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극장가에 때 아닌 80년대 잉글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스키니 돌청바지에 멜빵을 멘 스킨헤드족이 전쟁과 실직으로 신음하는 나라에 분노를 터트리고, 전 세계를 호령했던 여왕이 다시금 위풍당당한 라이브를 펼친다. 지금, 극장에 가면 80년대 영국 문화를 온 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Back to 80
2009년 패션의 화두는 단연 ‘80년대’다.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재킷에 커다랗게 반짝이는 액세서리,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스키니진에 이어 최근엔 영원히 촌스러울 것만 같던 ‘공포의 돌청바지’가 다시금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유행이 영화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8월의 극장가에 80년대 영국의 패션, 음악, 청춘 문화를 담은 두 편의 영화가 개봉해 눈길을 끈다. 스스로 ‘진짜 영국 영화’임을 천명한 <디스 이즈 잉글랜드>와 영국이 낳은 최고의 록 밴드 퀸의 전설적인 공연 실황을 담은 <퀸 락 몬트리올 씨네 사운드 버전>이 그것이다. 한 편은 80년대 영국을 완벽하게 재현했고, 또 한 편은 80년대의 공기를 고스란히 복원해냈다. 촌스럽지만 트렌디하고, 낡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신선하게 다가오는 두 작품을 만나보자.
이게 진짜 영국이야
1980년대 초 영국은 정치ㆍ경제적으로 매우 혼란했다. 포클랜드 제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아르헨티나와의 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실업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은 무의미한 전쟁에 분개했으며, 전쟁터에서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아이는 슬픔에 잠겼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8/13 개봉)는 제목처럼 영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청춘들의 리얼한 삶을.
12살 소년 숀(토마스 터구즈)은 우울하다. 포클랜드 전쟁으로 아빠를 잃었고, 엄마는 먹고 살 돈 버느라 늘 피곤하다. 또래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던 숀은 하교길에 동네 형 우디(조 길건)를 만난다. 샤프한 외모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우디는 숀을 자신의 무리에 끼워주고, 멋진 형들과 함께 놀며 숀은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디의 친구 콤보(스테판 그레이엄)가 감옥에서 출소한다. 다혈질의 인종차별주의자 콤보는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고 가며 평화주의자인 우디와 마찰을 일으키고, 숀은 우디와 콤보 사이에서 갈등한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소년의 쌉싸래한 성장기다. 달콤한 행복과 폭력으로 얼룩진 비극을 겪으며 소년의 몸과 마음은 한 뼘 더 자란다. 셰인 메도우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성장영화의 틀 속에서 80년대 영국의 청춘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피가 안 통할 정도로 다리를 조이는 스키니진이 대세로 떠오른 그 때, 돌아가신 아빠가 사준 나팔바지를 입고 등교한 숀이 촌스럽다고 놀림당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당시 젊은이들의 영혼과도 같았던 패션에 대한 더 없이 사실적이고 유쾌한 보고서다.
우디와 어울리게 되면서 숀은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을 박박 밀어버린 후 늘씬한 스키니진에 몸을 밀어 넣는다. 닥터 마틴 워커는 맞는 사이즈가 없어 못 샀지만 체크무늬 셔츠에 멜빵까지 갖추자 동네에서 가장 트렌디한 소년으로 탈바꿈한다. 영화는 최신 유행하는 옷차림으로 무장하고 어지러운 현실을 감내하는 80년대 영국 청춘들의 날것 그대로의 멍하고 혼돈스러운 상황을 21세기적 감성으로 재창조하며 흥미로운 볼거리와 울림을 선사한다.
여왕의 재림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80년대 영국의 시대상과 길거리 문화를 리얼하게 재현했다면, <퀸 락 몬트리올 씨네 사운드 버전>(7/30 개봉)은 80년대 영국 음악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퀸 락 몬트리올 씨네 사운드 버전>은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퀸의 최고 전성기 시절의 라이브 실황을 담은 작품이다. 1981년 1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이 콘서트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됐는데, 수십 년간 보관고에서 잠자고 있던 필름이 얼마 전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의 지휘 아래 700명의 디지털 기술자들이 동원되어 세월이 남긴 필름의 잡티와 녹음테이프의 잡음을 제거하고 악기와 보컬, 2만 여 팬들의 함성 소리를 일일이 되살려 실제 콘서트 현장에 있는 듯한 영상을 완성시켰다.
이렇게 복원된 ‘여왕 폐하’는 2007년 캐나다에 개봉되어 열렬한 반응을 얻은 후 영국, 미국 등을 거쳐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1991년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퀸의 열정적인 무대가 디지털 복원의 힘으로 되돌아왔다. 30여 년 전의 콘서트 현장이지만 그 어떤 최신 록 밴드의 공연보다 감각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Somebody To Love’ ‘Love Of My Life’ ‘Bohemian Rhapsody’ ‘We Are The Champions’ ‘We Will Rock You’ 등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영국의 위대한 유산을 스크린으로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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