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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라인 DVD숍에 들렀다가 몹시 반가운 영화를 만났다. DVD를 모으기 시작한 6년 전부터 줄곧 위시 리스트 1순위였던 <신조협려>(1991)가 신작 타이틀 목록에서 반짝이고 있는 게 아닌가! 가차 없이 ‘바로 구매하기’를 클릭. 드디어 손에 넣고야 말았다.
<신조협려>는 나의 학창시절을 지배한 홍콩영화다. 어떤 이에겐 <영웅본색>이나 <천장지구> 혹은 <천녀유혼>일 수도 있을 ‘홍콩영화의 추억’이 나에겐 <신조협려>에 머물러 있다. 1992년에 한국에 개봉했다는데 아마도 난 비디오로 빌려봤을 거다. 어떤 경로로 봤는지도 잘 기억 안 나고 자세한 내용 역시 DVD로 다시 보기 전까지는 가물가물했지만, 이 영화는 17년 가까이 강렬한 설렘으로 내 기억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원제는 ‘구일신조협려’. 그러니까 91년도에 만들어진 <신조협려>란 뜻 되겠다. 아시다시피 <신조협려>는 김용 선생의 이름난 무협소설이며, 영화와 TV 드라마로 수차례 만들어진 바 있다. 그리고 무협소설로는 드물게 ‘사랑’을 강조한 작품이란다. 무협소설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건 물론이고 이러한 정보 또한 최근에야 접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겉으로는 수많은 홍콩 액션영화 중 하나의 모양새인 <신조협려>에 내가 사로잡힌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액션영화의 탈을 쓴 멜로영화였기 때문이다.
<신조협려>는 김용의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살인청부업자인 아청(유덕화)과 미군(매염방)의 러브 스토리에 악당 응호(곽부성)와의 사투가 곁들여진 ‘판타지액션로맨스’다. 시대와 장소가 불분명한 배경에 천을 타고 이리 저리 날아다니며 총과 폭탄칼을 쏘아 대는 등 고전물과 현대물의 크로스오버적 ‘과장 액션’은 지금 봐도 놀랍다. 여기에 사랑에 목숨 건 주인공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몸부림이 물결친다.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깨진 도자기 위를 무릎으로 지나거나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젊은 유덕화. 러닝셔츠에 숄더 홀스터를 찬 곱슬머리 유덕화의 혈기 방장한 모습은 지금 봐도 ‘오퐈아~~’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매염방 언니의 활약도 대단하다. 유덕화와 애절한 로맨스를 펼치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극의 코믹한 부분을 책임지는 푼수 언니로 1인 2역을 감쪽같이 소화해냈다. 화려한 액션과 절절한 애정 연기뿐만 아니라 다소 민망한 몸개그까지 아낌없이 펼쳐주신다. 인정사정없는 천하의 악역으로 분한 곽부성, 유덕화를 짝사랑하는 소녀 글로리아 입의 깜찍한 모습, 섹시하고 신비로운 능력자로 나오는 유가령 등 조연들은 지금으로선 반갑기 그지없는 얼굴들이다.
신작임에도 3,900원이라는 어마어마하게 싼 가격을 보고 DVD 퀼리티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접었다. 역시나 서플먼트는 전무하고 사운드 역시 2.0채널이다. 그래도 17년 전 영화치고 화질은 꽤 볼만하다. 47인치 풀HD LCD로 만나는 <신조협려> DVD는 적당히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면서 추억을 곱씹게 도와준다.
이제 와 본 <신조협려>는 원작소설과 배우들의 유명세를 앞세워 제작한 유치하고 허무맹랑한 영화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격하게 싸우는 도중 느닷없이 벌어지는 웃기지도 않는 코믹 상황은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다. 하지만 오로지 두 주인공의 로맨스와 액션만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하며 무턱대고 내달리는 뚝심, 고전과 현대에 SF까지 아우른 무한 액션,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미장센과 비장미 넘치는 배경음악, 무엇보다 유덕화와 매염방의 환상적인 조화만으로도 90분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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