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가 극장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지금, 저는 착잡한 마음으로 키보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근래 한국 영화의 키워드는 ‘잔혹’이나 ‘고문’일까요? 물론 두 영화의 개봉시기가 겹치는 것은 우연일 뿐이지요. 하지만 언론과 관객의 관심은 우연이 아닙니다. 감독의 목적의식 역시 우연이 아니고요. 저는 극장가를 피와 비명, 분노, 복수로 물들이고 있는 최근 한국 사회의 어떤 징후들을 생각하면서 문득, 착한 영화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때맞춰 개봉하는 <내니 맥피 2 - 유모와 마법소동>(이하 <내니 맥피 2>)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그런 ‘착한 영화’입니다.
아동물의 외형을 하고 있는 영화들은 그 첫인상과는 달리 갈고닦은 영화적 기술들을 필요로 합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세트와 유려한 색감은 거저 나오는 것이 아니며, 아이들의 주의를 끄는 이야기와 연기 역시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악의 활용이나 편집에 있어서까지 기술의 숙련 없이 아동 영화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은 지루함을 참아주지 않을뿐더러 예민하고 별난 심미안을 갖고 있으니까요. 연출가는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도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하고, 지루하지 않은 사건과 흥미로운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요. 창의력을 바탕으로 영화적인 전통을 습득한 전문 인력이 부재하다면, 10분마다 화장실을 간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과, 옆 친구에게 팝콘 따위를 던지는 한심스런 장난이 창궐할 것입니다. <내니 맥피 2>는 꼼꼼하고도 아기자기한 프로덕션으로 정평이 높은 워킹타이틀사의 작품입니다. 기본이 충실한 영화예요. 알록달록하면서도 균형이 좋은 색감, 유려한 카메라 워킹과 날렵한 편집, 단순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유머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더구나 엠마 톰슨이나 메기 질렌할은 숙련된 연기력으로 과장된 몸짓이나 대사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해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매혹될 탁월함입니다.
이야기야 단순하고 뻔합니다. 말썽쟁이 꼬마들이 맥피 유모를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과 협동, 사랑과 인내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그 배경과 어른들의 모습에서는 다소 의미심장한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가 부재하는 가정의 모습은 육아와 생업을 도맡아야하는 어머니의 곤란함이 폭발직전입니다. 사회가 위급한 상황으로 치달을수록 여성이 담당하는 육아 및 가사노동은 가혹해지기 십상이지요. <내니 맥피 2>는 귀엽고 코믹하지만 선명한 진실을 운반합니다. 영화 초반 쫀쫀한 편집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말썽과 엄마의 곤란한 처지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예요. 육아와 가사노동에 문외한이더라도 깨달을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생지옥이라는 것을 말이죠.
어른 관객, 특히 주부 관객이나, 아이들을 상대해 보신 분들이라면 보모 맥피의 활약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것입니다. 내니 맥피에게는 여성의 삶, 아니 인류의 삶이 필요로 하는 슈퍼히어로의 면모가 있습니다. 마법의 지팡이로 혼돈을 정리하고, 따끔한 충고로 게으름을 일갈하는 동시에, 쓰린 마음을 쓰다듬는 그녀는 완벽한 조정자이자 조력자입니다.
그러니까 새삼 놀라워요. 방법론으로의 위악이 유난히 이슈가 되는 요즘, 착한 캐릭터와 착한 이야기의 성취가 이 정도에 다다른 모습은 다소 생소하기까지 하거든요. 저는 방학의 끝을 잡고 극장을 찾는 아이들에게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내니 맥피 2>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근래 들어 극장계에 몰아닥친 피바람에 내상(또는 주화입마)을 입으신 분들에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유주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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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재밌게 본 저로서는 혼자서라도 보러가고 싶네요.
2010/08/14 10:36보모 얘기를 이렇게 재밌게 하다니 참 대단한 상상력이죠.
2010/08/14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