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좁혀진 미간이 펴질 줄 모르고 으슬으슬 한기가 돈다. 황폐한 산간벽촌의 빈궁하기 짝이 없는 살림, 철부지 동생들과 산송장 된 아픈 엄마, 사라진 아빠를 찾지 못하면 경매로 넘어갈 집, 그런데 아빠의 행방을 숨기는 비정한 마을 사람들. 이 모든 시련에 묵묵히 맞서는 열일곱 소녀의 사투가 어쩜 이리 골수에 사무칠까.
이 영화 참으로 모질다. 등장하는 모든 것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스산하다. 마약으로 얼룩지고 가난에 찌든 무덤 같은 마을, 핏기 없는 얼굴로 좀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속을 아슬아슬 헤집고 다니는 소녀. 그저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울적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다행이다. 한 줄기 희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어둡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가족을 지키는 주인공 리(제니퍼 로렌스)의 용기는 결국 미소와 온기를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데브라 그래닉 감독의 <윈터스 본>은 마약범 아빠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 속에서 대단한 용기와 투혼을 발휘하는 소녀의 영웅담이이다. 세상 모든 고난을 달관한 듯한 표정으로 아픈 엄마와 어린 동생을 돌보고, 17세 소녀가 웬만해선 겪기 힘든 위협을 이겨내며 집안의 평화를 유지한다.
그렇다고 소녀를 히어로나 성인군자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다. 그녀는 엄청난 용기를 지니고 있지만 두려움에 떨 줄 알고, 의지가 흔들릴 때도 있으며, 동생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한편 자신의 꿈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목숨 걸고 생사여부도 불확실한 아빠를 찾는 이유는 그의 안위가 걱정돼서가 아니라 그 빈곤한 생활이라도 영위할 수 있게 해줄 알량한 집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녀는 분명 또래보다 비범하고 기특한 소녀다. 그리고 그 영웅적인 투지는 자칫 허황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현실성이 뒤따르기 때문에 빨려들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문제가 해결된 순간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 또한 막을 길이 없다. ‘을씨년스러움’이라는 단어를 고스란히 표현한 듯한 영상과 전에 없을 강인한 캐릭터, 살을 에는 연기의 힘 있는 조화가 좀처럼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수작이다. 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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