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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그리고 슈만과 브람스. 세계적인 거장들을 다룬 영화가 얼마 전 연이어 개봉했다.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과 헬마 샌더스-브람스 감독의 <클라라>. 두 영화엔 대문호 톨스토이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 슈만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인들보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바로 그들 곁에 있던 여성이다. 슈만의 아내이자 브람스의 여인이었던 클라라와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 두 편의 영화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클라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라라에게 조명을 맞춘 작품이다. 19세기 독일의 역량 있는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는 아버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슈만과 결혼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 그려진 슈만은 최악의 남편이다. 최고의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던 슈만의 삶은 자신이 만든 감미로운 교향곡들과는 반대로 황폐하기 그지없다. 클라라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는 창작의 고통에 따른 대인기피증과 신경쇠약, 아편중독으로 하루하루 메말라간다. 그런 슈만의 곁엔 늘 클라라가 있다. 아티스트로서 남편을 존경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한 클라라는 작곡에 몰두해 가정을 돌보지 않아도, 돈 한 푼 못 벌어와도, 아편에 중독되어 괴팍하게 굴어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슈만을 헌신적으로 돌본다. 열네 살 연하남 브람스의 질긴 구애에도 클라라는 결코 슈만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영화는 클라라의 내조의 여왕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슈만의 아내이자 브람스가 사랑한 유일한 여인으로서 두 사람의 뮤즈로 널리 알려진 클라라.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의 뮤즈이기보다는 독립적인 아티스트이길 원했다. 병약한 남편과 어린 자녀들을 건사하면서도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천재 자곡가 브람스와 교감하며 음악가로서의 열의도 키워나간다. 클라라는 여자가 지휘봉을 잡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그 시절, 야유를 이겨내고 남편을 대신해 당당히 오케스트라 지휘에 나서기도 한다. 마르티나 게덱의 우아하고 섬세한 연기로 되살아난 클라라의 모습은 낙관적이고 진취적인 알파우먼으로서 현대 여성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한편, 톨스토이의 말년과 최후를 담은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에서도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는 모든 등장인물을 압도하는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톨스토이가 아닌 톨스토이의 비서 발렌틴(제임스 맥어보이)으로, 그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당시 작품의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톨스토이는 부인 소피아와 깊은 갈등을 빚게 된다. 소피아는 악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욕과 청빈을 강조한 톨스토이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작권 환원을 강력히 반대함으로써 결국 톨스토이가 집을 떠나 낯선 간이역에서 생애를 마칠 수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소피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50년 가까이 톨스토이를 보필해온 소피아는 남자로서 작가로서 톨스토이를 열렬히 사랑했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을 하고서도 침대 위에서 닭살 돋는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소피아는 남편의 신념까지 함께 할 수는 없었다. 한 남자의 아내임과 동시에 엄마이기도 한 그녀로서는 오랜 세월 남편을 물심양면 보필해온 것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여유로운 생활과 자녀들에게 돌아갈 유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아내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안 하고 수제자 블라디미르(폴 지아마티)와 함께 몰래 유서를 고쳐 쓰면서 신념을 밀어 붙인다. 소피아는 말다툼으로 시작해 접시 집어 던지기, 창문으로 난입해 훼방 놓기, 총 쏘기, 물에 빠지기 등 갖가지 방법으로 자신만의 신념을 표출한다. 이것은 비록 톨스토이를 질리게 하고 끝내 집을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헬렌 미렌의 파워풀한 열연으로 빛나는 소피아의 모습은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톨스토이즘이 아닌 소피아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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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2011/01/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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