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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러브&드럭스>는 육체적인 쾌락에만 몰두하던 남녀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천하의 바람둥인데다 누군가의 연인이 된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자유로운 영혼 둘이 만난다. 원하는 건 섹스, 즐기면 그 뿐 눈치 볼 것도 미련 가질 것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뒤 돌면 생각나고 상대방의 일상에 관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늘 이러한 감정이 두 사람에게 시간차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자유연애 생활을 청산하고 한 여자에게 안착하려는 남자를 이 여자는 밀어내기 바쁘다. 한 번도 진지한 사랑을 해 본적이 없는 남자와 말 못할 이유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군 여자는 이렇게 도망가고 쫓아가고 갈등하고 깨달으며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간다.
로맨스 자체로만 보자면 <러브&드럭스>는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 보아 온 것들과 별반 다를 것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1990년대 제약 세일즈 업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묘사가 러브 스토리에 자연스레 얹혀 있기 때문이다. <러브&드럭스>는 ‘못 말리는 작업남 제이미(제이크 질렌할)의 일과 사랑’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매력적인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건도 기막히게 잘 파는 타고난 세일즈맨 제이미가 선택한 건 다름 아닌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조금만 슬퍼도 항우울제를 먹어야 하고 비아그라의 등장에 환호하는 미국은 그야말로 약의 천국. 영화 속 배경인 90년대는 약품상업화가 태동하던 시기로 제약 세일즈맨의 활약이 대단했다. 영화는 제약 세일즈 황금기라는 시대상을 잘 활용한다. 제약회사에 취직한 제이미는 비로소 자신이 진짜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는 최선을 다해 능력을 발휘한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혹독한 푸대접을 받고 실수를 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이미는 어느새 병명과 질환, 약에 따른 부작용 등 어려운 의학용어를 줄줄 외우고, 병원 접수원에게 잘 보여 의사를 만나고, 의사에게 소개팅을 시켜줘 계약을 따내는 방법으로 실적을 올려 서서히 영업왕으로 성장해간다.
이러한 제이미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당시 제약 세일즈의 생태계를 굉장히 활력 있고 실감나게 보여준다. 특히 제이미의 회사에서 비아그라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열광적인 반응들은 당시 비아그라가 얼마만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여기에 20대의 나이에 파킨슨병을 앓게 된 매기(앤 헤서웨이)의 사연이 더해지면서 매기의 치료법을 찾는 데 집착하는 제이미와 그런 제이미에게 짐이 되는 걸 원치 않는 매기의 심리가 더해져 둘의 로맨스를 조금 특별하게 전개시킨다.
물론 이것저것 다 떠나서 제이크 질렌할과 앤 헤서웨이의 섹시하고 친밀한 조화만으로도 <러브&드럭스>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이 영화로 2011 골든글로브 남녀 주연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됐을 정도로 두 사람은 과감하고 생동감 넘치는 열연을 펼쳤다. 적어도 질렌할의 수상은 유력해 보인다. 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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