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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피트> - 어느 청년의 사랑

REVIEW ON 2010/06/11 13:37 Posted by 쥬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6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LGBT필름페스티벌(이하 LGBT영화제)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무려 11회를 맞았지만, 그 규모는 조촐했어요. 아 혹시 LGBT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한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군요. LGBT는 레즈비언(lesbian: 여성동성애자), 게이(gay: 남성동성애자), 바이섹슈얼(bisexual: 양성애자), 트랜스젠더(transgender: 성전환자)를 뜻하는 것으로 성소수자의 통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단어를 설명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11회를 맞은 LGBT영화제의 현실이자, 오늘날 대한민국 성소수자의 현실이겠네요.

그간 여러 번 LGBT영화제를 찾았지만 관객의 숫자는 상당히 적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게이들조차 LGBT영화제에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 느낌이었죠. 나름 한국 게이 컬쳐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낙원상가 근방에서 벌어지는 영화제임을 상기할 때 조금은 의미심장한 부분이었습니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소위 ‘영화제’라는 행사, 또는 ‘인권’을 내건 행사에서 젊은 세대들이 사라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일 것입니다. 그래도 이번은 조금 다르더군요. 영화제를 이틀 간 찾은 저는 생각보다 많은 관객의 숫자에 놀랐습니다. 더구나 제가 영화제를 방문한 이틀은 모두 평일이었으니까요. 좋은 영화들이 있었고, 관객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영화제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영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름하야 <대물 피트>, 영국에서 렌트보이(쉽게 말하면 남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활을 하고 있는 24살 청년, 피트의 삶과 사랑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리스계인 피트는 검은 머리와 정력적으로 보이는 이목구비, 그리고 5피트 11인치의 운동선수같은 몸매와 8.5인치의 언컷(uncut: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성기를 말합니다)한 물건을 소유한 탑(top: 남성동성애자의 섹스에 있어 삽입을 담당하는 쪽을 일컫습니다. 유럽 쪽에서는 active라고 칭하기도 하죠. 빅뱅의 멤버가 아닙니다)입니다. 하루에 4번 정도 손님을 받는 것 같았는데, 아무리 24살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탁월한 체력이나 정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대략 100파운드 정도의 화대, 주 5일을 일한다면 2000파운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빠듯해 보입니다. 런던 코벤트 가든에 거처를 마련한 그는 주 500파운드, 다시 말해 한 달에 2000파운드의 월세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 초라한 자신의 집이 부끄러웠던 피트는 크고 근사한 집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코벤트 가든에 거처를 확보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는 열심히 일해 성공하고 싶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열심히 강변하지만 카메라는 이따금 떨고 있는 그의 눈동자를 포착합니다. 제 아무리 24살에 무서울 것 없는 젊은 남자라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숱한 섹스와 그에 따른 질병과 마약의 공포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로맨스가 찾아듭니다. 피트와 같은 렌트보이 카이는 조금은 더 의존적이고 연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피트와 카이는 제법 잘 어울립니다. 일을 떠나서라도 유사점이 많은 커플이지요. 둘은 은근히 서로를 타박하기도 하고 짜증도 부리지만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업종이 업종이다보니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순탄하지가 않아요. 일례로 좋은 집에 집착하는 피트는 카이에게 좀 더 많이 일을 하라고(좀 더 많은 돈을 벌어 오라고, 좀 더 많이 다른 남자들과 섹스를 하라고) 종용합니다. 카이는 그렇게 말하는 피트가 야속하고, 피트는 좀처럼 돈이나 생활에 무신경한 카이가 못마땅합니다. 만났다하면 마약파티에 정신이 없는 것도 이 커플의 고질적인 문제이지요.

영화는 가장 현실적인 섹스씬을 보여줍니다. 인상적인 것은 카메라의 시선입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애정이 담긴 입맞춤의 질감, 곧이어 카메라는 서로의 옷을 벗기는 피트와 카이의 모습을 따라갑니다. 불규칙하게 드러나는 털들과 점들(보통 게이들은 제모에 민감하기도 합니다. 영국 게이들이 제모에 무감하거나, 피트와 카이의 직업이 제모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을 카메라는 부드럽지만 관능적으로 쫓습니다. 상대의 몸을 살피는 시선과 피부의 촉감이 거의 완벽하게 전달되는 정도죠. 하기야 성기까지 여봐란 듯이 등장하니까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영화는 간혹 진실한 표정을 통해 그네들의 속마음에까지 가 닿습니다. 성인용 잡지를 위한 화보촬영에서 거대한 물건과는 달리 겁먹은 소년의 눈빛을 노출하는 피트라든지, 섹스를 일로 하는 렌트보이 사이의 사랑은 드물고 어렵다면서도 피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카이의 모습 등은 그냥 그 자체로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습니다. 굉장한 장면들도 있어요. 고객과 만나 워터스포츠(water sports: golden shower라고도 하는데, 소변을 보는 일을 성적인 흥분에 활용하는 페티쉬입니다)를 마치고 온 것이 확실한 카이를 피트는 정성껏 씻겨줍니다. 조금은 의기소침해진 연인을 위해 장난을 거는 그의 앙증맞은 노력에선 이 세상 모든 가난한 연인들이 처한 불안한 현실과 애절한 사랑이 동시에 전해집니다.

이번 LGBT영화제를 방문하면서 영화가 담을 수 있는 현실이란 것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금 슬퍼지더군요. 영화는 많은 것을 담고 있으나 사람들이 이를 보려 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세상에는 점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사연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귀를 막으려 하고 눈을 가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무관심하고 싶은 것이겠죠.

어쨌든 이번 토요일(6월 12일), 바로 내일 12시부터 6시까지 청계천 일대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있을 예정입니다.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퍼레이드에 참여해 그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수도, 아니면 그냥 놀 수도 있습니다. 당일 청계천 베를린 광장 현장에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니 참여 의사가 있으신 분들께선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사무국 이메일 kqcf@naver.com, 전화 0505-303-1998. 단체, 개인 모두 가능). 퍼레이드가 끝나는 6시 이후부터는 이태원에서 애프터 파티가 있을 예정, 월드컵 응원이 끝난 열기를 어쩔 수 없는 분들께선 이태원 곳곳의 클럽에서 벌어질 파티에 참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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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d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정권들어 출판물도 그렇지만 퀴어영화는 아예 극장에 걸리지를 않던데..
    영화제는 괜찮나봐요.

    2010/06/13 09:36
    • Favicon of http://zooha.tistory.com BlogIcon 쥬하  수정/삭제

      영화제는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영화의 주제나 소재를 정권 단위에서 차단할 정도로 우리 나라의 인권 수준이 엉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말씀을 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워지는군요. 여하튼 퀴어영화제는 이번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하더군요. 네 영화제가 괜찮은 것이 아니었군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사라져 없어지기 전에요.

      2010/06/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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