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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특별전’을 위해 장률 감독이 처음으로 서울독립영화제를 방문했다. 13일 오후엔 관객과의 대담도 가졌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해석과 질문에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위트 있는 답변을 선사하며 팬들의 마음을 더욱 단단히 붙들어 놨다. 정미래 기자(FILMON)


사진 문지민(서울독립영화제 기록팀)


대담은 어땠나?
관객들의 질문이 점점 더 다양하고 진지해져서 놀랐다. 내 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감독으로서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돼서 행복했다.

이번 특별전에 대한 소감은?
소문으로만 듣던 서울독립영화제에 처음으로 와봤다. 여기서 내 특별전을 연다는 건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한 감독의 전작을 상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나. 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에 놀랐고, 감동 받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좋다. 영화제 스탭이라기보다는 한 가족 같다.

다큐멘터리 <張律, 장률>을 어떻게 봤나?
중국으로 DVD를 보내줘서 봤는데, 우혜경 감독이 수고 많이 했더라.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재미없다. 주인공을 다른 사람으로 했으면 훨씬 더 잘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웃음) 정성일 선생의 소개로 우혜경 씨를 만나 졸업 논문으로 찍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된 건데 영화제에서 상영될 줄은 몰랐다. 부끄럽다.

평론가들에게 커다란 지지를 받는 감독이다. 대담 때 “평론가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이란 말을 자주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글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감독이 관객에게 직접 이 영화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 감독이 ‘이렇다’고 말하면 관객은 ‘이렇게’ 밖에 영화를 볼 수 없다. 그래서 감독은 제작과정과 느낌을 얘기하는 것에만 그치고 영화에 대한 해석은 평론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론가는 감독과 관객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한다. 그건 아주 중요하다. 감독은 ‘이렇게’ 만들었는데 평론가는 ‘저렇게’ 해석하는 거, 얼마나 재미있나! 경우에 따라서, 만든 이보다 해석하는 이가 더 정확하게 영화를 이해하기도 한다. 감독이 몰랐던 것을 찾아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평론가도 영화를 재창조하는 거다. 하지만 나를 ‘평론가가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부르면 슬퍼진다. 평론가만 좋아한다는 건 결국 관객이 싫어한다는 뜻이니까. 관객이 좋아하는 감독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한국에선 당신을 ‘경계에 선 주변인’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 생각이 없다. 날 어떻게 부르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좋은 놈이라고 부르든 나쁜 놈이라고 부르든 신경 안 쓴다.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니까.

그럼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냥 사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 아직 좋은 사람이 덜 된 사람.

<경계> <이리>에서 한국배우들과 작업을 했는데 어땠나?
한국배우들은 좀 더 철저히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내 작업 방식은 그게 아니다. 그래서 철저히 준비한 걸 깨트리면서 시작했다. 아마 배우들이 되게 황당했을 거다. 아 이거 뭐야, 이러면서. 그래도 극복하고 소통하고, 마지막에는 재밌었다고 하더라. 물론 내 앞에서만 그렇게 말한 걸 수도 있겠지만.(웃음)

매우 솔직한 성격으로 보인다.
영화감독은 허구를 통해서 진실을 찾는 사람이다. 수단은 허구지만 바탕은 솔직해야 한다. 바탕이 솔직하지 않으면 그 허구는 진실이 되지 못한다. 항상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려고 노력한다.

당신의 영화에선 공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내 영화만 공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 모든 영화에서 공간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공간을 어떻게 다루는가, 공간에서 감정이 어떻게 흐르는가는 감독의 몫이다. 감독은 공간을 선택할 수 있지만, 관객은 피동적으로 그 공간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간 안에서 감독의 감정이 진실하게 흘러간다면 관객도 그대로 느낄 것이다. 내가 제일 용납 못하고 싫어하는 건 공간이 엉망인 영화다. 공간을 선택해서 감정을 담아내는 게 영화의 기초인데, 그 기초가 없는 영화들이 있다. 난 공간을 선택하고 담아내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구상할 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다양하다. 어떤 영화는 공간, 어떤 영화는 그림, 또 인물, 감정, 엉뚱한 말. 작품마다 다르다.

새 영화 <두만강>은 언제 만날 수 있나?
편집이 끝난 상태다. 내년에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대로 흘러가는 두만강에 대한 이야기다. 내 영화 중에서 제일 거창한 제목이다. 일단 거창하게 지어봤다.(웃음)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한국에서 두만강을 아는 사람이 1천만 명 정도라면, 그 중에서 500만 명은 이 영화의 존재를 알 것이고, 그 중에서 5천 명은 이 영화를 개봉관에서 감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웃음)

한국의 젊은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잘 따라 배우겠다고. 겸손한 척 하는 거 절대 아니다. 이번에 서울독립영화제 단편 경쟁작들을 보고나서 정말 많이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기술적인 완성도뿐 아니라 생각의 깊이가 굉장했다. 영화라는 게 꼭 젊은 사람이 만들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영화엔 청춘의 기운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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