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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것은 얼마나 얄궂은지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실되거나 변질돼버려 사람을 바보로 만들곤 한다. <언노운>의 마틴 해리스(리암 니슨)는 낯선 도시에서 자기 자신을 감쪽같이 도둑맞는다. 철석같이 믿었던 기억 때문이다.
식물학 박사인 그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젊고 예쁜 아내와 베를린에 왔다. 그런데 여권과 신분증이 담긴 가방을 공항에 놓고 오는 바람에 그걸 찾으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머리를 크게 다친 그는 며칠 만에 병원에서 깨어나 아내를 찾아 가지만 아내는 그를 못 알아본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란 작자가 나타나 자신이 마틴 해리스 박사라고 우긴다. 내가 마틴 해리스이고 내가 저 여자 남편이라고 아무리 우겨봤자 혈혈단신 그는 아무런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환장할 노릇이다. 병원에 누워있던 며칠 사이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언노운>은 전형적인 ‘속이는 영화’다. 마지막에 짠하고 공개될 반전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와 협소한 관점으로 관객을 교란시킨다. 영화는 마틴 해리스가 베를린에 간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시작한다. 일단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뒤 아내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주고받는 짧은 대화를 통해 그가 진짜 세미나에 참석하러 온 건지 아닌지 파악할 수 없게 처리해 놓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영화는 철저히 마틴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갖가지 의문점과 충돌한다.
식물학자인 그는 세미나 참석을 위해 아내와 베를린에 왔다가 여권을 잃어버리고 사고를 당했는데, 아내가 자신을 ‘생까고’ 다른 남자가 자기 행세를 하더니 급기야 정체불명의 킬러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그는 음모에 맞서 자신을 되찾기 위해 고투한다. 마틴에게 동화된 관객은 아내가 왜 그를 배신했을까, 그를 죽이려는 자는 누구인가를 궁금해 하며 자연스레 그를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기억의 장난이었다. 그가 확신하던 잘못된 기억이 하지 않아도 될 의심과 소동을 발생시킨 것이다. 엉뚱한 자아에 놀아난 셈이다. 신분 위장이 주된 업무인 사람의 직업병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그러니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내내 들던, ‘식물학자의 위기대처능력이 저렇게 뛰어나다는 게 말이 돼?’라는 의아함은 굉장히 자연스런 반응이었던 거다).
<언노운>은 <테이큰>으로 완성된 ‘중년 액션스타’ 리암 니슨의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한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로서, 가히 훌륭하다고 까진 할 순 없겠으나 흥미진진하게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정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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