 이슈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독립영화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어떤 위치선정을 하는 게 좋은지를 토론을 통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독립영화가 공적 지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사실 내외부에서 그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발제 1. 독립영화, 지난 10년의 내부적 반성
발제자_ 김동원 (다큐멘터리 감독, 푸른영상 회원)

김동원 :   지난 십 년 동안 독립영화가 좀 과분한 성장을 이뤄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류영화에서는 여전히 모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산들이 독립영화로 흘러간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제 저희가 눈을 돌려야 할 것은 1억을 들여서 잘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 2. 지금의 독립영화 : 인상과 풍경
발제자_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유운성 :   현재 독립영화가 원래 놓여있던 상황과는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지금 당장의 독립영화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돌파구가 없을까 하고 두 가지를 생각해봤어요. 첫 번째는 독립영화만의 비평 공간을 갖고 그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독립영화 내에서 돌파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창작자들의 노력만큼이나 측면에서 지지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비평적인 세력의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디지털 영상시대에 '어디까지가 영화인가’에 대한 기준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도야 말로 독립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독립영화가 가지고 있는 자유분방함이나 모험정신으로 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 3. 몇 개의 키워드 -한 사회속에서의 독립영화의 역할, 그리고 가치와 필요성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서…
발제자_ 김성태 (영화학자)

김성태 :   저는 영화 활동가가 아니라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미나의 문제제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제 이야기의 결론을 간단히 요약한 뒷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독립영화란 우선 최초의 수준에서의 발명품, 새로운 산업도구로써의 영화로부터의 독립이었다. 거기로부터 시자해서 산업시스템 안에서의 생산물로서의 영화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의미를 생산하고 카메라에 제 기능을 할당하며, 그것을 점검하고 보는 눈이 되게끔 만든 영화들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산업적 고리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이런 '독립'의 가치, 사회적 역할, 필요성은 점차 무너져간다(197,80년대). 그리고 그 결과 영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가 자신의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고 더 많은 자본구조를 가지기 위해서 '독립'의 영역 또는 의미를 훼손시켰음에도, 결국에는 영화 자신이 사라지는 결과에 봉착해있는 것이다. (중략) 독립영화는 결국 이러나저러나 간에 첨병이며, 그 사회적 영향력이 다소간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여하튼 언제나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21세기 초입에 독립영화의 역할은 그런 방향에서 읽혀져야 한다.
 
- SIFF2009_semina1 발제집, 발제3, 11p 中

신은실 : 발제 잘 들었습니다. 오늘 발제를 듣다보니 가장 많이 나왔던 키워드가 문화 권력, 공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성찬 : 우선 어떤 경우에서든 독립이라고 하면 권력과 자본으로서의 독립이 기본인데, 한국 독립 운동 역사에서 봐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는 좀 둔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독립)영화의 경우에는 그게 의외로 공적지원으로 잘 이어 졌는데, 사실 이게 나쁜 게 아니거든요. 저는 받아서 잘 쓰고 잘 만들고 정신적인 독립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영각 : 지금 시간이 다 되어서 아쉽지만 그만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해주신 발제자와 토론자분들께 박수 부탁드리고요. 관객 분들도 끝까지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권희민(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 사진 문지민(서울독립영화제 기록팀)



내일도 뜨겁게 달리자!
서울독립영화제2009 독립영화인의 밤
 

 12월 1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심히 달려온 ‘서울독립영화제 2009, 치고 달리기’의 꽃 중의 꽃, 독립영화인의 밤이 14일 명동 ‘매칭몰’에서 열렸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들과 SIFF자원활동가, 참여 감독 및 배우 등 200여명이 모인 자리는 영화제만큼이나 흥겨운 분위기였다.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일어나 자리를 함께한 감독님들을 소개하고 영화제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건배를 청했다.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잔을 들고 ‘치고!’를 외치자 다 같이 ‘달리자!’로 화답했다. 이곳저곳에서 화기애애한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빈 잔은 계속 채워졌다. 어느덧 영화제 중반을 지나고 있는 SIFF가 독립영화인들의 열기처럼 마지막까지 뜨겁게 달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고 올해의 독립영화인의 밤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권희민(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리뷰


<호수길>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곳

나른함과 처참함의 이중주다. 정재훈 감독의 <호수길>은 서울시 은평구 응암 8,9구역이 재개발로 철거의 전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극의 전반부는 철거 전 삶의 터전에 대한 사소한 기억이지만 후반부는 재개발로 파괴되어가는 참혹한 철거 상황에 대한 증언이다.

영화는 그림일기처럼 열린다. 반달이 뜬 낮, 청명한 하늘, 해사한 햇살과 새소리가 인적 없는 길가를 메운다. 병풍처럼 펼쳐진 주민들의 일상은 민낯을 한 새색시의 얼굴처럼 투명하게 드러난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채소를 다듬는 아낙네들, 공터와 골목을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야트막한 언덕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노인들까지 영화는 인간의 생과 사를 관통하여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주민들을 하나로 엮는다. 한 지점에 붙박은 카메라는 소소한 일상을 정적으로 담아내며 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깊은 응시가 투영된 이미지들이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다. 
 
그렇게 미니멀한 방식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몇 번의 줌인을 시도한다. 줌인 된 화면에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과 행인들이 모습이 담겨 있다. 입자가 자글자글 부서진 화면은 마치 묵은 때가 켜켜이 쌓인 낡은 사진첩 또는 홈비디오의 질감으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준다. 한편 화면에서 소실점처럼 작아지는 대상을 일부러 줌으로 끌어당겨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애틋한 정서가 물씬 배어나기도 한다. 이는 카메라가 대상과 인물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카메라가 대상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의 과거는 미래가 되지 못한 불완전한 시간으로만 존재한다. 마을에 밤이 찾아오고 개 짖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오면, 과거와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마을은 주민을 잃고 건물은 주인을 잃는다. 공터를 뛰어놀던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굴착기의 굉음이 아이들의 부재를 대신한다. 카메라는 겁에 질린 듯 뒤로 물러서면서 건물의 잔해들이 널브러진 거리를 비춘다. 이후로 더 이상의 줌인은 없다. 다가서고 싶은 인물, 동화되어야 할 대상과 향수를 자극할만한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집 잃은 고양이나 주인 없는 개의 주변을 맴돌거나 그 주위를 배회한다. 빈집에 오도카니 서서 기계음으로 가득한 외부를 응시하는 시선은 불안과 공포, 처량함과 비애 그리고 더 나아가 상실의 고통을 말한다. 
 
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담은 그 후의 영상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나머지 초현실적으로다가 온다. 영화 속 참혹함.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현실이며, 사소한 추억과 과거를 누릴 자유마저 유린당하는 우리네 삶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이처럼 <호수길>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사적인 추억과 상처를 말하는 영화다. 이도훈(관객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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