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음악 영화의 한계가 생각보다 명확하다고 봅니다. 들려 줘야할 것과 보여 줘야할 것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엮어 나가다보면 영화의 전체적인 모습은 모종의 장르성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픽션은 픽션대로 실화는 실화대로 그렇지요. 대충 떠올려 볼까요? 우선 음악과 그 음악인의 삶이 펼쳐질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가의 삶은 풍족하기보다는 어려움이 많을 테고요. 아니면 비범한 천재성이 그 또는 그녀의 인생을 험난한 길로 이끌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악한 환경으로 시대상이나 가족의 미시사가 그럴 듯하게 나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게 아주 마음먹고 몰아붙이지 않는 한, 다소 양념 역할에 그치는 부분이 되지요.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해요. 토드 헤인즈는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의 인격을 이리저리 나누고 다져서 시대와 음악, 그리고 인간에 대한 묘한 모자이크를 완성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예외입니다. 더구나 밥 딜런은 밥 딜런이잖아요.
<런어웨이즈>로 말할 것 같으면 무척이나 평범한 음악영화라 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실존 했다는 여성록밴드 런어웨이즈의 두 소녀(데뷔 때가 15, 16살이었답니다)들인데요. 부평초 같은 여성들이 70년대의 여성차별 속에서도 당당한 록커로서 성장하고, 성공의 화려함 속에서 무너졌다가 다시 자신을 되찾고 음악도 되찾는다는 그런 교과서적인 영화가 되겠습니다.
음악은 아주 좋습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데이빗 보위의 전위적이면서도 몽롱한 무대를 좋아하고 이기 팝과 섹스 피스톨스의 폭발적인 자유를 동경합니다. 그 시절의 음악은 응당 록이 그래야 하는 본래의 모습을 잃기 직전의 반짝임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속에는 진짜 좌절과 위로가 있고 걷잡을 수 없는 절망이나 분노가 넘실거려요. 아무리 프로듀서가 세공한 결과물이라지만 음악이 음악가의 인생을 반영하지요. 가령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버린 엄마를 원망하는 주인공,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는 성공을 위해 자신 역시 가족을 뒤로 합니다. 또 한명의 주인공 조안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여자들은 전자기타를 연주하지 않는다는 기타선생 앞에서 앰프의 볼륨을 높이고요. 감정이 진짜가 될 수밖에요. 런어웨이즈의 음악은 절망을 흉내 내지 않습니다. 분노를 시늉하지도 않아요.
홍보에 비해서는 평범하지만 다코타 패닝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존재감이 특별합니다. 자기 파괴적인 방종과 분노, 퇴폐미가 작렬하지요. 여기서 저는 할리우드의 날카로운 캐스팅 전략에 다시금 감탄합니다. 다코타 패닝은 아역스타로 각광받다 성인이 되면서 다소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배우입니다. 사람들은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는 그녀를 놀리거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앙상해진 그녀를 비아냥거리기 일쑤였어요. 그녀는 대중의 열광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볍고, 변덕스럽고, 무분별한 것인지 어려서부터 경험한 배우입니다. 그러니까 런어웨이즈의 연주에 깡통 따위를 던지는 적대적 관중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지르는 체리 커리는 그냥 다코타 패닝의 또 다른 에고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적역을 만났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틴에이저들의 스타로 발돋움한 그녀는 사실 밝고 귀엽다기보다는 혼란스럽고 어두운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그러기에 트와일라잇의 벨라로 낙점된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미국 십대 스타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린제이 로한,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걸 넥스트 도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요. 때문에 약물에 절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모습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두 여배우들이 노래를 잘합니다. 발성의 상태나 음악을 들어봤을 때, 분명 후반 작업의 성과가 상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제니스 조플린은 아니니까요. 이 정도면 대단히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생각입니다. 록음악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면 분명 만족스런 영화가 될 것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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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저는 등장하는 음악이 좋다면야 음악영화의 장르적 전형성도 나름 즐기는 편이었지만, <아임 낫 데어> 이후로 기대치가 확 높아진 게 사실이었죠. 하지만 역시 '밥 딜런은 밥 딜런이잖아요'인 것이겠죠? : )
2010/06/25 01:32그렇죠. 토드 헤인즈도 토드 헤인즈이고 말이죠 :)
2010/06/26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