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완벽하게 신임합니다. 그는 간단히 말해 시인의 영혼을 지닌 목수입니다. 뛰어난 통찰과 영감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있어서도 확연한 구체성을 갖고 있지요.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 시리즈는 그런 그에게 일대 전환점을 제공한 작품들입니다. 이 두 작품들을 통해 폴 그린그래스는 다소 딱딱하게 보였던 그의 이전 작업방향을 대중영화의 화법 속에 녹여낼 수 있었고, 그간 언뜻번뜻 스치기만 했던 시각적인 표현역량까지 완전하게 드러낼 수 있었죠.
본 시리즈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좁은 골목을 맹렬하게 돌진하는 자동차 추격 신이나 군중 속을 걸어 다니는 동안 벌어지는 제이슨 본과 암살자의 고요한 추격 신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영화마니아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훌륭한 장면들이죠. 영화의 전체적인 면을 살펴보더라도 액션 영화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추격, 도보 추격, 총격, 타격 장면들을 두루 섭렵하는데다가, 능숙한 핸드 헬드 촬영을 활용한 역동적인 화면 구성이나 편집이 그간의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조차 구현하지 못한 새로운 경지라고 할 수 있어요.
<본 얼티메이텀>
하지만 본 시리즈의 진정한 성취는 역시나 캐릭터에 있는 것입니다. 본시리즈의 액션이나 긴박감 넘치는 진행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잘 만들었다 뿐이지(이게 쉽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만) 그간의 액션 영화나 첩보 영화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죠. 하지만 주인공 제이슨 본은 확실히 달랐어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연기하는 특수요원이란 슈퍼 히어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에겐 반드시 완수해야할 임무가 있고 그 임무란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던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 다수가 공감하는 공동의 선을 목표로 상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제이슨 본에게는 그런 거창한 목표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질 않았어요. 그는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으로서 등장해, 3편의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그저 방황하는 남자일 뿐이죠. 폴 그린그래스는 복잡한 주제를 능숙하게 변주합니다. 국가의 의지와 개인의 의지를 상충하게 만들어 놓고는 개인의 의지에 손을 들어 준 것이죠. 그는 화끈한 액션을 진행시키면서도 자연인으로 돌아가려는 제이슨 본의 여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냅니다. 제이슨 본은 영웅이지만 좀 특별한 영웅이었던 것이죠. 무척이나 개인적인.
영웅이 되어버린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들
<그린존>에서도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미군 준위 로이 밀러. 역시나 맷 데이먼이 연기하고요. 그는 이라크 내에 숨겨진 대량살상무기 제거 임무를 맡은 믿음직한 군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모습인데 아주 진지한 군인이에요(아, 혹시 익숙하신가요?). 적당히 농땡이를 부리기는커녕 그 흔한 미국식 유머질도 안 해요. 그는 딱 거부감이 일지 않을 만큼만 진지한 표정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능률적으로 일하는 완벽한 지휘관입니다(어떻게 보자면 이게 비현실적인 겁니다만). 그는 명령을 받아서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의지를 갖고 이라크에 온 사람이에요. 명령은 군인이라서 따르는 겁니다. 일반적인 전쟁영화의 주인공으로는 다소 이상한 설정이죠. 그에겐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려는 의지가 우선이지 국가가 상정하는 전쟁의 목적이 우선이 아닙니다. 이상한 군인이라고요?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의 이러한 의지가 그에게 그리스 신화의 그것과 같은 영웅적 풍모를 부여한다는 것을요.
밀러는 자신의 작전 수행에 대해 어떤 의혹을 갖고 있어요.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정보에 출동만 했다하면 허탕을 치고 있으니까요. 현장에 익숙한 그의 직감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죠. 그런 그에게 CIA요원 마틴(브랜든 글리슨)이 접근합니다. 정말 대량살상무기를 찾고 싶다면 자신을 찾아오라면서요. 하지만 기회는 오히려 의외의 사람으로부터 시작돼요. 평범한 삽질(문자 그대로 삽질입니다)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한 이라크 인이 밀러에게 접근합니다. 그가 제보해요. 후세인의 잔당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고 말이죠. 자, <그린존>의 독특한 지점인데, 이 이라크인은 그냥 흘러가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그린존>의 또 한 명의 주인공, 프레디(카리드 압달라)인데, 잘 기억해 두세요. 활약도 크지만 그가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그는 밀러의 쌍둥이 캐릭터예요. 의지도 강하고 진지한 군인이(었)지요. 그런 그가 이라크사람이라는 이유로 겪게 되는 영화 내적인, 그리고 영화 외적인(우리의 시선 말입니다) 운명을 생각해보세요. 영화에서도 이 부분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영화의 심도를 두세배는 깊게 만드는 캐릭터입니다.
핸드헬드로 잡아낸 전쟁의 혼란, 그리고 쾌감
자, 이 이후의 진행에 대해선 스포일러가 우려되는군요. <그린존>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모종의 불편한 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교양 좀 있으신 분들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될 줄거리이죠. 혹시 본 시리즈의 느낌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봐 밝혀두는 것인데, 본 시리즈와 <그린존>은 완전히 다른 영화예요. 비록 비슷한 캐릭터 조형이기는 하지만 로이 밀러와 제이슨 본은 완전히 다른 주인공입니다. 가령 밀러는 좋은 군인이지만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특수요원이 아닙니다. 때문에 액션의 방식도 근사함보다는 현실감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촬영은 본 시리즈의 그것처럼 역시나 대단합니다. 폴 그린그래스는 여전히 ‘100야드대쉬’를 시도해요. 그저 흔들어 대는 것이 아니라 면밀하게 계산된 흔들림을 실행하면서 현장감과 긴장감, 그리고 쾌감을 동시에 성취하죠. 얼핏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시가전 장면은 날 것 그대로의 전쟁을 비춰주는것 같아요. 하지만 고도로 계산된 편집과 각도에서 대중영화 특유의 오락성이 강렬하게 폭발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대중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에요. 폴 그린그래스는 현시대의 첨예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대중영화 특유의 쾌감과 미학적 도전을 빠짐없이 챙겨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캐릭터 조형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어요. 로이 밀러는 국가에 대한 믿음을 잃을 수밖에 없는 오늘 날의 국제정세 속에서 진정한 영웅의 풍모를 재현하는 위대한 개인입니다. 특히 사이드킥으로 이라크인 프레디를 배치한 것은 여러모로 머리가 시원해지는 선택이었어요. <그린존>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의 거대한 자의식을 스스로 해체하고 여러 겹의 의미를 한 번에 풀어내는 데에는 이 프레디의 역할이 크게 작용합니다.
다소 현기증이 우려되지만(핸드헬드란 그런 것) 꼭 극장에서 보세요. 영화의 마지막, 야간 시가전은 진정 뛰어나지만, 어두운 만큼 극장이 아니라면 제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영화 그린존 2010.03.25 개봉] 로멘틱 코미디, 스릴러, 그리고 할리우드 블럭버스트급 영화 등등등... 영화에 숨어있는 반전에 놀라고 배우들의 명품연기에도 반하지만 무엇보다 상상 그 이상을 표현해내는 영화를 보면 그야말로 감탄사 연발이다. 그러한 대작의 영화들은 꼭 영화관에서 그것도 개봉일에 봐야 예의(?)인 듯한 그런 생각이 들곤 해서 꼭꼭 챙겨봤었다. 작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어버린 외화대작 아바타의 경우만 하더라도 인간의 상상 그 이상..
개인적으로 맷데이먼 이란 배우를 무척이나 아껴 고민없이 선택했던 영환데..상당히 재밌게 봤어요. 보기 전에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영화일거란 생각이 약간은 있었나봐요.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액션신에서 어찌나 손에 땀을 쥐고 봤던지. 간만에 눈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광고에서 하두 본시리즈의 사단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살짝 짜증도 났었는데, 보니까 광고할 만 하더라구요ㅎㅎ 개인적으로 밀러가 이라크인을 잡고 수첩에 대해 묻던 도중, 공중에서 날아오는 헬리콥터 신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뭔가 땅에서 거대한 헬기가 솟아나오는 느낌이라 우와....하면서 넋을 놓고 봤던.
ㅎㅎ어쨋든 오랫만에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던 영화였네요. 그리고 이 영화 보고나니 본 시리즈4가 더 보고싶어집니다. 언제 나오지ㅠ
실례라뇨 ㅎㅎ '핸드 헬드'는 촬영기법의 이름입니다. 카메라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건데요. <클로버필드> 나 <REC> 같은 영화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핸드 헬드는 크레인이나 레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맨이 발걸음을 옮기면 그 진동이 그대로 화면까지 이어져요.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러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더군요. 그래도 현장감을 살리기에는 나름 효과적이라 근래 들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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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어디선가도 핸드 헬드란 단어를 본 것같은데 뜻을 물어본다면 실례가 될까요?ㅎ
2010/03/31 04:28개인적으로 맷데이먼 이란 배우를 무척이나 아껴 고민없이 선택했던 영환데..상당히 재밌게 봤어요. 보기 전에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영화일거란 생각이 약간은 있었나봐요.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액션신에서 어찌나 손에 땀을 쥐고 봤던지. 간만에 눈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광고에서 하두 본시리즈의 사단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살짝 짜증도 났었는데, 보니까 광고할 만 하더라구요ㅎㅎ 개인적으로 밀러가 이라크인을 잡고 수첩에 대해 묻던 도중, 공중에서 날아오는 헬리콥터 신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뭔가 땅에서 거대한 헬기가 솟아나오는 느낌이라 우와....하면서 넋을 놓고 봤던.
ㅎㅎ어쨋든 오랫만에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던 영화였네요. 그리고 이 영화 보고나니 본 시리즈4가 더 보고싶어집니다. 언제 나오지ㅠ
실례라뇨 ㅎㅎ '핸드 헬드'는 촬영기법의 이름입니다. 카메라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건데요. <클로버필드> 나 <REC> 같은 영화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핸드 헬드는 크레인이나 레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맨이 발걸음을 옮기면 그 진동이 그대로 화면까지 이어져요.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러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더군요. 그래도 현장감을 살리기에는 나름 효과적이라 근래 들어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2010/04/01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