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우리가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전형입니다.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근사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는 한편, 스펙터클한 장면과 매혹적인 여성이 등장하지요. 이제 좀 지겨울 때도 됐는데, 어디서 본 듯한 그렇고 그런 장면들이 또 한 번 반복됩니다. 광활한 벌판을 뛰어다니는 말과 무사들, 눈이 시큰할 정도로 화려한 색감과 복색, 그리고 웅장한(척하는) 전쟁장면이 시절지난 유행가처럼 적당히 늘어집니다. <영웅>(2002), <연인>(2004), <야연>(2006), <황후화>(2007), <명장>(2008) <적벽대전>(2008, 2009)시리즈 등, 최근의 중화권 블록버스터들 중에선 예외를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솔직히 내어놓고 말해서, 촌스럽습니다. 영화의 주제나 인물, 전개나 상황에 어울린다면 모를까, 그저 무턱대고 우겨넣은 장면들이 어색하고 딱딱합니다. 연출자 탓일까요? 영화의 대한 책임이 대부분 연출자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중화권 블록버스터에 관해서라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자>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인데, 무척이나 영웅적인 풍모를 내비쳐야할 공자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마치 노숙자처럼 떠돕니다, 분명, 기존의 중국 블록버스터의 인물관, 그리고 서사구조를 생각할 때, 매우 낯선 모습이지요. 희미한 단서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유추하건데 호 메이 감독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식과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들을 제대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의심스런 것은 영화를 둘러싼 제반환경입니다. 최근 <공자>의 개봉과 관련한 중국내의 소동만 보더라도 중국 영화산업의 지향점은 무척이나 뚜렷합니다(중국 당국은 <공자>의 개봉에 즈음해 <아바타>의 상영을 대폭 축소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정책적인 밀어주기가 너무나 확연했지요). 영화의 완성도보다 규모, 흥행에 뜻을 품은 투자자와 행정 관료들은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형식,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장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초반, 나름대로 화려한 그래픽을 동원한 전투장면에서 공자는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북을 두드립니다. (그가 아무리 병법에 능하다한들) 왜 하필 공자가 전쟁터 한복판에서 북을 두드려야 했겠습니까?
또 하나 수상한 것은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정치적 견해입니다. 중화권 블록버스터들은 거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견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 안에서라면 개인은 집단을 위해 반드시 희생해야합니다. <영웅>의 주인공, 무명(이연걸)의 희생처럼 공자의 제자, 자로는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공자는 자신을 버린 국가의 부름에 순종합니다. 개인의 욕망은 결국 단체의 안온을 위해 희생되고 사라져야 마땅한 ‘무엇’입니다. 최근 개봉한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인데, 8인의 주인공들은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포기합니다. 그 일관성을 놓고보자면 이 모든 영화들이 일종의 국책사업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예요.
계속 이런 식의 영화들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중화권 블록버스터를 보기란, 더구나 외부인의 관점으로 중화권 블록버스터를 보기란 점점 더 불편하고 따분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화권 블록버스터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다소간 예술영화의 형식으로만 각인된 허우 샤오시엔과 지아장커가 무협영화에 도전한다는 신기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액션의 장인 서극이 중국판 셜록 홈즈를 준비한다는 쫄깃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 왠지 기대감이 샘솟지 않습니까? 그저 바라옵건데, 중화권 블록버스터들의 운명이 대저 그러하였듯 모종의 압력과 조종에 의해 연출자들의 의도가 손상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공자 - 춘추전국시대(孔子, Confucius), Hong kong/China, 2010 감독 : 호 메이 출연 : 주윤발, 주신, 임천 정확하게 알고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전국에 동양사상, 유학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은 단 두군데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난 그 중 한군데 소속이고, 종교단체가 재단으로 되어있는 학교에서 종교관련 수업이 한두개 정도씩 필수로 지정되어 있듯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은 '유학사상'이라는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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