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게 그래요. 일상을 반복하는 거죠.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과 언제 다시 그 일상을 반복할지 아는 것,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에요.”
조셉 고든 레빗의 표현을 빌리자면, 2009년 레빗의 삶은 일상에서 벗어났다. 2009년 레빗은 단편영화 <빅 브레이크스 Big Breaks>,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로맨틱코미디 <500일의 썸머>, 독립영화 <언서튼티 Uncertainty>, 코미디 <위민 인 트러블 Women in Trouble>, 액션 블록버스터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에 출연했고 단편 <스팍스 Sparks>를 연출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저예산과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로맨틱코미디와 코미디와 액션 등 온갖 장르에 더해 연기와 연출의 경계까지 가로질렀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의 재능이 폭발한 한 해였다.
“난 영리한 아이, 그 다음엔 웃긴 아이, 멋있고 달콤한 아이, 심지어 화가 난 아이까지 연기했어요. 하지만 결코 섹시한 아이는 연기한 적이 없어요.”
<미스테리어스 스킨>
<브릭>
2004년과 2005년에도 레빗은 익숙한 굴레를 벗어나 삶에 새로운 길을 낸 적이 있다. 2004년 레빗은 <미스테리어스 스킨>에서 성폭행 당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매매를 하는 십대 남성 동성애자 닐을, 2005년 <브릭>에서는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아나서는 고등학생 브랜든을 연기했다. 성폭행의 기억과 마약에 시달리는 우리 시대 불안한 청춘의 초상. 그 소름끼치는 연기를 통해 레빗은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1996~2001)의 보통 아닌 꼬마 타미를 벗어날 수 있었다. 여섯 살부터 똘똘한 아역 배우로 살았던 레빗이 비로소 눈여겨볼, 젊은 배우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곳곳에 이미지와 유명세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할리우드에서 레빗은 가십과 스캔들이 아닌, 연기로 성공적인 성년식을 치렀다.
2009년은 레빗이 두 번째 도약한 해다. 2009년 레빗이 출연한 많은 영화 가운데 우리는 <지.아이.조>를 봤고 지금 <500일의 썸머>를 보려 한다. <지.아이.조>에서 레빗은 과학적 발견에 사로잡혀 악당이 되는 과학자 렉스를 연기했다. 레빗이 연기하는 불안한 청춘의 모습은 <미스테리어스 스킨>과 <브릭>에서 <지.아이.조>를 거쳐 <500일의 썸머>의 톰으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할리우드의 정서는 관객을 모욕하는 거예요. 나는 제작자가 “관객은 멍청해. 애들은 멍청하다고.”하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들어맞지 않을 거예요. 난 오바마 대통령이 그에 대한 훌륭한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영화가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는지 봐도 알 수 있어요. <500일의 썸머>가 우리 부모님 세대에 만들어졌다면 말도 안 되는 영화란 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난 이 영화에서 2009년을 떠올려요.”
<500일의 썸머>
톰은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썸머(조이 데샤넬)에게 한눈에 반한다. 연애는 좋지만 사랑은 싫다는 썸머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는 톰. 썸머의 곁에 있자니 그의 뜻에 따라야 하는데 그의 곁에 있으면 있을수록 그를 더 사랑하게 되는 톰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건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네 모든 사랑과 연애의 옆얼굴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톰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 때문에 들뜨고 마음 졸이고 좌절하고 다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결단을 내리고 인정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불안한 청춘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미스테리어스 스킨>의 닐과 <브릭>의 브랜든 <지.아이.조>의 렉스가 겹쳐 보이기도 하지만 <500일의 썸머>의 톰은 그보다 훨씬 평범하다. 닐, 브랜든, 렉스처럼 성폭행이나 마약, 폭파 사고와 연관돼 있지 않다. 오히려 사랑 앞에 한번쯤 약자가 되어 봤을, 수많은 보통 사람의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 톰은 닐, 브랜든, 렉스와 비교할 때 단연 사랑스럽다. 똑똑한 아역 배우에서 불안한 청춘의 초상으로 발돋움한 조셉 고든 레빗은 <500일의 썸머>를 통해 사랑스러운 남자로 또 한 번 변신한다. 톰을 연기하는 레빗에게서 <기사 윌리엄>(2001)의 히스 레저가 엿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내 장점은 체계를 안다는 거예요. 예산이 크다고 혹하지 않거든요. 열세 살 때라면 그랬을 지도 모르겠는데 난 여섯 살 때부터 일을 했으니까요.”
“성공은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권력도 돈도 마찬가지에요. 시나리오가 좋으면 하는 거예요. 단순한 거죠.”
“예전에 배우들은 유명인사가 아니었어요. 백 년 전만 해도, 윤락가 옆에 극장을 세웠어요. 배우들이 가난했거든요. 유명 인사들은 왕이나 여왕이었죠. 그러다 미국이 군주제를 폐지한 뒤로 지금처럼 이렇게 연예계와 유명 인사가 합쳐지고 있는 거예요. 난 그게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 말이 젠체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유명 인사에 대한 이 모든 쇼와 잡지 — 그건 우리, 할리우드,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거예요. 우리가 그걸 만들어낸 장본인이라고요. 내 생각에 그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많은 나쁜 일들과 하나가 돼서 움직여요. 탐욕을 부추기고 이기적이 되도록 부추기고, 돈이 더 많으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사다리를 타고 가라고 부추기죠. 그건 일의 본질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요. 내 말을 오해하지 마세요. 난 영화를 사랑해요. 하지만 유명 인사의 신화는 영화랑 아무 상관이 없다고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단단하게 마른 얼굴과 깊은 눈, 천진한 미소, 불안한 청춘을 실감나게 그리는 연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모습까지 조셉 고든 레빗은 십년 전의 히스 레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레빗을 히스 레저처럼 허망하게 잃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운동가 부모 밑에서 자라 일찍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레빗은 할리우드의 정치적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레빗은 신문과 뉴스를 기웃거리는 대신 스스로 오바마를 지지하고 나서고 영화를 연출하고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히트레코드(http://hitrecord.org/)를 운영한다.
조셉 고든 레빗은 그렇게 스스로 할리우드의 가장 건강한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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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굴만 보고 좋아한 거의 유일한 케이스의 배우가 이렇게 속도 알차다니....난 얘 어렸을 때 얼굴 보고 인디언 혼혈인줄 알았어. 암튼 내 맘에 쏙드는 얼굴
2010/01/22 01:47나도 인디언 혼혈인가? 라고 생각했음
2010/05/15 14:30하여튼 나도 매우 좋아하는 얼굴...
속셈없는 말이라면, 와.. 외면이나 연기에서 느껴지는 배우로서의 매력만큼 사고관이 멋진 인간;이네요. 배우에 대해 궁금해져서 검색하다 들어와 잘읽고 갑니다.
2010/08/03 23:00정말 멋진 사람이네요.그리고 특히 이사람의 연기가 정말 멋져요
2010/08/12 18:57영화에 집중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연기를 하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