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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최동훈에게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두말하면 잔소리, 당연히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같은 영화일겁니다. 저로선 다른 대답이 떠오르질 않는군요. 그는 어둑한 이야기와 현실적인 인물들을 활용해 날렵한 영화를 만드는 데에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비록 2편뿐이지만 말입니다).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는 대사에는 말의 맛이 살아있지요. 빠른 편집에 담긴 속사포 같은 대사에 넋을 잃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 상업적인 우수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비범한 재능이지요.

이런 최동훈 감독이 비록 실존했다고는 하나 적잖이 상상의 영역에 기대고 있는 인물, ‘전우치’를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크나큰 기대만큼이나 염려를 품었던 것입니다. 도술을 부리는 도사이자 아동만화 같은 낙천성이 느껴지는 전우치는 아무래도 ‘최동훈다운’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전우치는 누구인가요? 대략 조선 중종 때의 인물로 알려진 그는 은거지사로서 도술로 이름을 떨쳤다는데 밥알을 나비로 변하게 하는 정도는 심심풀이였으며 심지어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재주를 부리는 신선급(?) 도사였습니다. 권력층을 조소하는 등 시대를 농락했다고 일컬어지는데, 기록상으로는 실존했지만 논리상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인물이지요. 자 이런 전우치를 영화화하겠다는 생각에 여러분은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십니까? 또한 최동훈 감독이 만들어낸 <전우치>에는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시나요?

사실 환상의 영역을 영화화하는 작업은 무척이나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제멋대로 떠다니는 상상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이해 가능한 지점으로 끌어 내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로 공을 들여야 하지요. 참신한 설정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면 상상력은 권태로운 비주얼과 답답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기 마련입니다. 아니면 터무니없는 무성의 속에서 파편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지의 제왕>(2002) 시리즈나 최근 모두를 경탄케 한<아바타>같은 작품의 성취는 새삼 놀라운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본의 문제입니다. <반지의 제왕>으로 일약 메이저중의 메이저 감독으로 발돋움한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프로젝트를 맡게 된 이유를 아시나요?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가 적은 자본으로도 최고 수준의 특수효과를 구현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돈이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너무나 당연하지요. 상상을 현실로 끌어 들이는 데에는 돈이 듭니다. 피터 잭슨이 그리고 할리우드가 <디스트릭트 9>을 주목한 데에는 역시나 현실적인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디스트릭트 9>의 연출자 닐 블롬캠프가 매우 저렴하게, 무척이나 뛰어난 효과들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전우치>는 어땠을까요? 저는 이 부분에서 우울한 소식을 전해야합니다. <전우치>는 특수효과 부문의 성취가 떨어집니다. 이는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에 비한 상대적인 열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극장가에 출몰한 시각효과들이 너무나 출중한 탓에 그 간격은 더욱 넓어 보이지요. 일단 액션의 아이디어나 도술을 구현하는 설정은 그리 큰 문제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아 보입니다. 유쾌하고 엉뚱한 전우치(강동원)의 액션은 그 캐릭터에 걸맞게 유머러스하고, 음험한 화담(김윤석)이 벌이는 액션은 어둡고 잔인합니다. 사람으로 둔갑한 개, 초랭이(유해진)의 역할도 흥미롭습니다. <전우치>의 액션은 양자 간 구도에 언제나 한 명 이상의 주변 인물들을 첨가시킵니다. 초랭이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인데, 제3자가 참여한 액션신은 이리저리 정신없이 주고받는 합과 대사의 중첩을 통해 남다른 재미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까 더욱 아쉬운 겁니다. 이 정도의 참신함이 있음에도 <전우치>의 시각적인 성취는 무척이나 거칠고 어색합니다. 가령 12지를 요괴로 응용한 토끼 괴물과 쥐 괴물 같은 경우, 아무리 높게 평가할 지라도 할리우드 B급 영화보다 딱 한 걸음 정도 더 나간 수준입니다. 관객을 환상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안타깝지만 <전우치>는 그 부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돈을 탓할 수도 기술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작품은 정해진 예산과 기간 안에서 기획되고, 제작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무리한 작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와이어를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강동원, 김윤석이 간혹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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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d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우치 아직 못 봐서 기술력이 어떤지 모르지만. 기술 부족보다는 아무래도 자본 문제 아닐까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감독님들이 최소 자본으로 최대 화면 효과를 낸다고 하는 거 보면 아무래도 자본 문제라고 생각이 드네요. 최고 기술을 보여 주려면 그만큼 인력도 필요할 것이고 장비도 더 많겠지요. 그리고 요괴 같은 경우는 다르게 생각하면 현실에 없으니 생생한 cg 효과보다는 어설픈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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