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소수자의 권리와 삶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온 김조광수 감독의 신작 <사랑은 100℃>가 서울독립영화제2010에서 12월 11일 첫 상영을 맞았다. <사랑은 100℃>의 주인공 민수의 사랑과 더불어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사랑도 계속 끓는점을 향해가는 중이다. <사랑은 100℃>의 감독 김조광수 감독의 따끈따끈한 인터뷰를 전한다.
스토리 면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 같네요.
네. 수위도 좀 세졌고. 처음으로 새드엔딩으로 끝을 맺었죠.
목욕탕이 배경이라 배우들의 노출 연기가 이어졌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보조출연 배우들이 초반에 좀 힘들어하셨어요. 주연 배우들은 시나리오로 노출 연기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보조 출연자들은 전문적으로 연기를 하시는 분들이 아니거든요.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고, 게다가 밤늦게 촬영이 이루어져서 그런 부분도 힘든 부분이었어요. 영화상에는 낮으로 연출이 되었지만 밤 9시부터 새벽5시까지 촬영한 거였어요. 밤 촬영도 힘든데 노출 연기라 죄송했었죠. 노출에 대해 미리 말씀을 드리긴 했었지만.(웃음) 촬영 때 각자 수영복 준비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촬영을 하지 않을 때는 수영복을 입고 계시다가 촬영 들어가면 제가 “모두 수영복 내려주세요!”하고 외치곤 했어요. 나중에는 다들 익숙해지셔서 신호를 드리면 편하게 벗어주시더라구요.(웃음) 자원봉사자 분들은 제 영화를 오래 봐오신 분들이거나 제가 활동하고 있는 ‘친구사이’라는 게이 인권단체 회원들이에요. 친분을 통해 섭외한 건데 좀 죄송했었죠.
주인공이 청각 장애인이자 청소년 성소수자입니다. 이번에는 장애인의 성이라는 부분까지 접근했다는 점에서 주제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계기와 의미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에요. 원래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문제였어요. 배우를 섭외할 때 잡지 인터뷰를 보고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섭외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청각 장애인이었어요. 감수성이 좋고 본인이 적극적이어서 꼭 같이 영화를 하고 싶었죠. 실제로 그 친구가 장애인이었고 발음이나 말투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의 설정을 바꾸게 되었던 거죠.
그래서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문제를 다뤄야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 친구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 친구를 통해서 장애인의 성문제에 대해 공부도 하게 되었고 고민도 더 깊게 하게 되었죠. 또 성소수자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 소수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춤추는 청각장애인 소녀에 대한 장편 영화를 작업 중에 있습니다. <사랑은 100℃> 주인공 친구를 만나면서 지금 진행 중인 작업과 관련해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 공부도 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고민이나 생각들이 드러나는 부분이 학교 화장실 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놉시스를 참고해보면 주인공인 민수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이라고 설명되어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저도 고등학생 시절, 사춘기 시절에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있었어요. 그 시기가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게이라는 걸 대학에 올라와서야 인정할 수 있었어요. 어떤 남자에게 끌린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자기 자신이 게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건 다시 말해 앞으로의 삶에 커다란 혼란이 있을 것이고, 그 혼란을 끌어안고 살아야한다는 의미가 되죠.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힘겨운 시기인 것 같아요. 그 시기를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 모든 영화에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순서상 가장 처음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성 정체성을 깨닫는 시기에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사랑은 100℃>이고 그 후에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사이?>로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내가 게이가 맞구나, 내가 게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겠구나를 느꼈던 그때의 암담함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사실 전작들이 밝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라서 많은 분들이 ‘너는 고민이 없었냐’, ‘어려운 부분이 없었냐’고 물어오셨거든요. 물론 저도 어려움이 많았고 고민이 많았죠. 그러나 저는 제 자존감이 중요했고 나는 게이지만 행복할 수 있다, 아니 내가 게이라서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시기를 더 표현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사랑은 100℃>는 지금 시점에 필요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공중파 드라마가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들이 보다 자유롭게 드러내려는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탄압, 사회적인 호모포비아 현상들도 노골적이고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고 영화를 만드는 일의 목표, 의도와 성적 소수자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심경같은 것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집단들, 예를 들어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인식이 크지 않았어요. 성소수자가 극소수라고 여기고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호모포비아적 반응도 심하지 않았던 거고요.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영되면서 성소수자의 존재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또 성소수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것이 이성애자들이 권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
일부 보수 단체들의 호모포비아 운동, 예를 들어 신문에 이상한 광고를 싣는다거나 집회를 한다거나 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저에게 메일을 보낸 기독교 신자들도 있어요. 회개하고 주님 품에 돌아오라고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보낸 기도문을 발송한 거예요. 욕설이나 저주 글도 있죠. 그런 일들이 안타깝고 씁쓸하긴 해요.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아직 갈 길이 멀구나. 그러나 상처를 받지는 않아요. 전 오랫동안 인권단체에서 활동해왔고 나이에 따른 경험도 있고요. 그러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을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아직 두려움이 가득한, 아직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그들의 정체성을 모욕하고, 두려움을 주는 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큰 상처가 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어린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그리고 마음이 아플수록 열심히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반드시 외롭고 힘겨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 계획하신 작업에 대한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바로 다음 장편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가제)이에요. 시나리오 작업 마치고 캐스팅 중입니다. 3월에 촬영 예정이고 아직은 정확하지 않지만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30대 게이의 이야기예요.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 10대 , <친구사이?>가 20대의 이야기이고 여기에 이어지는 작품이죠. 30대, 40대 이야기는 장편으로 할 생각입니다.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이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위장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전작들처럼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될 거예요. 그 다음 장편은 아까 말씀 드린 춤추는 장애인 소녀 이야기를 준비 중이에요.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요. 그것은 퀴어가 아닐 겁니다.
이르지만 새해 소망과 서울독립영화제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진위 지원이 끊겨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영화제를 진행 중이라 감사하게 생각해요. 내년에도 지원이 없더라도 보다 알차고 규모도 실해졌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년에 지금 준비하는 장편이 잘 되어서 많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조광수 감독의 바람처럼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서독제와,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더 나아가 성소수자의 권리와 삶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함께 기도해본다. (데일리팀 곽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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