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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만화가 영화의 확실한 소스로 자리매김한 시대다. 그중 취재를 통해 전문인의 세계를 일구는 만화가 허영만, 그의 독보적 행로의 산물인 <식객>은 가장 대표적인 성공 아이콘으로 칭할 만하다. 한국요리전문만화 <식객>은 2007년 영화 <식객>으로 300만 관객을 동원한 데에 이어 2008년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 또한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냄으로써 원작의 100만부 판매고에 버금가는 성공을 이어나갔다. <식객: 김치전쟁>은 검증 받은 브랜드인 <식객>의 두 번째 영화화인 동시에 세 번째 영상화 작품. 그러나 감독과 주연을 모두 교체하고 스토리 역시 만화원작의 에피소드보다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다잡은 이번 작품은 영화의 속편이라기보다는 스핀오프격의 ‘소품’에 가깝다.
 
전작 <식객>이 원작의 다양한 요리와 상당히 많은 에피소드를 면밀히 엮으며 나름의 탄탄한 줄기를 완성했다면 <식객: 김치전쟁>은 처음부터 ‘김치전쟁’이란 부제답게 ‘김치대전’이라 명명된 요리대회 공방전에 온전히 무게를 싣는다. 성찬의 라이벌 오봉주를 대신해 등장한 장은(김정은)은 전작의 봉주와 마찬가지로 퓨전과 세계화로 한식의 방향을 공고히 세운 인물. 이에 성찬(진구)은 또 한 번 ‘한국인의 맛’으로 대변되는 전통과 투박함을 앞세워 명징한 대비를 이룬다.


처음부터 완전히 선을 그은 둘의 명백한 지향점처럼 성찬과 장은이 김치대전의 승패를 ‘춘양각’의 존폐와 연결 지으며 겨루는 과정은 가지각색 김치 위로 펼쳐지다 이내 ‘어머니의 맛’으로 빠르게 수렴된다. 성찬과 장은은 모두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유년기를 보낸 인물로 이들이 추구하는 맛과 김치의 절대 경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 그대로 영화 내내 엄마에 대한 뒤늦은 용서와 화해를 향한다. 전작 <식객>이 한국적인 맛과 한식의 세계화라는 대등한 주장으로 맞선 가운데 ‘육개장’이라는 음식으로 예상치 못한 방점을 찍은 데에 비하면, <식객: 김치전쟁>의 골격은 매우 낯익고 흐름 역시 시종일관 완만하다.

지구상 존재하는 수많은 식재료들 모두 김치가 될 수 있다는 대사처럼 김치만으로 충분히 요리영화 속 요리의 위상 전부를 대변할 수 있을 거라는 영화의 믿음과는 달리 요리 과정은 물론 이를 화면에 담는 방법 또한 무척이나 단조롭다. 어렵사리 재료를 공수해 세상사 사는 이야기를 버무리는 가운데 김치의 맛깔스러움을 화면 밖까지 투사하며 침샘을 자극하는 전략보다는 형형색색의 음식들이 빠르게 화면을 스쳐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영화의 태도는 전작에 비해 한결 무성의하다. 이는 모든 맛의 근원을 어머니의 맛에서 시작해 엄마의 사랑으로 종결지으려는 단순한 의도 때문이기도 하다.


양념식으로 버무릴 코미디를 단순히 ‘싼티’에서 찾은 결과 역시 영화의 맛을 해치는 주요한 요인이다. 핸드볼 코트 위에서나 김치대전 주방에서나 한결 같은 캐릭터로 연기하는 주연 김정은이 모질지 못한 배추였다면, 김치대전 사회자의 ‘행사’형 진행과 과잉 캐릭터로 일관하는 몇몇 조연들은 싸구려 양념에 가깝다. 게다가 ‘가장 맛있는 음식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단순한 믿음 하에 꿋꿋이 쌓아가는 김치 한 포기 한 포기 또한 굳건한 지지기반이라기보다는 익숙한 동어반복에 가까워 어느새 지루해지기 마련. 김치를 찾아 삼십 리를 갔다면 엄마를 찾아서는 삼만 리로도 부족하다는 듯 끝내 어머니만을 부르짖는 이 3대 식객은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평이한 맛에 줄곧 머문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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