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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픽션도 아니다. 다큐인 듯하면서도 거짓말 같고, 픽션인 듯 보이지만 왠지 사실적이다. 이것은 바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장르물의 뻔한 공식을 탈피해 스릴러를 더욱 무섭게, 코미디를 더욱 웃기게 만들어주고자 자아낸 발랄한 아이디어의 결과다.


진짜야, 가짜야? 얼마 전 개봉한 <포스 카인드>를 보고 나서 영화 내용이 실화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외계인 납치에 의한 실종사건을 다룬 <포스 카인드>는 시작부터 “이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겁을 주면서 “사건과 인물들에 관련된 기록 필름과 음성 녹음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겠다”고 밝힌다. 주연을 맡은 배우 밀라 요보비치 역시 자기 자신으로 출연해 실제 사건을 재연하겠노라 말한다. 영화는 기록 필름과 재연 영상을 한 화면에 동시에 보여주며 알래스카에서 40년간 벌어진 의문의 실종사건이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모든 관객이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 건 아니다. “저걸 믿으라고?”

이런 의심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심심치 않게 접했기 때문이다. 모큐멘터리라고도 불리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다큐를 가장한 픽션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이 꾸며진 스토리를 만나 진짜인 듯한 가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마존의 눈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다큐멘터리만의 객관성과 진정성을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는 진짜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 감동은 배가되기 마련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다큐의 리얼함에 픽션의 흥미로움을 접목한 변종 장르다.

여과 없는 공포의 맛

<포스 카인드>는 실화라는 사실을 강조해 공포를 조성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줄줄이 외계인에게 납치된다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것은 <화성침공>이나 <우주전쟁> 같은 공상과학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공포다. 아무리 외계인이 나타나고 초현실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해도 그것이 어디까지나 픽션이라면 관객이 느끼는 공포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가짜인데 뭘.” 그래서 창작자들은 사실적인 꾸며냄 대신 사실 그대로를 스크린에 펼쳐 보이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렇게 시작된 페이크 다큐의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블레어 윗치>(1999)다. ‘세 명의 영화학도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난 숲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던 중 실종됐고, 1년 후 그들이 찍은 필름만 발견되었다’는 가정 하에 그 필름을 재생시킨 영화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알 수 없는 위협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두려움을 여과 없이 전달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누군가가 찍은 캠코더 영상만으로 진행되는 <클로버필드>(2008) 역시 거대괴물의 공격으로 아비규환이 되어가는 도시를 생생히 보여준다. 자유의 여신상 목이 떨어져 나가고 고층빌딩이 무너지는 등 재난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현란한 특수효과의 과시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재난의 한복판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장감을 살려내 한 차원 진보된 페이크 다큐의 쾌감을 선사했다. 올해 초 개봉해 화제가 된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선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시달리던 여자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24시간 촬영한다. 편집 없이 보이는 영상엔 저절로 문이 닫히고 발자국이 남겨지는 등 이상한 현상이 연이어 펼쳐지며 섬뜩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의 일상을 그대로 비추며 자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촬영되는 영상은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캠코더 영상과 달리 훔쳐보기의 은밀한 쾌락까지 형성한다.

시치미의 미학

사실성을 높여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페이크 다큐는 그 장르의 특성이 웃음을 유발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롭 라이너 감독의 1984년 작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가짜 록 다큐멘터리 영화다. ‘스파이널 탭’이라는 얼뜨기 영국 밴드가 미국 투어를 하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통해 기존 록 밴드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들을 풍자한다. 물론 스파이널 탭은 롭 라이너 감독이 만들어낸 밴드이고, 감독은 직접 내레이션까지 하며 능청스럽게 다큐멘터리인 척을 한다. 가짜 밴드 스파이널 탭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진짜 록 밴드로 활동하기도 했다. 

동명의 영국 시트콤을 리메이크해 원작을 뛰어넘어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시트콤 <오피스>는 가장 성공적인 페이크 다큐 코미디의 예다. ‘제지회사 던더미플린 스크랜튼 지점 사람들의 직장생활을 탐구한 TV 리얼리티쇼’라는 가상의 시추에이션. 이것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오피스>는 자그마한 사무실 속 여러 인간군상의 모습을 통해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는 ‘직장인 생태보고서’다. 핸드헬드 카메라가 사무실 곳곳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직원들(출연자들)은 카메라를 의식하며 행동한다. 또 각 인물마다 주기적으로 인터뷰 장면이 삽입된다. 평범한 듯 특별한 직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적이면서도 엉뚱한 갈등들이 시치미 뚝 뗀 페이크 다큐에 잘 녹아들어 공감과 폭소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최근엔 <오피스>의 가족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시트콤 <모던 패밀리>도 등장했다. 깐깐한 아내와 철부지 남편, 남미 출신의 젊은 여자와 재혼한 할아버지, 베트남 아기를 입양한 게이 커플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통해 미국 중산층 가정의 현재를 위트 있게 조명한다. 정미래 기자(FILMON)

SKT에서 발행하는 월간 트렌드 매거진 Tissue 2010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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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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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페이크다큐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광고에서도 TV시사프로그램 등을 페이크다큐 형태로 소비자나 전문가의 사실감을 활용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2010/05/15 11:08
  2. Favicon of http://dynamick.tistory.com BlogIcon 다이나믹k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히 공포영화 쪽에서 페이크 다큐는 힘을 발하죠.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

    2010/10/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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