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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틀 전인 지난 20일 부랴부랴 언론시사를 연 <황해> 무대인사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나홍진 감독은 시사 당일 아침까지 편집을 했다고 말했다. 괴물 같은 데뷔작 <추격자> 이후 차기작에 쏟아진 관심과 기대들, 그에 따른 부담감은 굳이 헤아려볼 필요도 없을 테다. 156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으로 베일을 벗은 <황해>는 연변과 한국을 아우르며 서로에게 칼끝을 겨눌 수밖에 없게 된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독하게 펼쳐낸다.
<황해>에서 주목을 끄는 요소로는 한국형 스릴러의 총아로 떠오른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라는 점뿐만 아니라, <추겨자>의 김윤석, 하정우가 또 다시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도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해>는 하정우와 김윤석 그리고 나홍진 감독이 만들어낼 시너지에 기대한 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꽤 강렬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조선족 청년 구남을 연기한 하정우는 오직 하정우이기에 가능한 천연덕스러움과 지독함으로 오롯이 극을 이끌어 나가고, 조선족 청부살인 브로커 면정학이라는 비교적 적은 비중을 맡은 김윤석은 더 없이 육중한 존재감으로 이를 보조한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은 심장을 조이는 추격신 연출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음을 다시금 증명해 보인다. 더군다나 그 긴장감과 파괴력은 한층 거대해졌다.
‘골목길 스릴러’였던 <추격자>에 비한다면 <황해>의 스케일은 블록버스터급이다. 연변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 대한민국 도시와 산들 곳곳을 무대로 강도 높은 추격전이 벌어지며,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라 할 엄청난 자동차 액션을 만나볼 수 있다. 후반부 한참을 숨 막히게 몰아치는 대규모 카 체이싱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블록버스터 액션물에 대한 감독의 어떤 욕망 같은 게 느껴질 정도다. 어찌나 많은 차량들이 날아오르고 파괴되는지, 가히 그 적잖은 제작비를 예측해봄직한 입이 떡 벌어지는 시퀀스다.
여기에 빚 갚으려고 청부살인에 뛰어 든 조선족 택시기사 구남을 중심으로 조선족 청부살인 브로커와 의도하지 않게 얽혀든 한국인 조직폭력배가 만들어내는 피비린내 나는 대결이 긴박하게 더해진다. 한국에 온 구남이 청부살인을 계획하고 도주하는 과정의 치밀한 묘사, 조선족과 한국인 조폭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열한 거래와 잔인한 혈투 등 형식면에서는 올해 한국 액션스릴러의 종결자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황해>에서는 조선족 사회의 그늘에 대한 치열한 묘사가 돋보인다. 1, 2, 3, 4 번호를 매긴 중간제목으로 기승전결을 뚜렷이 구분해 놓음으로써 조선족 구남이 처한 비참한 현실과 최후를 주시한다. 많은 조선족 여성들이 그러하듯 구남의 아내도 돈 벌러 한국에 갔다. 하지만 연락 끊겼다. 연변에서는 이런 경우엔 백이면 백 한국남자와 눈 맞아 눌러 앉은 거라고 여겨버린다.
주위 사람들이 전부 구남에게 빨리 잊고 새출발하라고 타이르지만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내를 찾아다니다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한국에 가서 시람 하나 죽이고 오면 빚을 청산해 주겠다는 브로커의 제안을 그가 결국 받아들인 이유도 아내를 잡을 수 있겠다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 때문이다. 영화의 4분의 1은 이렇게 살인청부 제안을 받기 전까지 구남의 비루한 삶을 진득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이후 한국행 선박에 몸을 숨긴 구남의 목숨을 건 고된 밀항 여정, 아내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내 조선족들의 어두운 일면, 조선족과 한국인 간의 살인청부 커넥션 등에서 새롭고 간간한 ‘조선족 느와르’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을 한 방에 비웃어버리는 듯한 ‘깨는’ 결말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걸 오버라고 해야 하나 참신함이라고 해야 하나 헷갈린다. 굳이 청부살인의 배후와 감춰뒀던 진실을 다 드러내 사족을 남겨야 했을지 의문이다. 어쨌든 <황해>는 <추격자>를 뛰어넘는 작품이라고 보긴 힘들겠으나 나홍진 감독의 행보를 계속 눈여겨보게 만드는 여러모로 기억될 작품임엔 틀림없다. 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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