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여름 극장가에서 <강철중 :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이 한국영화의 역전극을 보여주고 있긴 하다. 개봉 첫날인 19일엔 전국 594개관에서 20만, 개봉 나흘 만에는 140만 명을 모았고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지난 주말까지 250만 명(CJ 엔터테인먼트 집계 기준)의 관객 동원을 이뤄냈다. <강철중>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한국영화 살리기' 구호가 분위기를 더 이끌어준다면 꽤 만족할만한 흥행 결과도 기대할만 하다. 여기에 다수의 영화 언론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강철중>의 흥행은 뒷맛이 쓰다. 왜 <왕의 남자>나 <추격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영화의 흥행처럼 마음놓고 박수를 쳐줄 수 없는 걸까. 이유는 <강철중>의 마케팅과 흥행의 방식에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부터 가속화된 '흥행작 만들기' 방식, <강철중>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또 한번 한국영화 거품 만들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위기를 논하는 지금, 작품성과 별개로 <강철중>의 흥행 패러다임이 논쟁적으로 다뤄져야 할 이유다.
FILM2.0 김영진 평론가의 표현대로 강우석 감독은 영화계 안팎에서 '충무로의 절대 군주'로 각인되어 왔다. <강철중>은 그런 그의 비장의 무기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 감독 인생 걸었다"는 요지의 말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인 영화계 인사인 영화사 씨네2000/영화인회의 이춘연 대표 역시 기자시사회가 있었던 지난 2일, 단상에 올라 강우석 감독과 배우들을 소개하며 "<강철중>은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의 사활을 걸 작품"이라고 소개할만큼, <강철중>의 어깨는 무거웠다. <강철중>은 강우석 감독 본인은 물론이고 오늘날 한국영화 산업화를 일궈낸 주역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줘야 할 임무를 가진 영화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작품성과 재미, 배급력, 마케팅 면에서 <강철중>은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공의 적>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재미와 CJ 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스크린 확보, 그리고 흥행사 강우석과 재간꾼 장진, 명배우 설경구와 정재영의 이름값에 걸맞는 언론의 관심과 관객 동원.
그런데 어쩐지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거품'이다. 지난부터 한국영화의 위기를 거론할 때마다 번번히 등장하던 그 단어, 거품. 복기해보건대, <강철중>이 보여주는 흥행의 양상은 지난 <한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충무로 흥행사'라는 별칭을 달고 강우석 감독의 신작이라며 대대적인 홍보 기사가 나돈다(대체 이 별칭에는 제대로 된 검증도, '1990년대' 같은 단서가 달리는 법도 없다). 영화 전문지에서는 앞다퉈 그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다.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왜 그의 영화가 성공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가 대부분이다(지난 <한반도>에서는 애국애족에 호소하며 '천만 관객 신화의 재탄생'을 기원했다면 이번 <강철중>에서는 '위기의 한국영화를 도탄에서 구해줄 구원 투수'로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네마서비스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스크린 확보에 성공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첫 주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조급한 인터넷 언론들은 개봉 1주만에 '흥행작'의 영예를 안겨준다. 영화를 본 관객들 가운데서 이제껏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비판론이 등장하면, 맞은 편에서 강우석 감독을 지지하는 팬덤이 무서운 결집력을 보이며 옹호론을 펼친다. 관객들 간의 논쟁에 열기가 붙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영화에 대한 분석이 날카로워 질수록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저 즐기면 될 일이지, 웬 말이 많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런 흥행 양상은 강우석 감독만의 것이 아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태풍><한반도><괴물>, 그리고 가장 최근엔 <화려한 휴가>에 이르기까지,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지난 몇 년 동안의 한국영화는 비슷한 과정을 통해 흥행 성공, 혹은 흥행 불발의 결과에 이르렀다. 관객들에게도 이런 양상은 이미 익숙해진 것이라 정점에 올랐던 <괴물> 이후엔 어디선가 '스크린 독과점 재발' 얘기가 나올라치면, "또 그 타령이야?" 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판을 치는 마당에 한국영화계의 자존심을 세워줄 해당 영화가 '작전' 좀 짰기로서니,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딴지를 거느냐고 핀잔을 받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 다시 <강철중>으로 돌아와보자. 왜 새삼스레 <강철중>의 흥행 양상에 딴지를 거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칭 타칭 강우석 감독이 충무로의 세력가라면(강우석 감독은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최대주주다), 위기에서 기회로 가야할 한국 영화계의 결정적 시기인 이 때에 새로운 흥행의 패러다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수해선,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는 커녕 오히려 '한국영화산업의 고질병'을 악화시키는 역할이 되기 십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영화계는 각종 토론회와 대담을 통해 위기 타개의 해법을 고민해왔다. 올해 초에는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영화계를 다 함께 일으키자는 대대적인 거품 빼기 운동이 전개됐다. 그 첫번째 숙제는 마케팅 거품을 거둬내는 일이었다. 단순히 홍보비를 감축한다는 것보다는 관객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보다 진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뚝심있게 밀어붙여 만든 웰메이드 영화로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올해 상반기를 이끈 <추격자>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그 '뚝심 마케팅'의 선봉장이었다. <추격자>는 주제에 대한 집요함을 잃지 않은 신인 감독과 기획자의 뚝심, 스타성보다 연기력 있는 배우의 앙상블로 최고의 효과를 거둬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역시 아줌마 영화, 스포츠 영화에 대한 기존을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경기장과 일상 속의 생생한 땀방울을 잡아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감독과 제작자의 아줌마 파워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았다.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컨텐츠의 본질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으니 두 영화는 한국영화가 미래로 나아가는, 일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줄 것 같았다. 한국영화가 거품을 거둬내고, 솔직담백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믿음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초석이기도 했다.
그러나, 불안하게도, <강철중>을 필두로 과거의 흥행의 패러다임은 재생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앞으로도 <놈놈놈>을 비롯해 <신기전><모던보이> 등 <강철중>의 전철을 밟고 싶어할 영화는 많을 것이다. 과거에 해왔기 때문에 익숙하고, 또 단기간에 이보다 효과 만점인 방식이 있겠나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흥행의 패러다임이 또 한번 주류로 자리잡게 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위기 극복의 구호는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만 하는걸까. 모두들 한국영화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하는데, 흥행의 패러다임을 바꿔내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생력을 갖춘다는 것일까. 내 보기엔 어쩐지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는 것만 같다. 지켜만 보는 기자들은 괜찮은데, 자칫 많은 영화인들이 지쳐 나가 떨어질까 두렵다. 송순진 기자(FILMON)
Tracked from 진사야의 무비 다이어리 (zinsaya's movie diary)삭제
<br clear=all><p align=center><img src=http://image.cine21.com/cine21/still/2008/0530/M0020061__s_9.jpg width=560></p><font color='#6F6F6F'>[ - 영화 <겟 스마트> 중에서 ]</font>
바로 어제 영화 <겟 스마트>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시사회로는 진작에 접했는데 시사회를 보고 난 이후 격하게 끌려서, “이건 꼭 극장에 걸린..
저는 동의합니다.
영화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확실히 마케팅에만 유난히 집착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우생순>이나 <추격자>의 같은 경우에도 영화적으로 잘 만든 것보다는
침체되어 있는 한국영화를 부활시킬 영화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떤 탓도 적잖이 있다는 생각이라서요.
어쨌든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물론 충무로 영화가 잘 되면 좋겠습니다만..
이런 마케팅이 너무 위주가 되다 보면 본질을 많이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강철중> 개봉 당시 CGV 강남 영화시간표를 보고 제대로 식겁한 1인으로써 말이죠.=_=;;
단순히 밀던 영화가 (극장수 측면에서) 너무 손쉽게 나가떨어진 걸 봐 버려서..이기도 하지만
이 생각을 빼고 다시 생각해 봐도 뭔가 기분이 텁텁한 느낌이 남더군요.
저 정도로 <강철중>이 화제성이 높았나? 싶었는데, 이런 그늘로도 비춰진다니 놀랍습니다.
저 역시 한국영화의 선전을 바라는 한 사람입니다만, 저렇게 '침체된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라는 둥의 선전은 일반 국민들에게 너무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졌다는 느낌이어서요. 영화에 관심이 많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한국영화가 침체되었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일 것 같은데 자꾸 한국영화 살려야 한다며 봐달라는 식의 마케팅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요. 뭐만 하면 위기, 또 그러다 천만 영화 나오면 한국 영화 부흥인가, 하는 식의 뉴스들이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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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너무 거품이 많이 낀듯 하군요.
2008/06/30 18:11분석을 할려면 좀 제대로 하셔야 할 듯.
언론 인터뷰 몇번 했다고 뭐 대단한 작전을 한 것처럼
비판하는 건, 정당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추격자나 우생순이 더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는 사실은
다 아는데....
저는 동의합니다.
2008/06/30 19:29영화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확실히 마케팅에만 유난히 집착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우생순>이나 <추격자>의 같은 경우에도 영화적으로 잘 만든 것보다는
침체되어 있는 한국영화를 부활시킬 영화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떤 탓도 적잖이 있다는 생각이라서요.
어쨌든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래도 요즘같이 한국영화가 밀리는 이때, 이 정도 선전하는 것이 있어 다행이어요~
2008/06/30 20:03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물론 충무로 영화가 잘 되면 좋겠습니다만..
2008/07/01 10:49이런 마케팅이 너무 위주가 되다 보면 본질을 많이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강철중> 개봉 당시 CGV 강남 영화시간표를 보고 제대로 식겁한 1인으로써 말이죠.=_=;;
단순히 밀던 영화가 (극장수 측면에서) 너무 손쉽게 나가떨어진 걸 봐 버려서..이기도 하지만
이 생각을 빼고 다시 생각해 봐도 뭔가 기분이 텁텁한 느낌이 남더군요.
저 정도로 <강철중>이 화제성이 높았나? 싶었는데, 이런 그늘로도 비춰진다니 놀랍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이렇든 저렇던, 뭐가 되었던지 간에..
2008/07/02 00:12저는 강철중의 부활과 더불어 침체되어 있는 한국영화의 선전도 기대 해 봅니다.
근데, 뭘 모르고 하는 개념없는 얘기인런지 모르겠으나,
상업영화에서 이정도 마케팅 뭐.. 흔한거 아닌가요?
가장 안타까운건 <강철중>이 구원투수의 자격이 있나입니다.
2008/07/02 12:231편과 너무 유사해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긴장감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이 많은 영화입니다.
모두들 한국영화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으니, 부디 질 좋은 영화로 진검승부 해주시길 저 역시 기대해봅니다.
2008/07/02 14:48저 역시 한국영화의 선전을 바라는 한 사람입니다만, 저렇게 '침체된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라는 둥의 선전은 일반 국민들에게 너무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졌다는 느낌이어서요. 영화에 관심이 많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한국영화가 침체되었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일 것 같은데 자꾸 한국영화 살려야 한다며 봐달라는 식의 마케팅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요. 뭐만 하면 위기, 또 그러다 천만 영화 나오면 한국 영화 부흥인가, 하는 식의 뉴스들이 나오지요..^^
2008/07/02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