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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를 따라하고 안 하고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떼커플’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이 된 <러브 액츄얼리>에 의도했든 안했든 영향 받은 영화가 어디 한 둘일까.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데 그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겠으나 <러브 액츄얼리>만큼 잘 만들었다면, 잘 따라했으면 칭찬해줘야 한다.

군말 필요 없이 ‘이탈리아판 <러브 액츄얼리>’인 <애프터 러브>는 대놓고 <러브 액츄얼리>의 적자임을 자처한 영화다. <러브 액츄얼리>가 막 피어나는 사랑의 형형색색 설렘으로 크리스마스를 향해 달려갔다면, ‘EX’라는 원제를 지닌 <애프터 러브>는 행복한 크리스마스에서 시작해 충분히 불타오른 사랑의 삐걱거림을 포착한다. 지구 반대편으로 멀어진 젊은 연인, 헤어진 여친을 스토킹 하는 남자, 결혼을 앞두고 옛 애인과 재회한 여자, 서로 죽일 듯 미워하는 중년 부부. 영화는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사랑 이후의 사랑을 들여다본다.

만인이 부러워할 애정을 과시하던 선남선녀 커플은 눈물의 생이별을 경험하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설에 낚여 전전긍긍한다. 애인이 경력을 위해 24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하며 12시간이나 시차가 나는 곳으로 가버린다면 아무리 공고한 믿음으로 무장했다 한들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차버린 여자를 잊지 못해 주위를 맴돌며 그녀의 새 애인을 괴롭히는 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때론 이별 뒤에야 그 사랑이 진짜였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지금 내가 결혼식장의 신부이고 그 진짜 사랑이 내 앞에서 주례를 보고 있는 신부라면 서약을 마치기 전 신랑을 바꾸는 수밖에. 또 몇 십 년을 지지고 볶으며 전쟁 같은 싸움을 일삼던 부부에게 이혼은 뜨거운 사랑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랑은 어떻게든 변한다. 그렇다고 꼭 사랑하는 사람 자체가 바뀌라는 법은 없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주고 싶을 만큼 열렬히 좋아했던 마음도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달라지기 마련. 죽을 때까지 똑 같은 온도와 질량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멀어진 물리적 거리나 습관처럼 되어버린 다툼, 아니면 오해와 실수에 의한 이별 때문에 식고 깨져버린다. 그래도 뒤늦은 깨달음으로 온기를 되찾고 때론 더 뜨거워질 수도 있는 게 바로 사랑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애프터 러브> 속 사랑은 고결하지 않다. 하지만 그게 바로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여러 쌍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치고 빠지는 옴니버스로서의 구성이 매끄럽다. 부모 자식이나 친구지간으로 연결된 각 인물들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균형적이고 유기적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어느 한 캐릭터, 어느 한 에피소드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알뜰하게 엮어낸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애프터 러브>는 정곡을 찌르는 맛깔스런 대사로 빵 터트려주는 코미디가 일품이다. 이 정도면 ‘제2의 <러브 액츄얼리>’라 불려도 손색없을 듯하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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