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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계획표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졸업을 앞둔 대학생 라이든(알렉시스 브레델)은 학사모를 벗어 던지고 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 기대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출판사에 취직해 뛰어난 편집자로 인정받을 거라고. 면접 날짜까지 받고 나니 벌써 그 회사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다. 커리어우먼은 준비성이 철저해야지. 면접도 보기 전에 회사 맞은편 전망 좋은 아파트도 계약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수많은 대졸 구직자들과 경쟁을 벌인 끝에 보기 좋게 고배를 마신 그녀는 하루아침에 청년실업자가 된다. 이건 계획에 없던 거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멋진 삶을 시작하리라던 바람이 물거품 되고 기숙사에서 뺀 짐을 부모님 집으로 들여놓은 순간, 라이든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인간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포스트 그래드>(Post Grad, 2009)는 사회 초년생의 좌충우돌 성장담이다.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며 약간의 허영심을 가지고 있는 대학 졸업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회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가볍게 담았다.

졸업 후 라이든 삶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면접에서 떨어진 후 일자리를 찾던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가방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하필 자신을 밀어내고 출판사에 취직한 라이벌을 고객으로 맞닥뜨린다.

철없는 아빠는 우스운 사업을 같이 하자며 귀찮게 하고, 섹시한 옆집 남자와의 충동적인 베드신을 식구들에게 들키는 창피함까지 당한다. 또 기다림 끝에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생각했던 일과는 많이 다르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면 폼 나는 커리어우먼으로 거듭나는 건줄 알았는데 사회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드디어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라이든은 또 다른 성장통을 겪는다. 오랫동안 자신만 바라봐주던 친구 아담(잭 길포드)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다. 헛똑똑이 라이든의 마지막 여정은 지쳐서 떠난 아담을 붙잡으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일을 그만 두고 사랑을 선택한 라이든의 결정에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졸업을 하고 직장을 찾고 사랑을 발견한 후 비로소 어른이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대견하다.


<포스트 그래드>는 ‘할리우드의 요정’으로 훨훨 날아다닐 줄 알았지만 예상 외로 큰 활약을 보이지 않고 있는 알렉시스 브레델이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꿰찬 영화다. 아쉽게도 브레델의 출연작은 한국에서 DVD로만 출시되는 불운을 겪고 있는 중이다. 잠깐 출연한 <씬 시티> 외에는 출세작 <청바지 돌려 입기> 시리즈도, 최신작 <포스트 그래드>도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다. <포스트 그래드>에서 알렉시스 브레델은 그간의 청순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벗고 발랄하고 코믹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것은 다소 단조로운 영화를 그나마 볼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요소이기도 하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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