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다시 만나요, I ♥ SIFF!
지난 10일(목) 인디밴드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의 뜨거운 축하무대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 35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SIFF)가 눈 깜짝 할 사이 중반부를 거쳐 폐막을 앞두고 있다.
18일(금) 오후 7시에 시작될 폐막식 사회는 독립영화계의 히어로로 자리 잡은 똥파리의 감독이자 주연배우 양익준, 여자 주인공을 맡았던 김꽃비 두 분이 맡았다. 예년에 비해 출품작이 많아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다양한 단, 장편경쟁 작품들과 초청작들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SIFF2009.
영화제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매서운 한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SIFF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 주시는 관객들이 있어 스태프들의 마음만큼은 따뜻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SIFF가 열리는 12월을 기다리시는 분들과 SIFF를 처음 방문해 주시고 독립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SIFF2009와 함께 하셨던 모든 분들 복 받으실 거예요.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김수선(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에세이
살아 있는 이미지, 살아내는 시간들
"이미지는 기억이 아닌데 기억처럼 저문다." <경>에서 들은 문장이다. 까닭은 모르겠지만 흘려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일까? 집으로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했다. 이미지가 저문다고 말할 때 영화 속 인물의 목소리는 떨렸다. 슬픔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밤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미지는 기억이 아니다'는 말은, 이미지가 단지 환기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면 안 된다는 것처럼 들렸다. 스크린에 투사된 상으로서만 남게 될 때 이미지는 극장 문을 열고 나오는 동시에 사라진다. 창문에 서렸다 이내 지워지는 입김처럼 가볍게. 스크린에서 관객의 삶으로 채 고여 들기 전에 이미지는 지워지는 것이다.
생각은 고민으로 바뀌어갔다. 점차 걱정스런 질문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만날 때 내 모습은 어떤가. 감정에 취한 나머지 이미지를 눈물로 소모해버리진 않았나. 음악에 기대서 영화의 근심을 잊은 건 아닐까. 내게 이런 식으로 다뤄지는 이미지를 생각하니 서러워졌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니 앞으로의 일들이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어떤 영화들이 생각났다. <커밍아웃 여행>.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엄마께 밝히는 딸. 그 고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엄마. 딸과 엄마의 눈물이 자꾸 떠올랐다. 그때 흘린 내 눈물은 뭐였을까. 그들의 눈물은, 괴로울지라도 자신의 진실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선 결단으로 일궈졌다. 그것을 본 나는 무언가를 배우는 마음으로 눈물이 났던 것이다.
다른 한 편은 <호수길>이다. 평화로운 호수길을 담은 전반부에서 카메라는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다. 재개발 철거 현장을 담은 후반부에서 카메라는 곳곳을 다닌다. 파괴된 건물과 길의 참담한 현장을 분명히 인식하려는 듯. 존재의 고유한 시간이 간직된 집들은 혼을 빼앗긴 듯 처참하다. 그 한가운데로 카메라를 든 자는 몸소 걸어 들어간다. 연기가 자욱한 건물 안에서 기침을 뱉어가며 서 있을 때 카메라는 위아래로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건 가해하는 세계와 필사적으로 맞서려는 자의 숨이었다.
처절한 시간들을 어떻게든 맞서고야 마는 이미지들. 그 힘이 내 삶에서 지워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영화제에서 배워간다. 고통을 동반한 배움이지만 더없이 경건해지는 시간이다. 정아람(관객심사단)
인터뷰
서울독립영화제2009 관객심사단, 그들은 누구?
영화제 막바지에 접어든 16일 오후 6시, SIFF만의 특별한 자원활동가인 관객심사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들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내일 있을 깜짝 상영작 선정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진지하기만 했다. SIFF 데일리지의 리뷰를 책임지는 필자이자 관객의 눈을 대표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관객심사단 : 관객심사단장 이도훈 / 관객심사단 박다해, 정아람, 황예지(이하 ‘이’, ‘박’, ‘정’, ‘황’)
1. SIFF 자원활동가에는 다양한 파트가 있는데, 관객심사단에 지원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는지?
박> 영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지원하게 됐는데. 막상 지원하고 나니 제가 영화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정> 자원 활동을 하다보면 영화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올해 두 개의 영화제 행사 팀으로 참여를 했다. 근데 부족함을 느꼈다. 서독제도 좋아하는 영화제라 스텝으로 참여하고 싶었고, 되도록이면 영화와 가까운 무엇을 해보자고 생각해서 관객심사단을 준비하게 됐다.
황> 영화를 보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었다. 하게 되어서 좋았다.
이> 저는 원래 관심단으로 시작했고 2년 차부터 반장이 됐다. 처음에는 서독제를 잘 몰랐는데 군대 있었을 때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가, 씨네21 뒤에 알림이 있어서 지원하고 면접보고 전역하면서 바로 시작했다.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2. 독립영화를 알게 된, 혹은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박> 저는 이승영 감독님의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본 것이 처음 접하게 된 계기다.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였고, 이제 입문한 것과 다름없다.
정> 독립영화 자체는 고등학생 때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 때부터 인디문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고등학생신분이어서 밤 늦게 TV를 보는 게 힘들어서 아쉬웠는데, 수능이 끝나고 처음으로 독립영화제를 가게 됐다. 처음 본 영화는 신동일 <방문자>라는 영화다. 이번에 개봉한 <반두비>를 만드신 분이다. 처음으로 겪은 관객과의 대화는 참 신기한 세계였다. 처음 질문했던 영화도 그 영화다. 영화에 대해서 활발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이> 2003 미장센단편영화제부터였던 것 같다. 친구가 열심히 꼬셔서 극장에 갔다. 처음 본 영화는 신재인 감독의 <재능 있는 소년 이중섭>이었다. 그 영화 때문에 (독립영화가)좋아졌다.
황> 저는 디자인과라 그런지 ‘괴도’라는 독립영화 포스터를 보고 감명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후에 독립영화나 영화제 포스터에 쭉 관심을 가지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직도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3. 이번 SIFF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과 리뷰를 쓸 때 가장 힘들었던 작품을 하나씩 꼽는다면? (이유도 간단히)
박>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인상 깊었다. 제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감각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쓰기 어려웠던 작품은 <친구사이?>다. 주관적인 것이 많이 반영될 까봐 신경을 썼다.
정> <호수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리뷰 작성 때 힘들었던 것은 <경계도시2>였다. 영화에만 근거해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사실들을 서술하면서 오류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가장 신경이 쓰였다. <호수길>은 그냥 좋았다.
이> 작품을 떠나서 오우정씨가 나오는 영화가 다 좋았다. <계몽영화>와 <우유와 자장면>이다. 배우가 너무 좋았다. 새로운 배우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도 출연하신 것도 있지만 올해 두각을 나타내신 것 같다. 리뷰 쓰기 힘들었던 것은 <호수길>이었다. 마감 두 시간 전까지 완성을 못했고, 영화도 두 번 세 번 봤다. 영화가 이미지로 돼 있어서 논리적으로 풀기 어려웠다. 애증의 영화다.
황> <달세계 여행>이 어려웠다. 이미지적인 영화라 말로 풀어쓰면 전달이 오히려 잘 안될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웃음). 는 처음에 실험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 볼수록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4. 관객으로서 작품을 볼 때와 관객심사단으로 작품을 볼 때 차이가 있었나?
박> 관객으로 볼 때보다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관객의 의도나 화면이나 배우의 심리 연기 등을 생각하면서 봤다. 정>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일반관객 이든 심사단이든 큰 차이는 없다.
황> 저도 관객이나 관객심사단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영관에 들어가 보면 감독 지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지인이나 영화 관계자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나는 정말 이상적인 관객이었다.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 있었기 때문에 GV시간도 참 좋았다. 오히려 관객심사단으로서 순수한 관객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 저도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다만 관객심사단 하면서 여러 작품을 보니까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관객으로 볼 때는 직관에 충실했는데. 관객심사단으로서 볼 때는 아무래도 머리와 논리를 쓰면서 판단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5.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박> 개인적으로 큰 차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마케팅이나 홍보, 제작지원과 같은 외부적인 부분에서 달라지는 것 같다. 독립영화나 상업영화나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 암묵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떠나서 자기의 문제를 절실하게 카메라로 담아내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에서 영화의 절실함을 경험적으로 더 많이 느꼈다. 제가 만약 영화를 만든다면 저의 문제, 고통 때문에 카메라를 들 것 같다.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는 결단이 (영화를 찍는 데) 필요하다.
이> 객관적인 것은 모르겠다. 주관적 느낌을 말하자면, 저에게 상업영화는 판타지라면 독립영화는 현실에 가깝다.
황> 일단 저예산이라는 게 독립영화의 특징인 것 같다. 그리고 (상업영화보다)화면이나 내용에서 센 것 같다. 날것의 느낌.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6. 미래의 SIFF 관객심사단에게 한 마디 ^^
박> 서독제 관객심사단에 지원해서 들어오게 된 것은 영광이다. 영화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니,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정> 영화를 사랑하고 싶은, 그런 분들이길 바랍니다.
이> 처음에 관객심사단의 취지가 새로운 독립영화의 친구, 후원자를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알고 있다. 친구가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 좌절하시 마시고, 파이팅. 관객심사단을 하시면서 여러 가지 고난이 있겠지만 이겨내시길 바란다.
권희민, 박윤아(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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