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모리스>는 스티븐 러셀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1957년에 태어나 미국 버지니아의 한 가정에 입양된 스티븐 러셀은 멀쩡하게 자라 1970년대에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경찰로 근무하며 조용한 인생을 살았어요. 그런데 그의 인생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의 생모를 찾는 과정에서 국립범죄정보센터와 국립 법지원 텔레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깨닫습니다. 그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휴스턴에 있었던 ‘화이트스완’이라는 외식산업체에 취업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거짓으로 꾸몄지요.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그가 휴스턴 지역의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지역에서 외설적인 행위로 구속당하는 바람에 조작한 이력이 모두 들통났거든요. 그는 휴스턴 해리스 카운티에 수감됐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어요.
1993년 5월 21일 그는 의문의 방법으로 준비해둔 사복을 입고서 해리스 카운티를 유유히 빠져 나옵니다. 그는 도망은커녕 이전의 경력조작 경험을 살려 북미의료사업체의 CFO로 취직했어요. 재직기간동안에는 당연한 것처럼 수천 달러를 횡령했습니다. 그러다 1995년 보험사기로 다시 구속돼 해리슨 카운티로 돌아왔죠. 이때 그의 연인, 필립 모리스를 만났습니다. 사랑이 시작됐지만 그는 탈옥에 매진했어요. 1996년, 서류를 위조해 자신의 보석금을 90만 달러에서 4만 5천 달러로 낮춰 탈옥했다가 붙잡힌 그는 같은 해 교도소 내에서 운영하는 미술 수업에 비치된 녹색 마커의 염료로 죄수복을 염색해 입고 다시 한 번 탈출에 성공합니다. 교도소에 출입하는 의료팀의 옷이 녹색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는 또 금융사기를 벌입니다. 물리학자들의 재정을 관리하는 회사에 취업해 80만 달러를 횡령했지요. 1998년 붙잡힌 그는 횡령죄로 45년을, 그리고 탈옥으로 20년을 추가로 구형 받았습니다.
영화에서처럼 그가 필립 모리스와 함께하기 위해 이 모든 범죄를 기획했는지는 확실치가 않습니다. 필립 모리스가 댈러스 카운티로 이송된 것은 1998년입니다. 1998년이라면 이미 스티븐 러셀이 수차례의 사기와 탈옥을 시도한 후였죠. 당사자들만이 아는 진실일 테니 알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영화는 나름의 구도를 잡고 있어요. 스티븐 러셀의 사기, 탈옥의 반복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 것은 그의 불행했던 성장환경이나 성정체성, 그리고 특별한 사랑이 큰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기묘한 실화를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필립 모리스>는 여러 가지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코미디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발랄한 게이로맨스 같기도 해요. 전반적으로는 붕 떠있는 느낌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도 말이죠. 사실 이 정도의 엉뚱한 사건이라면 실화이니 망정이지 황당하기가 어지간한 SF수준이니 무리도 아닙니다. 감독의 의도 역시 다소간 비현실적인 공간이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에 있습니다. 때문에 스티븐 러셀을 짐 캐리가 연기하는 것은 이 영화의 내부에서는 아주 당연하게 보입니다. 이렇게 기이한 인물을 짐 캐리가 아니면 누가 연기할 수 있겠습니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티븐 러셀같은 인물이라면 미국 자본주의의 우스꽝스러운 단면이라든지, 신선한 게이로맨스를 만들어 내기에 안성맞춤인 캐릭터이니까요. 좀 더 사실적인 느낌으로 그가 도드라지게 하는 이 세상과 인간의 고유한 특질들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할리우드의 제작 기반 안에서 소재, 영화의 방향성, 캐스팅은 명확한 한계 내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지요. 기대보다는 부족하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예요. 범죄, 사기, 동성애, 탈옥 같은 키워드를 모아서 명랑만화 분위기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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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의 99%는 거짓이였지만 필립모리스를 사랑했던 마음만큼은 1%의 진실임을 영화는 말하고 싶었나봅니다.
2010/07/06 19:58짐캐리의 오랫만에 유쾌하고 뻔뻔한 연기에 한번더 기분좋게 영화관을 나서게되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려서 그렇지, 짐 캐리만큼 기술면에서 뛰어난 배우도 드물죠. 게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세 역시 은근히 깊이가 있어요. 유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지고, 뻔뻔하지만 다정한 눈빛을 하고 있죠.
2010/07/12 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