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팀 버튼의 새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열아홉 살의 앨리스는 원더랜드와 거울 나라의 기억을 까마득히 잊었다. 루이스 캐럴이 지은 그 유명한 원작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여섯 살 때 원더랜드로 떨어져 열두 번이나 몸이 커지고 작아졌는가 하면 일곱 살 6개월일 때 거울 나라로 들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얀 여왕의 체스 말이 되었다. 열아홉의 앨리스는 잊었대도 우리는, 앨리스가 그 때 겪은 기상천외한 모험을 결코 잊지 못한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친구들

사람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땅속 나라를 이상한 나라라고 부르는 건 그 안에 이상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잔뜩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모자 장수_조니 뎁
앨리스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자 장수, 3월의 토끼, 산쥐가 차를 마시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엉망진창 다과회”에서 모자 장수는 계속해서 이상한 말을 지껄인다. 그래서 미친 모자 장수라고 불린다. 여기서 모자 장수는 앨리스에게 까마귀와 책상이 왜 닮았냐고 묻지만 동화는 끝까지 이 수수께끼의 답을 밝히지 않는다. 모자 장수는 이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한 번 더 나온다. 하트 여왕이 하트 잭에게 파이를 훔친 죄를 묻는 법정에 첫 번째 증인으로 나와 횡설수설하는 것.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자 장수는 왕의 시종 ‘하타’로 다시 등장해 이번에도 빵을 먹고 차를 마신다.  

당시 영국에서는 모자를 만들 때 화학 약품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모자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수은 중독에 걸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신경계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루이스 캐럴이 살았던 19세기 영국에서는 ‘모자 장수처럼 미쳤다’는 표현을 널리 사용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모자 장수는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붉은 여왕_헬레나 본헴 카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각색한 영화에 나오는 붉은 여왕은 대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트 여왕과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을 합친 인물이다. 팀 버튼의 영화도 마찬가지. 하지만 하트 여왕과 붉은 여왕은 서로 닮은 데가 없다. 홍학을 망치로, 고슴도치를 공으로 삼아 크로케 경기를 하고 걸핏하면 “목을 베라”고 외치는 건 하트 여왕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은 거울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에게 하얀 여왕의 졸로 체스 경기를 하자고 제안하는 인물로 끝에 가서 결국 앨리스에게 잡힌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은 결코 하트 여왕처럼 난폭하지 않다. 



하얀 여왕_앤 해서웨이
팀 버튼의 영화에서 하얀 여왕은 젊고 아름다우며 우아한데다 마음씨 고운 인물로 그려진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하얀 여왕과 영 딴판이다. 원작에서 하얀 여왕은 겁에 질린 듯 기운 없는 얼굴에 말도 못하게 지저분한 차림을 한 할머니로 나온다. 스스로 자신이 백한 살하고 다섯 달 하루를 살았다고 말하는데 이 말을 하고 얼마 가지 않아 앨리스 앞에서 양으로 변한다.









잭 하트_크리스핀 글로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잭 하트는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의 부하. 앨리스를 본 여왕이 이 아이가 누구냐고 묻는데 대답을 하지 못해 “멍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잭 하트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끝에 가서 하트 여왕의 파이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는데 영화에서는 개구리 하인이 파이를 훔쳐 먹은 것으로 나온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기사에게 붙잡힌 앨리스를 하얀 기사가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두 기사 모두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 기사라고 하기엔 허술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붉은 기사가 앨리스를 포로로 잡았다거나 하얀 기사가 앨리스를 구했다거나 하는 이야기 모두 가만히 있는 앨리스를 두고 두 기사가 혼자 떠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팀 버튼의 영화에서 잭 하트는 붉은 여왕이 사랑하는 심복으로 원작보다 훨씬 무시무시하게 나온다.    

트위들디와 트위들덤_매트 루카스
트위들디와 트위들덤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 서로를 거울에 비춘 것처럼 똑같이 생겼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옥신각신한다. 이는 루이스 캐럴이 영국의 유명한 동요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의 이름을 인용한 것. 트위들 형제가 처음 나온 동요가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체셔 고양이_스티븐 프라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언제나 싱긋 웃고 있는 체셔 고양이를 만난다. 체셔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희뿌옇게 사라졌다 나타나곤 하는데 사라질 때는 항상 싱긋 웃는 얼굴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고 반대로 나타날 때는 그 얼굴이 가장 먼저 생긴다. 원작에서 체셔 고양이는 하트 여왕의 크로케 경기에서 자신의 손에 키스를 하라는 왕의 명령을 거역한다. 여왕은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버리라”고 말하지만 이때도 체셔 고양이는 벨 목 없이 싱긋 웃는 얼굴만 남기고 사라져 여왕 일행을 당황하게 만든다. 영화는 이 대목을 조금 바꿔 체셔 고양이가 죽을 위기에 처한 모자 장수를 구하는 것으로 꾸민다.   

하얀 토끼_마이클 쉰
팀 버튼의 영화에서 하얀 토끼는 앨리스를 땅속 나라로 이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코트를 입은 하얀 토끼가 시계를 보면서 길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고 뒤를 쫓다 토끼 굴에 빠져 땅속 나라로 들어간다. 반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거울을 통과해 거울 나라로 들어간다.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하얀 토끼에게 장갑과 부채를 가져다주기 위해 토끼의 집으로 들어갔다 병에 든 액체를 마시고 몸이 커진다. 창문으로 팔을 빼고 굴뚝으로 발을 빼야 할 만큼. 이에 놀란 토끼와 동물들이 집을 향해 조약돌을 던지자 바닥에 떨어진 조약돌이 과자로 변한다. 그 과자를 먹고 다시 작아진 앨리스는 토끼의 집을 빠져 나와 도망친다. 안타깝게도 이 대목은 팀 버튼의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푸른 쐐기벌레_알란 릭맨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버섯 위에 앉아 담뱃대를 뻐끔거리는 푸른 쐐기벌레는 앨리스에게 “넌 누구니?”라고 묻는다. 원더랜드에 떨어진 후 계속해서 몸이 커졌다 작아지고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온종일 이상한 말을 하고 들은 앨리스는 여기가 어디고 자기가 누군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쐐기벌레는 혼란에 빠진 앨리스에게 자기가 앉은 버섯의 한쪽이 앨리스를 크게 만들고 다른 한쪽은 작게 만든다는 말을 남긴 채 풀밭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영화에서 쐐기벌레는 땅속 나라 최고의 현자로 나와 다시 한 번 앨리스에게 묻는다. “넌 누구지?” 소녀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길목에 있는 열아홉 살의 앨리스에게 이 물음은 한층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산쥐_바바라 윈저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엉망진창 파티’에서 산쥐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영국의 산쥐는 겨울잠을 자는 데다 낮에 자고 밤에 돌아다니는 야행성 동물이다. 이후에도 산쥐는 “잠꼬대를 하듯이 중얼거”리거나 “눈을 감은 채로” 말하거나 자면서 노래한다. 하트 잭에 관한 재판에서도 산쥐는 곧 잠이 들고 만다. 앨리스가 다과회 자리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을 때 3월의 토끼와 모자 장수는 산쥐를 찻주전자에 집어넣는다. 루이스 캐럴이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아이들이 실제로 산쥐를 애완동물로 키웠다.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낡은 주전자에 풀이나 건초를 넣어 산쥐 집을 만들었다. 팀 버튼의 영화는 이를 살짝 비틀어 하트 잭이 앨리스를 잡으러 오자 모자 장수가 작아진 앨리스를 주전자 안에 숨기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 산쥐는 단 한 번도 졸지 않는다. 졸기는 커녕 땅속 나라에서 제일 활발하게 움직인다.   

3월의 토끼_폴 화이트하우스
루이스 캐럴이 살던 시절에는 ‘모자 장수처럼 미쳤다’는 말 만큼이나 ‘3월의 토끼처럼 미쳤다’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짝짓기 철에 토끼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인데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토끼의 짝짓기는 무려 여덟 달에 이르기 때문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엉망진창 파티’에서 토끼는 모자 장수 못지않게 이상한 말을 많이 한다. 3월의 토끼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모자 장수와 함께 왕의 시종으로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모자 장수의 이름은 하타, 토끼의 이름은 하이가로 나온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 모든 이상한 상상은 팀 버튼의 손에서 빚어진 것만은 아니다. 할리우드의 이상한 감독 팀 버튼이 3D의 마술로 스크린을 물들이기 한참 전, 이상한 나라는 온전히 루이스 캐럴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루이스 캐럴의 두 얼굴
루이스 캐럴의 또 다른 이름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 1832년 태어나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교회의 수학 선생이자 성직자로 살다 1898년 세상을 떠났다. 얼굴은 잘생겼고 몸은 말랐다. 어깨는 한쪽이 기울었고 눈동자는 파란색이었지만 양쪽의 색이 달랐으며 미소가 비뚤었다.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고 윗입술을 떨었으며 씰룩거리며 걸었다. 말을 더듬는데다 지독하게 수줍음을 타서 처음 만난 사람과는 좀처럼 말을 섞지 않았다. 평생 동안 루이스 캐럴에 대해 연구한 학자 마틴 가드너는 <주석 달린 앨리스>의 1960년대 판에 부치는 서문에서 도지슨을 가리켜 “꼼꼼하고 섬세하고 까다롭고 변덕스럽고 친절하고 점잖은 총각이었”다고 썼다. 도지슨은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변변한 연애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들 앞에서라면 도지슨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소녀들을 즐겁게 하는 모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인형극과 마술은 물론이고 종이접기와 온갖 놀이에 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도지슨이 앨리스라는 이름의 소녀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1862년 어느 날, 도지슨은 친구 로빈슨 덕워스 목사와 함께 신학교 학장 헨리 조지 리델의 세 딸 로다, 앨리스, 에디스를 데리고 템스 강으로 소풍을 떠났다. 거기서 도지슨은 세 소녀에게 앨리스라는 여자아이의 모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앨리스가 그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도지슨은 2년 후 ‘땅속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Under Ground)’라는 제목의 동화를 손으로 써 앨리스에게 줬다. 이것을 좀 더 손봐 1865년 펴낸 동화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다. 이 책에서 도지슨은 본명 대신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을 썼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동안 교훈적인 동화에 갇혀있던 아이들은 교훈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환상으로 가득한 동화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을 읽었다.

1871년 도지슨은 런던에서 앨리스라는 이름의 또 다른 소녀를 만났다. 그 소녀와 거울에 비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에서 모티프를 얻어 1872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을 발표했다.

도지슨은 소녀들의 몸이야말로 무엇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소녀의 부모로부터 허락을 받아 소녀들이 벌거벗은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을 찍었다. 6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소녀들의 다정한 친구로 살았지만 반대로 남자 아이를 두려워 해 나중에는 피해 다니기도 했다. 이런 점을 두고 그가 소녀들에게 이성적 감정을 가졌던 것이라거나 그가 앨리스 리델을 정말로 사랑했던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하는데 이에 관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도지슨의 일기 중 어떤 부분이 가족 중 누군가 도지슨의 일기 중 어떤 부분을 뜯어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어린 여자 아이의 아름다움과 처녀성을 찬양하는 사회였다. 어릴 적 도지슨을 만난 어떤 여성도, 도지슨이 자신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긴 것 같다고 기억하지 않았다. 결국 도지슨에 관한 모든 의문은 오리무중으로 남아있다. 마치 그가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그 모든 상상처럼 말이다. 장성란 기자(FILMON) 


연관 기사
<아바타> - 경이로운 세계로의 초대
필름 온 조니 뎁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film-on.kr/trackback/86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박요한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한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2010/03/08 20:03

◀ Prev 1  ...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 740  Next ▶

카테고리

FILMON (740)
REVIEW ON (343)
FEATURE ON (121)
PEOPLE ON (86)
CULTURE ON (68)
ESSAY ON (59)
TALK ON (15)
FOCUS ON (39)
NOTICE ON (8)
CONTACT US (1)

영화웹진 FILMON

'미래'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미래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Copyrightⓒ FILM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