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영화는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기기묘묘한 비주얼을 깔고 종교적 테마나 섹스에 대한 은유를 농락하다보면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가 펼쳐지니까요. 표현주의 회화식의 화끈한 비주얼을 선보인 <노스페라투>(1922)나 희번덕거리는 벨라 루고시의 눈빛이 인상적인 <드라큐라>(1932)시절부터 이 장르의 가능성은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었습니다. 연애놀음 드라마타이즈로 촉촉하게 미각을 돋우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1992)는 차라리 평범한 정도. 적당히 동성애 정서가 넘실거리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에서도, 박살나는 액션영화 <블레이드>시리즈에서도 그 특유의 질감은 언제나 제몫을 해냈습니다.
그렇다면 <데이브레이커스>는 어떤 뱀파이어 영화일까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뒤섞여 있지만 그 대부분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된 것들입니다. “뱀파이어들이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만으로도 이 영화의 설정들을 어느 정도는 끼워 맞출 수가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줄지는 않고 늘어나기만 한다면 인간이 줄어들 것이고 인간이 제공하는 피 역시 모자라게 되는 것이죠. 악순환은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입니다.
영화는 좀 더 구체화된 설정들을 드러냅니다. 뱀파이어들이 식량문제(인간 개체감소 및 피 고갈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을 양식(<매트릭스>시리즈의 향기가 느껴지십니까)한다거나, 인공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당히 미스터리한 요소도 끼어드는데 굶주림에 장기간 노출된 뱀파이어들이 괴상한 종으로 변하게 된다는 설정이죠. 그 모습이 좀 의미심장한데 좀비와 노숙자의 느낌을 반반씩 합친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데이브레이커스>는 그럴싸한 느낌을 덧입습니다. 하나의 질문으로 밀어붙인 영화 속의 세계가 오늘날의 어떠한 정황들, 가령 식량문제나 난민문제 등을 노골적으로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간단히 말해 <100분 토론>의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그냥 거기에서 제자리걸음을 합니다. 이렇다 할 재미나 메시지로 전달되지가 않아요. 두 명의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와 피터 스피어리그는 상상력의 디테일들을 마련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한 모양입니다. <블레이드 러너>(1982)풍의 근미래 도시를 만들어놓고 그 속에 뱀파이어들을 배치시킨 것은 어쨌든 흥미로운 비주얼이에요. 하지만 TV CF처럼 30초 단위로 즐거움을 나열하는 것이 장편영화의 중심을 차지 한다는 것은 자못 문제적인 도전입니다. 에단 호크나 윌렘 데포처럼 좋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그냥 겉도는 느낌이더군요. 장르의 설정들을 변주하는 놀이가 흥미롭긴 했지만 그저 흥미로운 정도에서 더 나아가질 않습니다. 아쉬운 결과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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