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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노동자 케이티(알렉산드라 라미)는 어린 딸 리자(멜루신 메이얀스)와 함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적당한 늦잠과 무관심, 그리고 출근과 퇴근의 연속입니다. 세파에 찌들어서인지 그녀의 얼굴은 건조하고 무표정합니다. 그녀의 어린 딸, 리자는 엄마만큼이나 무표정하지만 그 눈빛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미어 나옵니다. 스스로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거나 엄마를 깨워 출근을 돕는 그녀에게 그 나이에 어울릴 법한 행동이란 그리 많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루하고 적잖이 남루한 모녀의 일상 속, 고장난 로봇처럼 뻣뻣하던 케이티가 의욕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어떤 남자를 바라본 순간부터입니다. 그녀는 공장에서 마주친 파코(세르기 로페즈)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맹수가 먹이를 바라보듯이, 무표정하지만 강렬하게. 스페인 이주노동자인 파코의 반응 역시, 빠르고 간결합니다. 그는 어눌한 불어로 케이티에게 말을 걸고, 웃음으로 그녀를 유혹합니다.


이내 화면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사람의 섹스를 암시합니다. 거두절미, 단도직입적으로 말입니다. 둘의 관계는 일사천리로 흘러갑니다. 파코와 케이티는 사랑에 빠지고, 동거에 들어가, 곧이어 케이티의 임신에 이릅니다. 그리고 사내아이가 태어납니다. 잘생긴 것도, 못생긴 것도 아닌, 그저 튼튼해 보이는 남자 아이는 역시나 평범해 보이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리키. 하지만 리키는 보통 아이가 아닙니다. 그의 등에서는 천사의 그것과 같은 날개가 돋아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이 정도면 흥미가 솟아나지 않습니까? 라파엘로의 그림에서나 등장하던 아기천사가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셈입니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아기의 몸을 빌린 문자 그대로의 아기천사일까요? 아니면 요즘의 유행에 맞게 슈퍼히어로? 그것도 아니면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괴물?!! 다양한 장르영화를 기대하신 관객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연출을 맡은 프랑소아 오종의 의도는 이중 어느 것에도 근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목적은 ‘날개가 돋아나는 아기’라는 다소 낭만적이고, 지극히 괴상하며, 은근히 종교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오늘날의 유럽을(비단 유럽이 아니라 세상을), 그리고 그 당면 문제를 드러내는 데에 있습니다. 때문에 다소 지루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전반부는 영화의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 된다고 여겨지는 리키의 출현 이후만큼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모정이 약화되어 있는 케이티-리자 모녀의 일상, 그리고 섹스와 노동에 있어 서로에게 배타적인 욕망을 품고 있는 케이티-파코 커플의 관계는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설정입니다.

영화의 초반부, 케이티는 노동에 절어 기본적인 욕망은 물론 모정마저 희미해진 상태입니다. 이는 또 하나의 시선으로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리자의 관점에서 여실히 객관화합니다. 적당히 방치된 리자의 불안감은 노동자 싱글맘의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한 입체적인 관찰이자, 리키의 출현 이후 가족의 곤경을 적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불안감에 대해서라면 이주노동자 파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케이티에 대한 그의 애정은 필요에 의한 위장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시된 의심과 불안은 거두어 들인다고 해서 거두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리키>는 불편한 진실들을 건너 뛰지 않습니다.


민감한 관객이라면 이 가족의 변화, 날개달린 아이를 잉태한 이 가족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갈수록 가혹해지는 노동현실, 그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남루한 노동자들의 삶, 기본적인 애정과 조건들마저 변형되고 희미해지는 가족의 모습, 거기에 더해 더 나은 삶을 볼모로 존엄을 포기당하거나 진정성을 의심당하는 이주민에 이르기까지, <리키>는 오늘날 세상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바로 그렇게 보편적이기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한(내지는 외면하고자 하는) 문제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니까 철없이 하늘 높이 올라 케이티와 파코, 리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리키의 중요성은 그 존재자체의 가능성 여부보다 세상의 문제들을 질문하게 만드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가족은 해체되고 있는가? 노동환경은 나아지고 있는가? 국경과 국적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한계 짓고 있나? 이 모든 조건들 속에서 인간은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리키>를 관람하는 내내 우리는 날개달린 젖먹이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되뇌어야 할 것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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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키> : 방구석에서 태어난 작은 천사.

    Tracked from AV Studio  삭제

    +스포일러 그 자체. 당시 어머니는 정확히 10시 17분경 벨을 누르셨기 때문에, 나는 9시 45분 MBC 스포츠 뉴스가 끝이나면 그 때부터 이제나 저제나 시계한번 바라보고 초인종한번 바라보고를 몇번이나 반복했다. 가끔 어머니가 사오시던 순대에 나는 열광했으며, 아무것도 사가지고 오지 않으셨을땐 어머니는 꼭 바니양념통닭을 시켜주시거나 라면을 끓여주셨다. 그 때 먹었던 그 통닭 맛을 지금 느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 내가 기다렸던 것은 야식..

    2010/02/03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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