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CREEN] <파라노말 액티비티> 2007 | 감독 오렌 펠리 | 출연 케이티 페더스톤, 미카 슬롯 | 2010.1.13 개봉
자료를 제공해준 경찰에 감사하다는 뻔뻔한 자막에는 피식했지만 크레딧조차 올리지 않는 치밀함으로 막을 내릴 때에는 이 눈부신 거짓말에 경탄해마지 않았다. 초자연적 현상을 카메라로 담으려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영화 내내 오로지 이들의 이층집만을 맴돌 뿐이며 등장인물도 영매 한 명을 제외하면 이들이 전부다. 하지만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기척에서 시작해 어느새 쿵쿵거리는 발소리로 실체를 드러내는 기현상은 조금씩 수위를 높이는 영민한 영화적 감각으로 발군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밤이 되면 잠든 커플을 응시하는 카메라가 어김없이 돌아가고 이 장면이 반복됨에 따라 침실신만 등장하면 자세를 고쳐 잡고 심호흡 하는 것은 어느새 너무나도 자연스런 풍경이 된다. 충격적인 결말부에 이르러 기어코 터져 나오는 객석의 비명소리는 ‘귀신의 집’을 소재로 한 그 어떤 영화보다 오싹하고 흥미로운 경험임을 확증한다. 강상준 기자
[ON SCREEN] <더 로드>
2009 | 감독 존 힐코트 | 출연 비고 모텐슨, 코디 스밋-맥피, 샤를리즈 테론 | 2010.1.7 개봉
‘죽을 때까지 걷기만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란 질문을 스스로 한 적 있다. <더 로드>는 그 상황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상황은 안 좋다. 아버지(비고 모텐슨)와 아들(코디 스밋-맥피)이 걷는 세상은 잿빛 세상, 코끼리 인형을 안고 자살한 세 가족을 바라보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너도 왜 그런지 알잖아”라고 말하는 잔인한 세상이다. 부자(父子)는 호위병과 천사가 돼 서로의 곁을 지키지만, 희망은 없다. 굶주림에 생긴 아비의 주름은 삶의 이유와 가치를 묻고, 매순간 찾아오는 죽음의 위협은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들은 바다를 찾아 남쪽으로 걷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의 불씨를 지키기 위해 걷는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불씨를 지키는 건 고되고, 고결하다. 이들을 만나고, 앞 질문에 대한 답은 ‘죽겠다’에서 ‘끝까지 걷겠다’로 바뀌었다. 안효원 기자
[ON TV] <영어 완전 정복> 2003 | 감독 김성수 | 출연 이나영, 장혁 | 2010.1.15(금) 25시 10분 KBS1TV 방영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 선 굵은 작품을 만들었던 김성수 감독이 만든 상큼발랄 코미디. 9급 공무원 영주(이나영)는 영어회화 학원 초급반에서 잘생기고 영어도 잘할 것 같은 문수(장혁)를 만나 한 눈에 반한다. 회식자리 소주병 돌리기에 걸려 학원을 가게 된 영주지만 문수 덕에 영어도 좋아진다. 하지만 문수의 눈에는 뺑뺑이 안경에 지극히 ‘노르말’(normal)한 영주가 아닌 금발의 영어선생님이 눈에 들어온다. 다급한 영주는 시골 할아버지 집에 영어를 아는 신통한 돼지가 있다는 허풍을 치고, 돼지와 함께 문수 마음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감독은 영어 울렁증이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잘 포착해 유머 넘치게 스크린에 재현한다. 또 “나도 내거티브(negative) 스피커나 만나야 겠다” 등 어딘가 어설픈 대사는 씹을수록 맛있다. 안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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