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톰 포드가 영화를 만든다고 나섰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웃었다고 합니다. 정말 면전에서 비웃지는 못했겠지요. 톰 포드는 성공한 디자이너입니다. 하기야 그 비웃음이란 것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호사가들의 과장이고 각색일수도 있어요. 사실 패션 디자이너가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한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죠. 근래에는 다소 퇴색한 관점이지만 영화감독이라고 하면 철학자와 예술가의 어느 사이 정도로 바라보곤 하니까요. 화려한 옷을 만들고 아리따운 모델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디자이너가 영화감독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속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죠. 어쩌면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러한 생각들은 지극히 서구적인 관점일 것 같습니다. 서구 사고관은 패션을 좀 하대하는 경향이 있죠. 특히 기독교의 세계관으로 보자면 패션이라는 산업 자체가 탐욕이나 사치라는 키워드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워요. 칼뱅의 추종자라면 모르겠습니다만, 누군가는 굶주림도 면하지 못하는 마당에 천문학적인 가격의 물건들로 자아를 표현하겠다는 의지가 마냥 훌륭한 일이 될 수가 없는 셈이죠. 더구나 (아무리 그렇지 않더라도)인류를 위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종교적인 입장에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비록 자본주의의 웅대한 금자탑을 쌓은 것이 서구 사회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자랑거리를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들을 선망과 질시의 눈초리로 흘끔거리고 있는 우리의 눈으로 보자면 정말 웃기는 짜장이 따로 없지요.


그러니까 한국에서 톰 포드의 감독 데뷔를 비웃을 수가 있을까요? 아니요. 우리의 종교는 돈이잖아요. 우리에겐 이제 탐욕이나 사치라는 키워드를 부정적으로 조망하고 그 반대편의 무언가를 상기하는 수줍은 성찰이나 윤리적인 인과율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프리스티지 산업의 정점에 서있는 누군가라면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이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마도 오늘날 우리의 관점이자 현실일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 말할 것 같으면 톰 포드가 성공한 패션디자이너라는 점이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관계는 있겠지만 역시 영화는 영화로 보아야 한다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특별히 기대할 것도 특별히 실망할 것도 없어요.

이런 복잡한 생각 속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싱글 맨>이 퍽이나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입니다. 절묘하게 다듬은 1960년대 패션화보같은 프로덕션 디자인이, 그리고 뮤직비디오 같은 촬영이 연인을 잃은 중년 게이 남성 교수의 상실감이나 공허를 표현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다소 괴상합니다. 하지만 <싱글 맨>은 톰 포드의 영화잖아요. 그가 소위 예술 영화처럼 형식과 주제를 잡고 밀어 붙였다면 많은 관객들이 실망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다행이면서 인상적인 것은 그러한 표현 방식이 어느 시점부터는 정서적인 호소력을 확보한다는 사실이지요. 톰 포드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원작 소설에 깊은 애정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그에게는 상실에 대한 경험이나 진지한 성찰이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싱글 맨>은 그것들에 대한 고백인 것 같군요.


저는 극장 안을 가득 메우는 슬픔과 황량함이 그나마 화려하고 고혹적인 디자인으로 위로 받는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톰 포드는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외로움이나 그리움을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으로 위로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연관기사
<시리어스 맨> -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밀크> - 완벽한 배우, 완벽한 영화
<셉템버 이슈> - 체험! 보그의 현장

저작자 표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film-on.kr/trackback/893 관련글 쓰기

  1. 상실의 아픔, 그리고 '혼자'라는 고통 - [싱글맨]

    Tracked from 컬쳐몬닷컴  삭제

    ⓒ 스폰지이엔티 싱글맨 감독 톰 포드 출연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 니콜라스 홀트, 매튜 구드, 지니퍼 굿윈 등 2009. 미국. @ CGV 오랜 연인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지는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를 오래전부터 지켜봐왔고 옆에 있어준 샬롯은 행여나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싶은 마음에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교수인 조지의 수업을 듣던 케니는 조지에 대한 호감으로 그의 주변을 맴돌고, 마지막을 함께 보낸다. 영화..

    2010/06/26 16:00

댓글을 달아 주세요

◀ Prev 1  ...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 740  Next ▶

카테고리

FILMON (740)
REVIEW ON (343)
FEATURE ON (121)
PEOPLE ON (86)
CULTURE ON (68)
ESSAY ON (59)
TALK ON (15)
FOCUS ON (39)
NOTICE ON (8)
CONTACT US (1)

영화웹진 FILMON

'미래'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미래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Copyrightⓒ FILM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