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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 - 피터 잭슨의 범작

REVIEW ON 2010/02/23 01:31 Posted by 쥬하


14살 소녀, 수지 새먼(시얼샤 로넌)은 평소와 다름없이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다가 살해당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수지의 가족들은 절박하게 그녀를 찾지만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하지요. 가느다란 희망만 남아있을 때쯤 경찰이 찾아오는데 어떤 소식을 전했을지는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러블리 본즈>는 다소 희한한 서두로 관객을 놀라게 합니다. 영화는 수지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됩니다. 그 목소리에 걸맞게 앙증맞은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가 이어지죠. 그러다 갑작스레 사건이 벌어져요. 수지가 죽습니다. 어리둥절한 일이죠. 우리는 보통 영화의 주인공이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러블리 본즈>의 수지는 자신의 죽음을 침착하게 전달합니다. “내 이름은 수지 새먼. 14살의 어느 날 나는 살해당했다”라면서 말이죠. 이 살해 사건을 다루는 영화의 방식 또한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데에 있어서는 여느 범죄 영화와 다를 바가 없는데도 극의 초장부터 살인범의 정체를 공개하니까요. 그렇게 옆집남자, 조지 하비(스탠리 투치)는 영화의 시작부터 정체를 드러냅니다.


사실 <러블리 본즈>가 마음먹은 본격적인 서사는 수지 새먼의 죽음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관객은 수지 새먼이 경험하고 있는 내세의 모습을 현란한 그래픽으로 관람하는 동시에, 조지 하비가 활개치고 있는 음험한 현실을 경험합니다. 겉으론 평범하지만 교활하고 잔혹한 살인마 조지 하비의 일상과 수지 새먼의 환상적인 세계가 병치되면서 빚어내는 효과는 아주 그럴싸합니다. 몽환적이지만 아름다운 수지 새먼의 사후세계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슬프고도 고통스런 감정을 잔혹동화의 형태로 탈바꿈하게 만들지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킹콩>으로 이름이 높은 피터 잭슨은 드라마의 진행에도 충분한 실력이 있는 감독입니다(<천상의 피조물>은 그러한 그의 재능에 대한 증거입니다). 그의 그러한 능력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 있어 차갑지만 감상적이고, 몽환적이지만 현실적인 <러블리 본즈>의 세계는 피터 잭슨의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완벽한 재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매우 아주 굉장히 아쉽게도 피터 잭슨은 실패했습니다. 피터 잭슨식의 환상적인 효과나 구성,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영화의 주요 서사를 채워나가는 주변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평면화 되어 버린 덕분에 반복되는 사후 세계의 스펙터클마저 지루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앨리스 시볼드의 동명원작소설은 전반적으로 냉혹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들려주면서도 여러 캐릭터들의 성장과 극복을 유도합니다. 그에 비해 영화는 지나치게 수지와 조지에게만 의존합니다. 범인을 찾아가는 현실의 내러티브로 긴박감을 제공하면서 수지가 경험하는 사후세계로 감수성을 불어넣는 대비효과는 대중영화의 방법론으로서만 유효할 뿐, 원작의 에너지나 영화적인 충격을 구현하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더구나 그 결말은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소 불편할 정도로 평면적인 시각을 취합니다. 모종의 폭력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무척이나 낭만적인 광경이지만 현실의 비정함을 모르는 위로란 경우에 따라서 잔혹한 농담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저는 대중영화로서의 <러블리 본즈>를 비교적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철없는 해피엔딩만큼이나 냉정함이 생략된 성찰이 아쉬웠습니다. 피터 잭슨에게 걸었던 기대에 대해서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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