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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더듬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안 감독의 필모그래피만큼 재미있는 경우도 드물죠. 미국 현대 가정을 둘러보던(<결혼피로연>(1993)) 그는 뜬금없이 시대극(<센스앤 센서빌리티>(1995))에 매진하기도 했다가 돌연 서부극풍의 전쟁영화(<라이드 위드 데블>(1999))를 내놓았는가 하면, 무협영화(<와호장룡>(2000))에 도전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는 기이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슈퍼히어로물(<헐크>(2003))까지 뻗어나갔던 방대한 스펙트럼이 흥행참패와 함께 다소간 움츠러드는가도 싶었지만, 이내 판타지에 가까운 게이로맨스(<브로크백 마운틴>(2005))와 폭풍에로물(<색, 계>(2007))을 능숙하게 변주했으니, 이 정도면 거의 서커스 수준이었던 셈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안 감독이 우드스탁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불가능이란 없지요. 조금 과장을 덧붙이자면 슬래셔 영화를 만든다고 했어도 믿었을 거예요.


<테이킹 우드스탁>은 세계적인 음악행사 우드스탁에 대한 이안식의 기억입니다. 흔히 다큐 분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소재이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다른 꿍꿍이를 내비칩니다. 나사가 빠진 듯한 시선으로 나른한 시골마을의 한 가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화에 홀연히 우드스탁의 핵심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이게 그렇게나 대단한 역사의 순간이라기에는 그냥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어요. 그 혼란 속에 자유와 연대가 존재하고,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보면 우리의 마음속에 밑도 끝도 없는 그리움이 번진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테이킹 우드스탁>을 시절지난 히피풍의 소품으로 격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안감독이  흩뿌리는 것은 꽃가루가 아닙니다. 그의 시선 속에 머문 우드스탁의 기억들은 자유와 연대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하는 동시에, 그러한 자유와 연대를 포기한 오늘날의 열패감을 극복하려 합니다.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가족 사이에 굴곡 깊은 드라마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것은 우드스탁이 태동하던 미국 1960~70년대의 시대정신입니다. 지금은 언감생심, 눈 뜨고도 코 베어갈 판국이지만, 한 때, 그렇게 법과 규율, 제도와 체제를 넘어선 자유와 연대에 대한 꿈이 있었죠.


상당히 깊이 있고 성숙한 가족극의 면모와 함께 한 청년의 담담한 성장담, 그리고 그에 연관된 삼삼한 게이 로맨스가 부분적으로 등장합니다. 리뷰 슈라이버의 엄청난 떡대를 휘감아 도는 여장남자연기를 보는 재미라든지, 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폴 다노를 감상하는 뜻밖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은근히 유머가 충만한 편인데, 대놓고 웃기는 것은 아니고 모르는 척 능청을 떠는 식이에요. 현실을 환기하고자하는 우드스탁에 대한 간절한 노스탤지어만큼이나 소소한 재미가 빼곡합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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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dthink.tistory.com BlogIcon 여울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양식 유머가 느껴질듯하네요.
    보고싶지만 상영하는곳이 많을런지...

    2010/07/30 12:15
    • Favicon of http://zooha.tistory.com BlogIcon 쥬하  수정/삭제

      생각보다는 많은 것 같아요. CGV에서는 수원 인천 부산에서도 개봉합니다.

      2010/08/01 17:38
  2. Favicon of http://killkillkill.tistory.com BlogIcon BBSH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겠네요. 주위 영화관에서 상영안하는관계로 dvd출시되면봐야할듯 ㅎ

    2010/07/31 01:02
    • Favicon of http://zooha.tistory.com BlogIcon 쥬하  수정/삭제

      얼마 남지 않은 dvd 애호가이시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이안의 소품같은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강렬한 소재나 영화 문법을 사용하는 작품이 인상에 남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죠. 다소간 느슨하고 나른하다고 해서 <테이킹 우드스탁>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안은 대중영화의 문법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찰의 수준이 탁월한 작가예요. 거의 순진하게 느껴질 만한 감정을 복잡다단한 관계와 세상 속에서 이야기로 엮어 내는 것은 작가로서 뛰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그냥 인간으로서 성숙한 시선과 감수성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필히 소장하세요. 가치가 있습니다.

      2010/08/01 17:46
  3. hahaha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시사회로 이 영화를 봤는데요. 예고를 보고 꼭보고 싶었기 때문에 어렵사리 시사회표를 구했었어요.(왠지 개봉관이 많지 않아서 못보고 말꺼라는 예감이 들었거든요 ㅎㅎㅎ)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때의 시대상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주워들은 것들만으로도 어느정도는 이해가능하고 유머도 좋았구요.
    그 후에 배철수의 음악캠프(라디오)에서 김태훈씨가 나와서 이 영화에 대해 얘기 했었는데 영화에 정말 빼곡하게 그당시의 시대상황이 들어있더라구요. 영화에 나오는 경찰관이 헬멧에 꽂아둔 꽃한송이까지도 그냥 꽂아둔게 아니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감독님 너무 철두철미 하시어요!!

    2010/08/12 22:20
    • Favicon of http://zooha.tistory.com BlogIcon 쥬하  수정/삭제

      저는 주인공과 아버지가 물장구(?)를 치다가 언덕너머 들려오는 음악 소리, 그러니까 우드스탁 공연의 소리를 듣는 장면을 보는데, 속에서 "아!"소리가 나더군요. 저런 페스티벌 가보면 느낄 수 있죠.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사람을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이안은 정말 그 설렘과 흥분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았던 겁니다. 보통 감독이었다면 우드스탁 공연 무대나 관객의 열광을 뻔하디 뻔하게 재연했을 것인데 말이죠.

      2010/08/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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