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검색해 보니 ‘노출’로 화제더라. <집 나온 남자들> 언론시사 현장에서 셔츠 단추를 풀어헤쳤던데.
영화에서 팬티만 입고 나오는 부분을 가지고 질문을 하기에 내가, 보여드릴까요? 보여드릴까요? 그러자 (지)진희 형이, 야 나가서 보여주고 와. 그래서 그렇게 됐다. 근데 그건 노출도 아니다. 웃옷을 다 벗은 것도 아니고 성기가 보인 것도 아니고. 그 정도를 노출로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면 등급위원회 사람들은 어떻게 보겠나.
자유분방한 성격인가보다.
원래 안 그랬다. 내 성격이나 여러 부분에 대해 변화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2005년부터 연출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아 나도 그렇게 못난 놈은 아니구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형성됐다. 막말로 목욕탕 가면 볼 거 다 보고 해수욕장 가면 다 수영복 입는데 그곳에 단지 기자들이 있다는 이유로 거리낄 필요는 없잖나. 다 똑같은 거 달린 사람들인데 말이다. 바지까지 확 벗어 버릴걸 그랬나. 아하하
사람들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보면 될까?
안 쓰려고 노력을 한다. <똥파리> 촬영 감독님과 김꽃비, 배급사 분이랑 같이 네덜란드에 갔을 때였다. 전부 외국 사람만 있으니까 길거리 지나가다가 “자*! 보*!” 막 외쳤다. 아무 의미도 없이. 그리고는 넷이서 20분 동안 미친 듯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재밌잖나.
이 얘길 들으니까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가 공원에서 “피넛”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것도 영화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실제로 그렇게 하니까 영화에서 묘사되는 거라고 봐야 한다. 누구든 할 수 있는 거다. 우린 뭐 학이 물어다줬어? 엄마 아빠가 다 이불 속에서 뭔가를 진행하셨으니까 우리가 태어난 거고. 우린 뭐 안 해봤나? 다 해봤잖아. 꼭 노출만이 아니라, 표현과 행동을 가로막는 게 많으면 세상 살기 힘들다. 행복하게 살아야지. 어네스트 후스트라는 K1 격투기 챔피언이 있는데,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 됐을 때 엉덩이 흔들면서 막 춤추는 게 보기 좋았다. 노트르담에서 <똥파리>로 상 받을 때 나도 후스트처럼 춤 췄다. 상 받는 건 즐거운 거니까. 또 춘사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받을 때는 할 말이 갑자기 생각 안 나서 땡큐! 그러고 내려왔다. 어르신들이 주최하시는 영화제이긴 하지만 뭐 어떤가, 땡큐지. 땡큐는 좋은 말이잖나. 구태여 어렵게 할 필요 없지. 안 그래도 영화 찍는 거 힘들어 죽겠는데 일상을 좀 즐기고 그래야지.
말 나온 김에 나도 영화 속 노출 얘기 좀 하겠다. 확실히 인상적이긴 했다. 동민의 하얀 삼각팬티가. 요즘 대부분 사각팬티나 색깔 있는 거 입지 않나?
싸니까. 원래 약간 누런 것도 있었는데 하얀 걸로 결정됐다. <똥파리> 찍을 때 극중 연희의 집이 실제 내 집이었는데 미술감독이 세탁기 같은 걸 딴 곳에 옮겨 버려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친구 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을 하다 보니 입을 팬티가 없었다. 그러다 생일을 맞았는데 김꽃비 씨가 선물 뭐 사줄까 물어봐서 그냥 하얀 삼각팬티 열장만 사달라고 했다. 만원에 다섯 개짜리. 그거 영화 끝나고도 한참 입었다. 근데 지금은 좀 예쁜 걸로 사 입으려고 한다. 나중에 여자친구 생겨서, 야 우리 집에 놀러와, 그랬는데 하얀 팬티면 웃기잖아. ㅋㅋ
노출 연기가 편안해 보이더라.
<추방된 사람들> 오프닝 장면을 보면, 창가에 기대있는 남자가 있고 카메라가 흘러가면서 침대 위의 여자를 비춘다. 그런 게 너무 좋다. <몽상가들>이나 <숏버스>도 마찬가지고.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를 보면 샤롯 갱스부르 자위하는 모습도 나오고 윌렘 데포의 성기도 나온다. 배우는 온 몸이 자기표현의 도구인 사람들이잖나. 갖고 있는 모든 걸 총 동원 해야 한다.
나는 성희가 동민에게서 영심을 빼앗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이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성희와 영심이 서로 마음이 통했으니까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동해서 둘이 결혼을 한 것이지 뭘 빼앗아서 억지로 한 건 아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 많지 않나. 내 여자친구가 내 가장 친한 친구나 형하고 사귀게 되는 경우가 있고. 물론 처음엔 트러블이 생기겠지만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되는 게 배우이자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에 대한 제동을 걸어 버리면 자유로움이 사라진다.
<집 나온 남자들>은 동민과 성희의 버디무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둘의 관계가 그냥 친구라기보다는 동성애적인 느낌에 더 가깝다. 껴안는 장면이나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신이 많고,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꼭 사랑싸움 하는 것 같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그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두 사람에 대해서 그런 부분들이 발견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건 영화를 보는 사람의 경험과 성격과 취향이 결합된 결과물이니까. <똥파리>에서도 이복누나와 상훈이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냐고 질문하신 분들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충분히 그런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한다.
동민과 성희가 그 정도로 친밀하게 보인 건 배우들끼리 호흡이 잘 맞아서이기도 한 것 같다.
동민의 캐릭터 상 성희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야 되는데 진희 형이 편하게 대해줘서 잘 할 수 있었다. 동민이 성희에게 스킨십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형이 그런 걸 싫어한다. 느낌으로 알잖나. 내가 애드리브로 뽀뽀를 하려고 하니까 형이 이 새끼 하지 말라며 막더라.(웃음) 근데 나는 남자 친구들한테도 뽀뽀 잘 한다.
스킨십에 거부감이 별로 없나보다.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서른 넘어서 여러 친구들의 영향으로 달라졌다. 스킨십이란 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도 어렵지 않게 전할 수 있잖나. 그래서 비쥬나 포옹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욕하거나 누군가를 때릴 때 망설이면 자연스럽게 못한다. 할 때 쫙쫙 해야지. 시원하게!
마음이 통하는 거 중요하다. 부천영화제 심사위원 할 때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를 만났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지만 내가 가서 “하이! 토니!” 이랬다. 아이 러브 유, 아이 엠 어 스튜던트 이정도 밖에 모르는데. 그렇게 친해져서 저번에 영국 갔을 때 토니 레인즈가 따로 연락해서 밥도 사주셨다. 이게 바로 마음으로 통하는 거다.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거 예전엔 잘 안 됐지만 계속 노력하면 가능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온 것과 같이 8년 동안 영화와 연기에 대한 실험을 하고 그 안에서 관계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머리는 어떤 계산이나 상황 판단을 위해서만 써야 되는 거고, 인간을 대하는 건 마음이다. 영화를 만들고 연기를 하며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뇌를 사용하는 건 어떤 한계 용량이 있는 것 같다. 근데 가슴, 마음은 한계가 없다. 한 없이 줄 수도 있고 한 없이 받을 수도 있다.
<집 나온 남자들>은 사내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이면서 여자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한 남자의 깨달음에 관한 영화기도 하다. 스스로 여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여자든 남자든 완전한 존재는 아니니까.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근데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현명하다고 본다. 남자들은 항상 통으로 생각하지 않나. 액션 영화다, 그러면 그래 액션이야! 이런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 안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세밀하게 관찰을 한다. <똥파리>나 <집 나온 남자들>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을 들어봐도 여자들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봐주는 경향이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남자들은 그래 잘 해야 돼, 욕은 저렇게 해야 돼. 이렇게만 말한다. 여자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친구들한테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소통하지 못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예전엔 애인과 안 싸운다는 게 자랑이었다. 근데 싸움이 없던 연애는 세 달에 안에 끝나버렸다. 건강하게 싸우고 오해를 풀어내면서 발전되는 관계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자친구가 애인이라기보다 그냥 나하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제일 친한 친구.
나는 캐릭터를 거의 다 내 안에서 찾는다. 내안에 수 억 가지 감정이 있는데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를 못 느낀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도 마찬가지고 <집 나온 남자들>도 <똥파리>도 모두 나의 또 다른 성격, 또 다른 양익준이 나온 거다. 그래서 배우는 자기 자신을 좀 놔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냥 내버려둬야 되는 연기자다. 감독님이 먼저 연기적인 제시를 하면 난 잘 움직이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면 더 하기 힘들어진다. 이진우 감독님 영화 출연할 때도 저를 야생마 같이 놔둬달라고 얘기했고, 이번에 이하 감독님한테도 “저는 리허설이 오히려 더 좋은 표현을 막는 걸림돌이 되는 연기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하 감독은 전작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괴이한 코미디를 선사했다. <집 나온 남자들>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 세미나 장면에서 전작의 정서가 많이 느껴졌다. 실제로 친구한테 속아 피라미드에 끌려갈 뻔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더욱 진저리치며 봤다. 당시 그 친구를 보고 정말 미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세미나에 빠져드는 동민이 딱 그랬다.
그 장면은 엑스트라 분들의 공이 크다. 진짜 잘 하셨다. 강당 문을 열고 딱 들어갔을 때 나를 반겨주는 그들의 모습은 내가 따로 연기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광적이었다. 동민은 그냥 그 반응을 느끼고 우러나오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였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덫에 빠져드는 사람이라는 설정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었다. 의도성을 갖고 뭔가 하려고 하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연기라는 게 별 거 없다.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서 표현하면 되는 거다. 그 상대방이 주연배우든 보조출연자든 다 같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다보니 거리감이 생길 수 있는데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서 껴안고 그러니까 그들도 편하게 대해줬다. 피라미드 장면이 정말 살아났던 이유는 보조출연자들과 내가 진심으로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에게 자극을 준 거다. 주연배우만 보조출연자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그들도 주연배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래야 장면 전체가 풍성해진다. 주연만 살아나선 안 된다.
<똥파리> 이후 배우로서 자신의 위치가 달라졌음을 느끼나?
나는 늘 똑같다. 그런데 주변 분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너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사람 아니야, 그러신다.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잘 안 된 것도 있고, 거절한 것도, 엎어진 것도 있다.
계획 없다.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드리고 싶다. <똥파리>가 유작이라고 써 달라.
박수칠 때 떠나고 싶은 심정인 건가?
그게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박수칠 때 그 박수를 딛고 점핑해서 올라가질 못하는 성격이다. <똥파리>가 빨리 잊혔으면 좋겠다.
연기자로서는 계속 볼 수 있겠지?
영화를 당분간 안 할 생각이다. <집 나온 남자들>이 마지막 출연작, <똥파리>가 마지막 연출작이 될 것이다. 양익준을 빨리 잊으셨으면 좋겠다. 개명할까보다. 찰리양으로.
그럼 이제 뭘 하고 싶나?
옷을 사고 싶다. 지금 입고 있는 게 영화제에서 받은 티셔츠와 음악감독의 재킷, 유일하게 갖고 있는 청바지다. 옷이 거의 없다. 그저께도 옷 사러 돌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걸 못 찾았다. 그리고 집에 있는 영화 의상을 처리해야겠다. <똥파리> 상훈이의 옷들이랑 연희 교복 등이 많이 쌓여있다. 어떤 분이 경매에 내놓으라고 그러는데 경매에 내놓기에는 미안한 옷들이다. 상훈이 배바지 같은 건 동대문 가면 무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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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갑니다
2010/04/06 14:49너무 잘생겼어요^^ㅎㅎ 성격이 시원시원하니 좋은데요^^
2010/04/06 14:56<똥파리>... 거침 없는 영화였죠.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의 굴레를 어찌 그렇게 잘 표현했을까... 부럽기만 합니다.
2010/04/06 23:52머리기르니까 정말 훈남이네요.
2010/04/07 08:58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영화 극장가서 봐야겠네요. ^^
2010/04/07 14:09재밌는 분이네요ㅋ 잘 읽었슴다.
2010/04/08 09:53양익준 감독님 팬이예요!! 집나온남자들 기대하겠습니다~~
2010/04/08 11:51시종일관 유쾌한 이야기들이 계속된듯. 인터뷰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2010/07/19 12:17근데 거침없이 자유롭게 드러냄에 대해서
드러냄도 자유지만 보지 않을 자유도 있다는거. 잊지말아주세요.
안좋아하는 사람도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