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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09] 마지막 날

FOCUS ON 2009/12/18 10:57 Posted by '미래

SIFF2009 8일차, 개막작인 <원 나잇 스탠드>가 매진되는 등 영화제의 열기는 계속 되었다. 특히 장편 초청작 섹션 및 장률 특별전에서는 빈틈없는 관객석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폐막을 앞둔 자원활동가들과 스탭들의 얼굴에도 이제 피곤함이 노긋노긋 묻어나기 시작했고, 그 노곤함 만큼 곳곳에서 폐막을 앞둔 아쉬움이 전달되기도 했다. 더욱이 SIFF2009를 끝으로 그동안 독립영화계의 안락한 보금자리였던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게 되어 아쉬움은 배가 되었다.

이제 SIFF는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더 멋진 2010년을 위해 더욱 동분서주하며 봄을 기다릴 것이다. 9일간 추운 극장을 지키며 고생했던 자원활동가, SIFF스탭, 상영작 감독 모두 SIFF가 2009의 가장 멋진 추억이 될 수 있었길 바라며 아듀 SIFF2009! 달로(서울독립영화제 데일리팀)



힘내시게 SIFF!!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김태일 감독


글을 쓰려니 옛날 생각부터 먼저 나네
비디오카메라 한대로 후배와 단둘이서 6개월 넘게 다큐를 만들겠다고 버텼지,
그렇게 고생 끝에 만든 작품은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한채 내 기억으로만 남아있게 되었어.
잘 만든 작품은 아니였지만 그땐 상영할 공간이 없고 보여줄 곳도 별로 없었지.
그게 불과 15년전 이야기라네. 약간 신파 냄새가 나는데 그땐 정말 그랬다네.
만들어도 상영할 곳이 없었고 몇 군데 대학 공간에서 상영하는게 전부였지.
그때 생각하면 난 가끔 고맙다는 말부터 먼저 나오더군.
지금까지 오면서 숱하게 만난 어려움을 겪으며  만들어진 이 공간으로인해
내가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네.
그때까지 사회에 있던 친구들이 자네 뭐하나 물으면 답하기가 어려웠어.
독립영화라면 영화사 이름정도로 알았으니까 말이야.
예심도 해보고 본심도 해 보면서 영화제를 만들어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어야 하는지도 알게 됐고,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험의 장이기도 하였네.
4대강사업, 용산참사를 보면 시간의 흐름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런 상황에서 독립영화도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잘 버텨낼 것이라 믿네.
예전엔 이보다 더한 것도 잘 버터내지 않았는가.
이런 자리가 있으니 연말에 주변동료들도 만나고 살피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되어 다행이라네.

모두들 올 한해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내시게 siff


서독제, 우린 이제 어색하지 않아!

시작이 반이라면, 반은 곧 끝인가봐요. 중간쯤 왔다 싶으니 영화제가 끝나가네요. 2009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을 앞두고, 올해의 영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영화제 기간 다양한 장르와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상영되었습니다. 관객으로서 이러한 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즐거웠던 순간들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크린 앞에서 심란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처음 만난 독립영화는 말수가 너무 적어서 우리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그때는 빨리 영화가 끝나고 자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 없는 친구의 시선을 따라 가며 보는 세상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오후 3시쯤 호수길에서 흩날리는 것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 온다면, 교미기의 비밀스런 짐승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세상에는 반드시 크게 들어야만 하는 위대한 로큰롤이 있고, 동시에 그를 사랑하는 영원한 아류 ‘락닭’이 있습니다. 수진들에게 닿을 수 없는 곳은 The End로 시작하는 짧은 주소를 가진 바나나 향기입니다. 당신의 바벨탑은 달세계로 날려버리고 경적을 울려요. 우유와 자장면을 좋아하는 복자에게 파마는 어울리지 않아요. 내 청춘을 돌려달라며 88만원을 가지고 떠나는 커밍아웃 여행은 조금은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시간일 거예요.

21세기를 방황하는 청춘들의 삶과 권태, 혹은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명한 영화들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의 얼굴에 투영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얼굴에 비친 상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영화관 밖을 나갈 것입니다. 같은 시각, 임호경 감독의 단편 <Act of Life>를 나란히 앉아서 보는 관객 둘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대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태도에 장르의 신선함을 느끼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속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사념적 물음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더러운 삐-급 애니메이션 속주패왕전과 귀여운 만딩씨는 서울독립영화제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김도연 감독의 단편 <연애담>의 충격적인 장면으로 어질러진 머릿속은 이내 생뚱맞게도 ‘기분좋음’으로 변합니다.

관객들을 맞이하는 자원봉사 활동가들의 밝은 웃음과 오랜 시간 영화제를 준비했을 스태프 분들의 노고 덕에 올해에도 서독제가 거뜬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9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관객심사단으로 활동하면서 한 해의 뽕을 다 뺀 기분입니다. 올해 서독제에서 과식한 영화들은 앞으로 천천히 소화해 갈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서독제는 간지쟁이! 황예지(서울독립영화제 관객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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