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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셔 영화의 재미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글쎄요.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슬래셔 영화의 장르 컨벤션은 과장법에 의존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슬래셔 영화라면 막나가야 제 맛이라는 것입니다. 가령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는 문자 그대로 전기톱을 들고 마구 설쳐야 합니다. 프레디는 가위손으로 가엾은 희생자들을 난도질하면서 유쾌한 눈웃음을 날려야 하고요. 생각해보세요. 제이슨이 가면을 쓴 채 수줍어한다거나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느끼는 모습을 말입니다. 용납할 수 없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여대생 기숙사>는 ‘막나감의 재미’가 출중합니다. 사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나아가고 예쁘고 철없는 여대생들은 비참한 살상극의 피사체가 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집니다. 영화의 제목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여대생 기숙사>의 재미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엽기적으로 살해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건 어떠한 의미에서 남성 노동자 계층의 욕망을 극단까지 몰아간 것입니다. 도도하고 아름다운 여대생들이 문자 그대로 부수어지는 동안, 계급 체계와 법, 윤리에 자신을 길들이고 있던 하층 계급의 남자, 또는 들끓는 욕망을 누르고 있던 남성들은 어두운 쾌감을 맛보게 됩니다. 진정 그렇게 작용하는지는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식은 그렇습니다.


형식의 과잉은 기묘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살상의 전시를 위해 기본적인 타당성을 무시하는 것은 슬래셔 장르의 독특한 생리현상입니다. 관객들은 “제발 그 기숙사에서 멀리 떠나”라고 외치더라도 그녀들은 꿋꿋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건 그냥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손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특이한 점이라면 그녀들이 받은 번호표는 백지 번호표일 것이며, 그 순서는 절대적으로 살인마가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실소이던 것이 몇 번의 반복과 뒤틀림 후에는 폭소로 전이됩니다. 이것 역시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식은 그렇습니다.

빛나는 활약을 하는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등장하고, 어처구니없는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클라이막스는 정말이지 “막나가다 빵터졌다”는 말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대충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이쯤에서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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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흠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려고했는데 꽤나 안좋은 평이라 보기가 꺼려지는데요?

    2010/06/28 22:57
    • Favicon of http://zooha.tistory.com BlogIcon 쥬하  수정/삭제

      음 난감하군요 ^^; 저는 나름 좋았다는 기억으로 리뷰를 작성했는데 말이죠. 아마도 제가 슬래셔 장르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애초부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시선이 영화에 대한 비관으로 비쳤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살해장면을 오락으로 활용하는 장르라면 과장법이나 유머로의 방향 선회는 필연이라고 봅니다(살해가 오락이 되기엔 아무래도 윤리의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제 아무리 요즘이 윤리의 시대가 아니라도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여대생 기숙사>는 제목이 의도하는 만큼의 저렴한 재미가 충만합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다고요. 특히 기숙사 사감... 정말 빵터집니다.

      2010/06/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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