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는 썩 괜찮은 공포영화였습니다. 동굴 탐험이 지옥 구경으로 끝난다는 설정이야 대단할 것이 없었죠. 하지만 어둠을 다루는 기술이 탁월했고, 그 안에서 무너지는 여자 친구들의 우정, 또는 각각의 캐릭터가 공포라는 테마 안에서 짜임새 있는 드라마를 엮어냈던 것입니다. 특히 기묘한 안온함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절망적인(말하자면 괴랄한), 공포영화로서는 가장 추천할 만한 마무리를 보여줬지요.
때문에 <디센트 2>가 나온다는 소식에 공포영화 마니아들은 비명을 질렀을 것입니다. 물론 반가운 마음이 앞섰겠지요. 하지만 곧이어 분노가 뒤따랐던 겁니다. 절망과 희망이 괴상하게 배합된, 또한 주인공의 멜로드라마가 처연하게 장식된 엔딩은 <디센트>의 3할 이상을 담당하는 매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센트 2>는 전편의 결말을 여봐란듯이 정해놓고 출발해요. 주인공이 살아남았는데, 다른 친구들을 찾기 위해서 구조대와 함께 다시 동굴로 들어간다고 말이죠. 그런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이유는 ‘기억을 잃어서’이고요.
이건 그냥 시작부터 전편의 엔딩을 망치면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기억 상실을 들이미는 것은 언제나 무리수이잖아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반에 들어선 전편의 설정을 변형해 아주 심하게 무리한 상황을 제시합니다. 점 찍고 컴백한 민소희는 양반이지요. 물론 제한된 시간, 공간, 인물들을 기초로 하는 공포장르에서 ‘막장성’은 거의 피할 수가 없는 암초나 다름없어요. 하지만 막나가는 설정이 재미가 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디센트 2>는 다분히 후자에 속해야 하는 영화이고 말이죠.
물론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폐쇄공포증을 자극하는 좁디좁은 동굴과 짙은 어둠, 그리고 드러운(?) 괴물의 존재감은 여전하거든요. 그리고 앞서 말했던 막장성이라는 것이 부분적으로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요(‘피식’도 웃음은 웃음이잖아요). 어쨌든 <디센트 2>는 <디센트>의 속편이니 전편의 설정과 캐릭터를 계승할 의무가 있는 것이겠죠. 극장을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는 빛과 어둠, 비명이나 피로 말할 것 같으면 전편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아요. 오히려 훨씬 강도 있는 고어씬이 넘칩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토마토 으깨는 소리와 함께, 바위에 머리통이 짓이겨지는 장면이 나오죠. 이런 식의 신체 훼손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디센트 2>가 구사하는 고어씬은 비교적 좋은 수준입니다.
잔인한 장면을 공포의 소재로 활용하는 방법론은 크게 3가지가 가능해요. 간단히 말해 무섭거나, 재밌거나, 우스워야하죠. <엑소시스트>나 <에이리언>같은 영화들은 치자면 정석이에요. 소녀의 머리가 360도 돌아가거나, 배가 터지면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정직하게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게 조금 강도를 높이면 공포보다 쾌감을 불러일으켜요. 가령 비슷한 살해 방식을 거의 무한 반복하고 있는 <13일의 금요일>시리즈나 <나이트메어>시리즈의 경우, 고어씬은 오락이 됩니다. 좀 더 잔인하고, 좀 더 기발한 장면을 만들어야 하고, 관객은 이를 순수한 재미로 소비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가 이게 코미디로 전이됩니다. 피터 잭슨이나 샘 레이미가 대표적이죠. 과장에 과장을 더하다보니 장면은 잔인한 데 웃음이 터지거든요.
<디센트 2>의 고어씬은 오락적인 면이 있습니다. 기발한 신체절단 및 역겨운 상황극을 여러 차례 시도합니다. 장면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죠. 그래서 생각해본 것인데, 닐 마샬의 <디센트>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존 해리스의 <디센트 2>(닐 마샬이 제작자로 나섰지요)는 썩 괜찮은 공포영화일 수가 있어요. 물론 약간은 지루합니다. 드라마와 액션, 공포가 절묘하게 이어지던 전편에 비해 <디센트 2>는 전반적으로 끊기는 부분도 많고 늘어지는 느낌이에요. 하기야 사골 우리는 데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하는 생각이에요. 사골은 아무나 끓이나요? 속편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도전인 것입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p.s
1. 완성도가 끔찍하다고 느낀 분들이 많은 모양인데, 저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뛰어난 공포영화예요. 볼만합니다.
2. 닐 마샬이 제작을 맡았다니 좀 의외이지요? 하기야 차기작을 찍으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3편. 4편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둠스데이>를 생각해보자면, <디센트>의 완성도는 다소 우연일 수가 있지요.
디센트2. ⓒ : 네이버 영화 포토 약간은 허무하게 끝이 난 1탄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됐던 영화.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공포와 정체 모를 괴물에 대한 공포를 적절하게 묘사한 영화라 말하고 싶다. 미국에서 선정 된 21세기 최고의 공포 영화 25편 중 1위를 한 작품인 만큼 우리 나라에서도 올 여름을 대표 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부분부분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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