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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도박에 매료되는 까닭을 분석한 그 어떤 보고서도 도박이 사람을 매료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저 오락으로 무마하는 명쾌한 도박영화 한 편에 미칠 수 없다. 도박을 소재삼은 영화가 매번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5단 피라미드형 전개를 고수하면서도(때로는 권선징악이나 패가망신의 뻔한 결말을 선사하면서도) 끝내 장르화되며 스크린에 유구히 기거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도박이 인간과 맺고 있는 원죄적 속성과 이를 충분히 체화한 야무진 플롯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평범한 어떤 이가 도박판을 마주하고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거나 혹은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 ‘발단’이 그러하며, 적은 돈으로 단숨에 목돈을 움켜쥘 수 있는 짜릿한 한탕주의를 가시화하는 ‘전개’ 부분을 거쳐,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아 이를 극복하고 도박의 직접적 쾌락(도박꾼들이 흔히 ‘쪼이는 맛’으로 표현하곤 한다는)과 부수적 쾌락에 탐닉하는 ‘절정’의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인 도박영화의 도식적인 수순이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식은땀을 훔치고 환호성을 내지른 다음 어김없이 찾아오는 ‘위기’라는 하강곡선 역시 어이없는 실수나 믿는 도끼의 배신을 통한 통과의례형 지옥관광은 관객과 함께 천국과 나락을 오가려는 영화의 목표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던가.

실제 도박판에 손 담근 인생들이 대부분 하찮은 전개와 부풀린 절정을 걸쳐 뻔한 결말을 맞이하는 데에 비해 도박판이라는 공간과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인생의 험준한 굴곡들을 모조리 압축하는 도박영화의 세계는 곧 관객과 함께 만끽하는 안전하고 미려한 가상의 도박장으로 기능한다. 하버드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MIT에서도 수재 소리 듣는 벤(짐 스터저스). 그가 미키 교수(케빈 스페이시)의 꼬임에 넘어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합법적’인 필승법인 ‘카드 카운팅’을 익히고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돈을 긁어모으는 <21> 역시 일련의 도박영화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에 새로운 전략을 더하고 있으니, 우선은 이 이야기가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다른 도박영화들과는 달리 범법행위나 속임수의 수위가 현저히 낮은 (그리고 굉장히 생소한) 수법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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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요소는 도박영화라는 장르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만큼 상당한 매력을 가미한다. 실제로 메즈리치의 카지노 경험담인 원작 <Bringing Down The House>는 출간 후 59주간 베스트셀러에 머물면서 150만권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은 아니고 도박에 관한 막연한 신비주의와 한탕을 갈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 때문이니 벤처럼 “위너, 위너, 치킨 디너!”를 외치며 화려한 이중생활을 만끽하고픈 욕망과 그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레 독자를 끌어 모았고 또 관객을 끌어 모을만하다. 

그러나 도박영화의 정확한 수순에 근거하며 새로운 요소까지 가미한 <21>에는 정작 중요한 무언가가 제거돼 있다. 우선 <21>은 시작부터 카지노 테이블 위에 층층이 쌓인 칩이나 트럼프 카드의 인쇄 무늬와 단면까지 보일만큼 가까이서 휘몰아치는 식상한 CG오프닝으로 문을 열며 달콤한 하우스의 세계로 오신 걸 환영한다. 만나면 여자 얘기뿐이지만 모여 봤자 돌파구는 없는 시시껄렁한 비인기남 친구들과 노닥거리다 돈과 여자, 화려한 생활까지 구가하게 될 벤의 변화를 상징하는 오프닝의 이미지가 암시하듯 영화는 도박 자체의 매력보다는 오히려 벤이 맞이하게 될 변화의 간극이나 이중생활의 화려함에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가공할 암산력과 이를 블랙잭 게임에서 써먹기 위한 체계적 학습방법 등은 관객의 인식과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어떤 굉장한 수법을 암시하는 선에 그칠 뿐이며 어느새 영화는 곧바로 본연의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 그로 인해 영화는 도박 자체의 묘미, 즉 베팅 순간의 승부나 과감한 전략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평범하고 가난한 MIT 학생이 주말에는 카지노의 화려한 타짜로 변신했노라는 그 크나큰 간극을 다루는 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대단한 실화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개 소년의 인생 최대의 무용담을 감상하는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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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을 카지노로 끌어들인 미키 교수가 트릭스터를 자처하며 벤의 인생을 농락할 때 이것은 도박의 명료한 사전적 의미에 대한 복습이자 도박영화의 장르적 흐름 중 ‘위기’ 부분에 자리 잡은 통과의례에 머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침내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던지, 그마저도 딛고 일어서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 아닌 경지에 이르던지, 그도 아니면 그저 본전치기라도 하고 손 털고 일어나던지, 라는 갈림길에 대해 별다른 의미 투여 없이 배신과 트릭과 추격전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장학금 수여를 결정하게 될 담당자 앞에서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 ‘인상적이고 감명 깊은 이야기’를 선보이는 벤의 얼굴에 덕지덕지 소년의 치기가 묻어나는 것은 이 영화의 정체와 그 한계를 순식간에 주민등록증 이전으로 회귀시킨다. 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의 그 놀랍다는 표정에 결코 감화될 수 없는 것은 이 영화가 그저 어느 한 개인의 이야기를 그저 개인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개인의 이야기로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정말 대단한 무용담인 게 분명하지만 영화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사고와 모험 사이에 한자리를 마련하기 못내 뻘쭘한 이 실화를 보다 정교하게 가공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결정적 실수며 영화의 필연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여느 소년의 어중간한 성장담보다도 덜 인상적이고 덜 감명적이며 덜 성숙한 평범한 도박영화의 자리에 안착해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자초한 바이니 이 또한 응당 감내해야 될 부분이다. 강상준 기자 (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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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짱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박영화라곤...
    홍콩영화가 유행할 무렵.. xx도신 같은 영화들만 봤던 걸루 기억하는데..
    라스베가스식 도박영화는 어떤 식일까? 라는 호기심과 미소년이 나온다는 얘기에..끌리는 걸요? ^^

    2008/06/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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